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뒤죽박죽 뒹굴뒹굴

남편이 출장을 가서, 초6 딸래미랑 걸어서 출근하는 길이다. 

그 날 아침에 '경험의 멸종'책 광고를 본 이야기를 해 줬다. 

"엄마가 아침에 책 광고를 봤는데, 요즘 십대는 선호하는 기술이랑 후각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기술을 선택한대."

"?"

"그러니까, 이렇게 물어보는 거지. 스마트폰을 안 쓸래? 냄새를 못 맡을래?라고 물어보면 냄새를 못 맡고 말지'라고 대답한다는 거야."

그런데 애한테 설명해주다 보니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이 후각을 잃는다는 게 뭔지 알까? 싶은 거지. 저런 질문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하는 질문이 아닌가. 십대라면 죽음의 무게도 모를 텐데, 저런 질문이 유효할까. 만약 정말 냄새를 못 맡는 채로 하루만 지내봐도 그런 선택을 할까, 의문이 들었다. 

"냄새를 못 맡아도 불편한 게 없지 않아?"

"에? 냄새를 못 맡으면 맛을 못 느낀대."

"그래?"

아무 것도 모르는데, 냄새를 못 맡는 불편을 모르는데, 그런 선택을 어떻게 질문하고, 그 대답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지, 싶었다.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대답을 듣던, 균형점은 어디에 있는 걸까. 상대의 말이 어떤 배경 가운데 나온 지 안다면 연구는 가능할까. 책이 묘사한 근심은 정말 유효할까. 

경험의 멸종,이라는 실제의 모험 대신 가상공간의 모험을 모험이라고 상상하는 세태에 대한 어쩌면 경각심은 나나 아이에게는 아직 없는가, 싶다. 책을 읽어봐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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