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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獨子)적인 독자(讀者)
  • 언캐니 뮤즈
  • 데이비드 헤이두
  • 19,800원 (10%↓1,100)
  • 2026-10-20
  • : 770













AI 음악은 ‘얼굴 없는 노래’다. 가수와 연주자가 없다. AI 음악 생성 프로그램은 가수의 목소리와 악기 소리를 모방한다. 심지어 새로운 형식의 음악과 목소리까지 만들 수 있다. 무심결에 AI 음악을 들으면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AI 음악이 ‘기계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얼굴 없는 노래’에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감정 상태를 심리학 용어로 ‘언캐니(uncanny)’라고 한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만날 때 그것이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불쾌감이 생긴다.







AI 음악에 가수와 연주자의 얼굴은 없지만, ‘수학자의 얼굴’은 있다. 컴퓨터가 만든 AI 음악에도 ‘인간적인 것’이 들어 있다. ‘인간적인 수학’은 음악을 사랑한다. 수학이 사랑하는 음악은 규칙적인 박자와 조화로운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적인 수학은 듣기 좋은 화음을 만드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음악을 사랑하는 수학자는 악기를 다룰 줄 모른다. 작곡을 공부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수학자들은 머릿속에 악기를 가지고 다닌다. 수학자의 악기는 수식(數式)이다. 수학자의 음표는 계산할 때 쓰는 수학 기호다.







음악 교과서는 음악의 3요소를 화성(harmony), 리듬, 선율이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요소가 하나 빠졌다. 그것은 바로 수학이다. 수학은 음악실에서 볼 수 없는 음악의 네 번째 요소이다. 《언캐니 뮤즈》는 음악과 수학, 음악과 기계 공학이 밀접한 관계였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계산적’이라고 생각했던 수학과 기계, 컴퓨터는 사실은 ‘예술적’이었다.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나면 거부감을 느끼듯이 인간을 기계와 동일시하는 관점 도 사람들은 불편하게 느낀다. 그러나 과거의 서양 지식인들은 인간을 살아있는 기계라고 생각했다. 컴퓨터가 없었던 시대에 발명가들은 악기를 연주하는 ‘자동인형’을 구상했다. 비록 인공적이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자동인형이 들려주는 음악에 ‘얼굴’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학 기술의 수준이 향상되고, 연주자 없이도 음악을 연주하는 ‘자동 피아노’가 만들어졌다. 자동 피아노의 핵심 부품은 ‘피아노 롤(piano roll)’이다. 피아노 롤은 종이에 구멍을 뚫어 악보를 기록하는 둥근 형태의 장치다. 이 장치가 없으면 자동 피아노의 건반이 움직이지 못한다.


기계를 이용한 ‘인공적인 창조성’은 예나 지금이나 대중과 예술가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자동 피아노의 연주를 들은 음악가들은 실망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진짜 음’과 악기의 형태만 흉내 낸 기계에서 나오는 ‘가짜 음’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탄했다. 자동 피아노의 음악을 비판한 사람들은 인간의 얼굴도, 감정도 없는 기계적인 음악에 불쾌감을 느꼈다.


모든 음악가가 기계적인 음악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틀에 박힌 음악을 만들고 싶지 않은 젊은 음악가들은 귀에 거슬리는 기계적인 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는 새로운 음악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운 ‘수학(受學)하는 음악가’였다. 그는 자동 피아노를 위한 곡을 만들었다. 비틀스(The Beatles)는 11번째 음반 『Abbey Road』에 수록된 노래를 만들 때 신시사이저로 연주했다. 당시 신시사이저는 소수의 음악가만 아는 최첨단 ‘기계’였다. 전자음악(electronic music)이 본격적으로 유행하면서부터 대중과 음악가들은 신시사이저를 ‘악기’로 받아들였다.







대중이 이상하다면서 거부한 음악은 ‘퀴어(queer)’하다. 성소수자들은 기계음과 전자음악의 진가를 먼저 알았다. 1980년대에 유행하기 시작한 하우스(house)는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다. 초창기의 하우스는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집에서 모여 지내는 성소수자 공동체가 즐겨 듣던 음악이었다. 비주류 음악, 소음에 가까운 ‘이상한 음악’이라고 무시당한 전자음악 속에 ‘숨어 있는 얼굴’이 있다. 







