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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뒹굴뒹굴

선재업고 튀어,가 종영하고도 유튜브로 영상을 보고 있다. 

대만 팬미팅에 선재 등신대를 업고 온 팬에게 웃으며 손하트를 만드는 변우석 영상도 보고, 팬미팅 사진이라는 사진들도 좀 본다. 김혜윤이 나온 틈만나면,도 본다. 

왁자지껄한 팬미팅과 선재에 대한 열광을 보면서 애초에 내가 드라마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생각했다. 

1,2회차 선재가 자살,했다고 생각한 나는 사랑에 대해 쓰려고 했었다. 오래 사랑한 사람이 나를 아예 기억하지 못할 때의 절망에 대해서 쓰려고 했었다. 심지어 팬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살아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때의 절망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안전하게 짝사랑만 하려는 세태에 대해서 쓰려고 했었다. 

수십,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의 열광적이랄 수 있는 사랑을 받는 류선재는 단 한 사람 임솔의 팬심에 절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이란 참으로 이상하고 잔인한 감정이라서. 

류선재의 죄책감과 뒤엉킨 애달픈 짝사랑은 임솔의 뒤늦은 팬심이 오히려 슬프다. 

열아홉 솔이는 선재의 마음을 알 수 없고 알아도 받을 리 없고, 지금 선재를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 감정은 나란히 서서 마주 볼 수도 있는 독점적인 관계의 마음이 아니라, 먼발치에서 보내는 누군가와 나눠 가지는 팬의 마음이다.  

드라마의 도입에서 나는, 그 마음의 불균형이 가져오는 파국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태성을 따라다니느라 선재를 보지도 못하는 열아홉 솔이처럼, 자기 주변의 꽤나 멋질 수도 있는 누군가를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팬심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 늦게 내가 처음 매혹당한 어떤 이야기의 의도가 떠오른 것은, 지금 세계를 열광시킨다는 선재에 대한 이슈 때문이다. 

이야기가 하고자 하는 어떤 주제는 이야기가 보여주는 이미지 가운데 퇴색하고, 오히려 반대 쪽으로 현상을 강화시킨다. 

등신대를 업고 온 팬은 자신을 짝사랑하는 이웃집 총각의 애달픈 사랑을 모르는 채로, 류선재의 팬미팅에 가 있을 수도 있는 게 아니겠는가. 사람들이 두렵고 위험한 미지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사랑 대신, 안전하고 무해한 가짜 사랑으로 도피한다. 독점적이고 밀도높은 지속적인 관계를 찾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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