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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뒹굴뒹굴
  • [전자책] 인어 사냥
  • 차인표
  • 10,500원 (520)
  • 2024-07-26
  • : 954

그럴 듯 하게 읽힌다. 

그런데, 나는 불사의 욕망에 이입을 못 하는 사람이라서 가장 큰 틀에서 걸리는 게 있다. 

예전에 신과함께,를 읽을 때 강림이 처사가 되는 이야기였던가. 사람이 70세가 되면 일괄로 죽어나가는 세상이 정말 좋아?라면서 웃는 장면이 있는데 나도 좀 그런 게 있다. 언제 죽을까,라는 공포 없이 모두가 70이 되면 죽는 세상이 나는 재미가 없을 거 같다.  

그런 데다가, 내가 지금 살아온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스무살이 되고 싶냐?고 물어도 싫고, 먹으면 안 죽을 수 있는 게 있다면 먹겠냐?고 물어도 싫어서 이야기의 욕망에 구경꾼 모드가 된다. 

동해안을 따라 유람했다던 그 화랑들이 과연 유람이었을까? 라던가, 진시황이 보낸 사람들이 찾던 불로불사의 영약은 무엇이었을까?라던 의문이 인어,라는 존재로 모여서 인어를 사냥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신라시대의 화랑이 유람을 빙자하여 찾아다니던 것도, 진시황의 사자들이 찾았던 것도 인어의 기름이라는 상상 가운데, 어떤 감각의 균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생명을 해치고 싶지 않아,라는 소박한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저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해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도 있으니까 말이다. 

나무들도 더 많은 양분과 햇볕을 위해 가지를 넓게 펼치고, 남들보다 빨리 자라는 걸 선택하기도 하고, 다른 나무의 가지를 타고 오르기도 하니까 말이다. 내가 모른다고 해서, 나무가 아무도 해치지 않는 순정한 삶이라는 것도 진실은 아닐 수 있다. 

그래서, 가끔 환경론자의 어떤 말은 과격한 인간혐오처럼 들리기도 하는 거고 말이지. 

물고기는 잡아 먹을 수 있지만, 인어의 기름을 짜는 건 너무 어렵다,라는 그 혐오의 감각을 나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 그 경계란 참으로 어렵구나, 싶다.

나는 불로불사의 욕망이 없어서 인어를 잡아서 기름을 짤 생각을 안 할 텐데, 누군가 인어를 잡아서 기름을 짜려고 하면 무슨 이유로 말릴까 생각을 하는 거다. 나는 못 말리겠네. 나는, 자리를 벗어나겠네, 라고 생각하는 거다. 

나는 입이 무거워야지, 말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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