앞서 말한 AI 음악에 있는 ‘수학자의 얼굴’의 정체는 AI의 개념을 정립한 앨런 튜링(Alan Turing)이다. 그는 동성애자였다. 동성애가 범죄 행위였던 시대에 튜링은 화학적 거세형을 선고받았고, 2년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I가 우리의 삶을 파고들기 전에 이미 우리는 수학적 음악(mathematical music)과 얼굴 없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피아노는 크고 작은 수많은 부품이 모여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다. 수학자들이 연구한 알고리즘은 AI 기술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씨앗이다. 


20세기 초반에 나온 자동 피아노 제조사의 광고 문구는 ‘예술가의 얼굴이 없는 음악’의 등장을 예고한다.

 


 “듣기 전에는 도무지 믿을 수 없습니다. 예술가 없이도 피아노가 연주되다니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63쪽)

 


AI 음악이 곳곳에 들리는 지금, 여전히 몇몇 사람은 ‘얼굴이 없는 노래’에 불만이 많다. 아마도 그들은 기계가 만든 음악과 미술 작품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견해에 ‘어떻게 그럴 수 있죠?’라고 되묻을 것이다. 기계와 인간이 함께 만든 예술의 역사를 톺아 본 《언캐니 뮤즈》가 그들의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번역가 노승영이 만든 책들을 읽은 

cyrus의 주석













[주1] 번역가 노승영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고,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컴퓨터공학과 AI와 관련된 책들을 번역했는데, 내가 읽은 책만 소개하자면 《알고리즘으로 세상을 읽다: 복잡한 일상과 불확실한 미래를 단숨에 예측하는 만물의 공식》(반니, 2019년, 품절. 구판: 《만물의 공식: 우리의 관계, 미래, 사랑까지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 2014년, 품절), 《앨런 튜링, 지능에 관하여》(에이치비프레스, 2019년),《기계는 왜 학습하는가: AI를 움직이는 우아한 수학》(까치, 2025년) 등이 있다.


《언캐니 뮤즈》가 출간되기 한 달 전에 나온 번역서가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Hofstadter)의 칼럼 모음집 《사고의 유희: 마음과 패턴에 관한 메타마법적 주제들》(arte, 2026년)이다. 이 책에도 튜링의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 수학과 음악의 연관성을 주제로 쓴 칼럼이 실려 있다.





* 48쪽




 

 17년 전에 출간된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주2]의 한 대목에서 검증하기도 했다.



[주2] 역자는 저자가 인용한 책들의 국역본 제목과 출판사 이름을 언급했다. 내가 역자의 책을 사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참고 문헌의 국역본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세심하고 꼼꼼한 번역’을 선호한다. 하지만 역자도 인간인지라 한국어판이 있는데도 확인하지 못할 때도 있다.










《아서 왕의 궁전과 코네티컷 양키》는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소설이다. 한국어판은 3종인데, 모두 절판되었다. 《아서 왕의 궁전과 코네티컷 양키》(김영선 옮김, 시공사, 2010년), 《아더 왕과 양키》(조애리 옮김, 미래사, 1995년), 《아서 왕을 만난 사나이》(이자경 옮김, 고려원, 1994년)다.






* 324쪽





Filippo Tommaso Marinetti, The Futurist Cookbook. [주3]





[주3] 미래파(미래주의) 시인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Filippo Tommaso Marinetti)는 1932년에 <미래주의 요리 선언>(La cucina futurista, The Futurist Cookbook)을 발표했다. 미래파는 전통을 거부하고 자동차와 비행기 등 신식 기술과 진보를 찬양한 이탈리아의 급진적 예술가 집단이다. <미래주의 요리 선언>에서 마리네티는 추방해야 할 전통 요리로 ‘파스타’를 지목한다. 선언문을 같이 쓴 필리아(Fillìa)는 루이지 콜롬보(Luigi Colombo)라는 미래파 화가의 필명이다. 한국어판은 《미래주의 요리책》(이용재 옮김, 마티, 201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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