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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獨子)적인 독자(讀者)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Adams)는 BBC 라디오 드라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약칭 ‘히치하이커’)의 대본을 쓰면서 처음부터 세상이 멸망하는 결말을 구상했다. 애덤스가 생각한 드라마 제목은 ‘세상의 종말(The Ends of the Earth)’이었다. 그때 당시 세상에 좀 불만이 있었던 애덤스는 어떤 식으로든 세상이 끝장 나는, 끝내주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 했다.

















* 더글러스 애덤스 · 마크 카워다인 함께 썼음, 강수정 옮김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히치하이커와 동물학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프로젝트》 (현대문학, 2024년)


* [절판] 더글러스 애덤스 · 마크 카워다인 함께 썼음, 강수정 옮김 《마지막 기회라니?: 더글러스 애덤스와 마크 카워다인, 두 남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홍시, 2014년)


* [절판] 더글러스 애덤스 · 마크 카워다인 함께 썼음, 강수정 옮김 《마지막 기회라니?: 두 남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홍시, 2010년)




하지만 애덤스는 냉소주의자가 아니었고, 비관론자도 아니었다. 그는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애덤스는 과학 다큐멘터리에 출연하여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도킨스는 애덤스에게 “과학의 어떤 점이 당신의 피를 끓게 하느냐?”라고 질문했다.


애덤스는 ‘대단히 복잡하고 풍요롭고 이상한 세상’을 과학의 관점으로 알아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근사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삶이 70년이나 80년까지 지속된다면 자신에게는 ‘보람된 시간’이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애덤스의 시계에 ‘보람된 시간’은 오지 않았다. 애덤스는 운동하다가 갑자기 심장마비가 와서 쓰러졌고,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50세를 넘기지 못한 이른 죽음이었다.


애덤스와 동물학자 마크 카워다인(Mark Carwardine)이 함께 쓴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게정판의 서문은 리처드 도킨스가 썼다. 도킨스는 다큐멘터리 촬영 때 애덤스와 주고받은 대화를 회상하면서, 그의 답변은 액자에 담아 전국의 모든 과학 교실에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 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옮김 《만들어진 신: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김영사, 2007년)

 

* 리처드 도킨스, 김명주 옮김 《신, 만들어진 위험: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당신에게》 (김영사, 2021년)


* 리처드 도킨스, 김명주 옮김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 (김영사, 2021년)


* 리처드 도킨스, 김명남 옮김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어느 과학자의 탄생》 (김영사, 2016년)


* 리처드 도킨스, 김명남 옮김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나의 과학 인생》 (김영사, 2016년)




두 사람은 과학의 매력을 잘 알고 있었으며 무신론자라서 대화가 잘 통했다. 애덤스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종교를 주제로 연설했다. 이 연설에서 애덤스는 ‘종교의 무오류성’을 신성하게 여기는 경향이 특권화되면 종교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교에 도전하는 도킨스를 지지했다. 도킨스는 애덤스의 연설문(지면에 발표된 연설문의 제목은 「인위적인 신은 있는가?」다) 일부를 자신의 책 《만들어진 신》에 인용했다.

















[대구 책방 독서 모임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2018년 10월 도서(67번째 지정 도서)]

*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 · 이상임 함께 옮김 《이기적 유전자》 (을유문화사, 2018년)

 

*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 · 장대익 · 권오현 함께 옮김 《확장된 표현형》 (을유문화사, 2022년)

 

* 리처드 도킨스, 이용철 옮김 《눈먼 시계공: 진화론은 세계가 설계되지 않았음을 어떻게 밝혀내는가》 (사이언스북스, 2004년)




애덤스는 처음에는 불가지론자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30대 초반의 애덤스는 우연히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눈먼 시계공》을 읽은 이후로, 무신론자로 전향했다. 애덤스는 불가지론자로 오해받기 싫어서 스스로 ‘급진적 무신론자’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애덤스는 도킨스처럼 전투적인 무신론자, 반종교주의자는 아니었다. 애덤스의 종교관을 정리한 위키피디아(Wikipedia) 영문판에 따르면 그가 교회 예배당 성가대 성인 회원으로 활동했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즐겨 불렀다고 한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718번째 책]


[대구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 ‘초여름 밤 SF’ 7월의 SF, 추천 독자 겸 모임장: 김성현]


* 더글러스 애덤스, 김선형 · 권진아 함께 옮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책세상, 2005년, 합본)


* 더글러스 애덤스, 김선형 · 권진아 함께 옮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책세상, 2004년)


* 더글러스 애덤스, 김선형 · 권진아 함께 옮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 (책세상, 2004년)




도킨스는 자서전에 애덤스를 처음 만난 날, 애덤스에게 직접 팬레터를 보낸 일, 애덤스의 42번째 생일(42는 《히치하이커》에서 언급된 중요한 숫자다)에 있었던 특별한 추억을 언급했다.

