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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꿈을 찾아 떠나요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 11,700원 (10%650)
  • 2013-04-10
  • : 106

지난번에 「클래식 보물창고」로 발행되었던 『데미안』을 읽는 시간이 참 특별했었다.

학창시절 여러번 읽었던 그 책을 통해 잠시나마 기억의 시간을 과거로 거슬러 갈 수 있었고

그동안 손에 놓고 있었던 고전문학을 오랫만에 손에 들고 고전의 탁월함을 느낀 시간이었다.

이후 고전문학을 힘써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시간에 쫓겨, 또 금세 발행되어 눈길을 사로잡는 책들에 마음을 빼앗겨

어느새 결심이 흐지부지해지고 있는 찰나, 이 시리즈의 또다른 책을 만났다.

 

책을 받아든 첫느낌은 놀라움이다.

책의 두께에 놀라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한 작품이 단권일줄 알았는데

서명과 달리 작가의 작품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서 놀랐다.

F. 스콧 피츠제럴드라는 작가의 유명세에 비해 내가 접한 작품이 한편도 없었다는 사실,

그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위대한 개츠비』외에 그가 평생에 160여 편의 중·단편을 썼는데도

그 많은 작품중 한편도 접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나를 놀라웁게 만들었다.

 

그의 장편 『위대한 개츠비』를 읽지 않은채 아마도 나는 여기에 실린 11편의 중·단편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엿보게 될 터이다.

이 작품집의 대표작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작가의 창의적이고 신선한 발상을 충분히 접할수 있었던 단편이다.

 

이른 살 먹은 노인네의 외모를 갖고 태어난 한 인간이 그에게 주어진 운명인양 시간을 거슬러 일생을 보낸다는 소재는

그 누구도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착상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신에 의해 주어진 '시간'이라는 영역을 작가는 역발상으로 솜씨좋게 이야기를 꾸려간다.

태어날 때 지녔던 노인의 육체는 주위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시간을 먹고 자란 아이는 어느듯 황금기인 청년이 되어 사랑을 하고

튼튼한 육체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여러 형상(긍정적, 부정적)을 거치고

절정기를 지나 다시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유아기가 되어 일생을 마치는 이야기.

신선한 발상을 좇아 이야기가 끝났을때 그리 길지 않은 장수의 부피에서 느껴진 여운이라고 믿기엔 어려울 만치의

큰 여운이 며칠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인생은 늙어가며 그 너머에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기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 정반대 형태의 삶의 경우를 이야기 한다.

시들어 늙는 종착역을 향한 하루가 아닌 젊음을 향해 거꾸로 돌아가는 시간을 살 때, 인간의 삶은 다른 형태를 띠지 않을까?

그러나 소설은 말한다.

어떤 형태의 시간이 주어지든 인간에게 있어 잠시뿐인 절정의 삶을 지나면 그 너머엔 역시나 죽음이 기다리고 있고

그렇게 인생은 마감된다고.

역시나 인간은 이런 시간이든 저런 시간이든 그 틀을 벗어날 수 없고 더더욱 죽음을 건너뛸 수 없는 존재임을 재확인 시킨다.

그래서 남겨진 생각은 각자에게 주어진 유한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에 대한 삶의 의미에 매달려야 하고

또한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재삼 일깨어 준다.

 

또한가지는 벤자민 버튼이 젊음을 지나 유아기가 되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 자식이 보이는 경멸의 태도는

젊음을 지나 노인이 되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지경에 있을 때의 정상적 시간체제하의 현실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

인간존재에의 씁쓸함을 느끼게 만든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여느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장편못지 않은 단편으로

인간의 한평생을 액자들여다 보듯 들여다 보게 만든다.

단편을 읽은 후 동제목의 영화를 보았는데 거꾸로 흐르는 시간의 소재만 같을 뿐

내용의 구성과 등장인물, 사건 등등 거의 모든 부분이 각색되어 원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어서

책을 읽지 않은 이들은 영화만으로 피츠제럴드를 잘못 이해하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되기도 했다.

영화와 원저의 차이와 느낌을 굳이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각각이 던지는 생각거리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다.

 

이외 수록된 다른 10편은 피츠제럴드가 시도한 다양한 작품세계의 작품들인데

솔직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만큼의 시선을 끌지는 못하는것 같다.

일단 그가 살았던 소위 '재즈 시대'를 공감하지 못하니 각각의 이야기들에 공감대를 이룰수 없고

그 공간적, 시간적 괴리에서 비롯되는 이질감을 좁히기에 역부족이었다고 말할수 밖에 없겠다.

그 가운데 『노동절』이 그나마 이해가 쉬웠고

『낙타의 뒷부분』은 당시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여성상을 이야기하려는것 같았지만 쉽게 가닥을 잡을수 없었다.

다른 편 또한 마찬가지다.

내용이 매끄럽지 못한 이유중 하나로 번역가에게는 미안하지만 번역의 정연함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든다.

 

피츠제럴드라는 작가는 뭐니뭐니해도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로 인정받은 만큼

그의 진가를 또다시 만날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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