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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꿈.
10년을 해도 영어는 늘지 않는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박노자의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노르웨이에서 영어로 강의하는데 모두가 영어를 너무나 유창해하는 걸 보고 그는 충격을 받는다. 한국에서 영어에 끌탕하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그는 학생들에게 “참 영어 잘한다”고 칭찬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웃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인가요”라고.

충격은 박노자만 받은 게 아니라 나도 받았다. 참 분하고 억울하다는 느낌. 아마도 영어에 끌탕해본 한국인들-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이 모두 같은 느낌을 받았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말이지, 우리나라 국민만큼 강력한 영어의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세상에 없을 거다. 이제는 심지어 어린애들 혓바닥 수술까지 하는 판국이니 말이다.

왜 영어를 못하는 걸까... 이제는 왜 영어만 생각해도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콱 막히는 경지에 이르는 걸까. 그러다가 나는 <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라는 책을 읽었고, 상당히 깨닫는 바가 있었다. 왜 영영사전으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아주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하는 책인데, 사실 영영사전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듣지만 “왜” 영영사전으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실감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어감을 기르려면 영영사전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

가령 “sucess is a happy accident'라는 문장을 보자.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 이 문장은 ‘성공은 행복한 사고이다’라는 글이 된다. 모르는 단어도 없고 어떻게든 해석은 됐지만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문장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아는 단어도 독해가 안 된다고 할 때는 바로 이런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happy는 사람을 즐겁고 기쁘게 하는 뜻이 있고 accident는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는 뜻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이 문장은 ”성공은 예상치 못했던 희소식이다“라고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 어감은 영영사전을 통해서만 기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걸 해내지 못한다면 평생 다시 ”10년 걸려도 영어 못해“의 쳇바퀴를 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그 책의 요지였다.

그래서 나는 영영사전을 샀다. 하지만 여전히 귀찮았다. 사실 두꺼운 영영사전을 뒤져가며 그걸 또 해석해가며 읽는다는 건 굉장히 귀찮은 일이다. 나는 몇 번 그렇게 하다가 결국 또 때려치웠다. 그리고 항상 마음 한구석에 “영어를 안 하면 도태되는데...”라는 불안감만 안고 살곤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맥밀란의 CD를 접하게 되었다. 정말 놀라웠다. 아주 편했던 것이다. 영자신문 사이트를 띄워놓고 마우스만 갖다대면 단어를 찾아준다!! 얼마나 간단한지! 거의 수고가 0에 가까워진 게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인터페이스도 깔끔하고 예뻐서 익스플로러 옆에 항상 조그맣게 띄워놓고 참조할 수 있었다. 단어 뜻 설명도 좋았다. 다른 사전의 CD도 봤지만 일단 생긴 거나 체계가 마음에 안 들어서 띄워놓을 의욕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요새는 영자신문을 인터넷으로 보면서 맥밀란 영영사전 CD로 단어뜻을 찾아보고 있다. 굳이 외우지 않아도 좋다. 무한히 읽고,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뜻을 바로 띄워서 읽고, 그렇게 무한히 하다 보면 어느날 내 영어 실력이 늘어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며, 나는 오늘도 영자 신문을 읽는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맥밀란에서도 콜린스 코빌드처럼 “읽어주는 씨디”가 함께 나와줬으면. (그 기능 꽤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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