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작가생활'이라는 데에 꽂혀서 사 버렸다. 만일 '마스다 미리의 만화 그리는 법'이라고 했어도 냉큼 구입했을 것 같다. 일단 작가에 관련된 건 작법도 그렇고 이것저것 많이도 궁금하다. 마치 작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접하면 그것만으로 작가가 될 수 있을 줄 아는 모양이다;;
표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마스다 미리의 그림은 너무나 간단하다. 그림체를 중시하는 사람이면 코웃음치고 손도 안 댈 듯하다. 콘티만 짜면 나도 10분만에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단순한 그림체가 너무 가벼워 보여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면도 있지만, 그건 또 나름대로 내게는 좋은 점으로 다가온다. 그 부족해 보이는 면이 오히려 나에게는 너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기분이다. 그리고 아무리 만화책이라 해도 정말 중요한 건 그림이 아니라 그 안의 이야기임을 느끼게 해 준다. 문화의 모든 장르는 바로 이 이야기, 스토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화려한 그림체가 포장지라면 내용은 포장지 안의 내용물이겠지.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바로 그 단순한 그림이 품고 있는 자잘하고 사소한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깊은 생각에 포인트가 있다.
마스다 미리는 학교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 공부 못하는 학생이었고, 직장에서는 너무 소심해서 자신의 의견조차 큰소리로 말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이렇게 적고 보면 참 한심해 보이는데, 역시 한심하지만 나랑 비슷하다. 너무 조용해서 있는듯 없는듯 했던 공부 못하던 학생. 간밤의 TV 프로 이야기와 연예인 이야기를 하면서 마구 웃고 떠드는 급우들을 보면서 그 얘기들이 왜 재미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나. 어떤 이야기로 애들을 웃게 만들어야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던 나. 신변의 일들만으로도 벅차서 하루하루 침울했던 날들. 집안 분위기는 마스다 미리네와는 전혀 달라서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귀에 못이 되어 박힐 정도로 지겨웠고, 부모님은 칭찬에 매우 인색했다. 이래저래 다 적고 보니 마스다 미리보다 더 비루하구나. 어쨌든 그래서 마스다 미리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진 처녀로 자라났고 나는 그런 근자감도 없는 사람으로 자라난 건가-_-;;; 어쩐지 2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성격이 조금 밝아지긴 했지만.
공부도 못했고 소심했던 사람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인생의 성공과 행복이라는 목적지로 향하는 모든 길이 공부를 통해서만 있지는 않다. 그리고 성공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행복. 마스다 미리 그녀의 행복은 날마다 발견하는 작은 것들에 있다. 가끔 만나는 이런저런 편집자들의 성격, 안쪽 의자를 비워놓느냐 자기가 앉느냐, 통하는 편집자를 만났을 때의 사소한 기쁨. 다행히 나 역시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곧잘 발견하고 이런저런 것들에 궁금증을 품곤 하는 사람이라 마스다 미리의 자질구레한 생각들이 반가웠다. 또, 호기심에 낯선 모임을 신청했다가 그날이 다가오면 후회하고, 막상 그날이 되면 그래도 가야지 싶어서 간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역시 가길 잘했어. 좋은 경험이었어' 하면서 즐거워한다. 뭔가 그렇게 낯선 것에 다가갔다가 돌아올 때면 무미건조한 그 하루에 어떤 특정한 색깔을 칠하는 기분이다. 낯선 사물, 낯선 냄새, 낯선 촉각, 낯선 맛. 새로운 기억.
하지만 그녀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일을 찾았다. 자기 자신을 투영해낼 수 있는 그림과 글. 단순한 그림과 짤막한 말 몇 마디로 많은 것들을 표현해낼 수 있는 그녀를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살까 말까 고민했던 만화책 한 권에 격려받는 기분이었다. 음~~ 계속 앞에 두고 틈날 때마다 들춰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