 

도킨스는 《히치하이커》 2부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을 ‘어두운 유머와 심오한 철학이 담긴 글’이라고 했다. 1991년에 도킨스는 BBC에서 방영된 ‘어린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강연(Royal Institution Christmas Lectures)’의 강연자로 초빙되었다. 강연 중에 그는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의 문장을 읽어줄 ‘어린 청중’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여러 명의 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낭독을 원하는 어린이 청중 사이에 ‘키가 2미터 넘는 성인 남성’도 있었다. 도킨스는 그 남성을 지목했고, 이름을 물었다. 본인이 어린이라고 생각한 남성의 이름은 ‘더글러스 애덤스’였다. 도킨스는 예상하지 못한 만남에 놀라워했고, 도킨스와 어린 청중들은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을 재미있게 연기하면서 낭독하는 원작자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 P. G. 우드하우스, 김승욱 옮김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편집자는 후회한다 외 38편》 (현대문학, 2018년)




도킨스는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의 서문에 애덤스의 익살스러운 문장을 인용하면서 ‘P. G. 우드하우스(P. G. Wodehouse) 이후로 맛깔스러운 유머 감각을 발휘한 작가’는 없었다고 찬사를 보냈다.[주] 우드하우스는 영국식 유머의 대가로, 그의 대표작 ‘지브스(Jeeves) 시리즈’는 BBC TV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도킨스가 애덤스를 알기 전부터 엄청 좋아한 작가가 우드하우스다. 도킨스는 우드하우스의 유머 감각을 흉내 낸 글을 썼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자서전 1권에 우드하우스의 이야기를 즐겨 읽었던 유년 시절이 나온다. 도킨스가 가장 좋아하는 우드하우스의 작품은 ‘지브스 시리즈’에 속한 『설교 핸디캡 소동』(The Great Sermon Handicap)이다. 이 단편 소설은 1,000쪽이 넘는 우드하우스의 작품 선집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에 수록되었고, 번역된 제목은 『설교 대회』다.

















* [절판] 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옮김 《악마의 사도: 도킨스가 들려주는 종교, 철학 그리고 과학 이야기》 (바다출판사, 2015년)




도킨스는 애덤스의 이른 죽음을 매우 안타까워했던 과학자다. 그는 자신의 칼럼과 강연문을 모아 놓은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에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의 서문을 포함하면서 애덤스를 다시 한번 추모했다. 도킨스는 애덤스가 세상을 떠난 날에 조문(弔文)을 썼고,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에도 실렸다. 이 글은 『더글러스 애덤스를 추억하며』(Lament for Douglas Adams)라는 제목으로 《악마의 사도》에 수록되었다.


대부분 독자는 애덤스를 ‘코믹 SF를 쓴 작가’로 기억한다. 하지만 애덤스의 참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도킨스는 그런 평범한 문장 한 줄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도킨스가 만난 애덤스는 매력이 풍성하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 과학을 과학자보다 재미있게 표현하는 작가, 과학을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과학에 해박한 작가, 진화론을 잘 아는 작가, 생물다양성을 강조한 동물권 운동가, 우주로 간 우드하우스, 어린이의 호기심을 가진 어른.









[주]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는 ‘홍시’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것을 다시 출간한 책이다. 그래서 두 출판사 번역본의 역자가 같은데, 역자는 ‘P. G. 오드하우스’로 표기했다.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와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의 출판사는 ‘현대문학’이다. 전자의 책은 2024년에, 국내 유일의 우드하우스 단편 선집은 2018년에 출간되었다. 현대문학 출판사 소속 편집자는 ‘P. G. 오드하우스’를 ‘P. G. 우드하우스’로 고치지 않았을까? 


편집자가 역자의 표기를 존중한 것일까, 아니면 재출간하면서 교정을 안 한 것일까? 


아무튼 ‘오드하우스’ 표기가 너무나 신경이 쓰여서(bother) 애덤스, 도킨스, 우드하우스, 이 BBC 3S의 연결 고리에 관한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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