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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獨子)적인 독자(讀者)




인간의 학명(學名)은 ‘슬기로운 사람(Homo sapiens)’이다. 이 학명은 인간만 쓸 수 있는 별명이 되었다. 호기로운 인간은 동물들 앞에서 꺼드럭거린다. “넌 동물이고, 난 인간이야.” 우리는 지구상 유일한 이성적 존재이며 언어를 쓰고 있어서 동물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학명이 어울리지 않는 헛똑똑이다. 종종 어리석은 판단을 내려서 화를 자초한다. 가짜 정보에 잘 속는다. 우리는 항상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슬기로운 사람은 동물이 아니라는 착각. 이런 착각을 학술 용어로 ‘종차(種差)’라고 한다.


재미있게도 우리는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외계 생명체를 ‘외계인’으로 가정한다. 우리가 만나고 싶은 외계인은 인간의 모습과 흡사하며 우리처럼 비슷하게 생활한다. 외계인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똑똑한 외계인을 우러러본다. 그래서 아득한 옛날에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이 고대 사람들에게 현대 문명에 걸맞은 엄청난 기술을 전수했다고 주장한다. 초고대 문명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페루의 나스카 지상화(땅에 그려진 거대한 그림들)가 외계인과 고대 사람들의 합작품으로 보인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718번째 책]


[대구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 ‘초여름 밤 SF’ 7월의 SF, 추천 독자 겸 모임장: 김성현]


* 더글러스 애덤스, 김선형 · 권진아 함께 옮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책세상, 2005년, 합본)


* 더글러스 애덤스, 김선형 · 권진아 함께 옮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책세상, 2004년)


* 더글러스 애덤스, 김선형 · 권진아 함께 옮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4》 (책세상, 20045년)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Adams)는 동물보다 똑똑하다고 거만하게 굴면서 외계인을 ‘우주의 슬기로운 사람’으로 추앙하는 인간의 착오를 풍자한다. 애덤스의 대표작인 코믹 SF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약칭 ‘히치하이커’) 1권의 23장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는 우화(寓話)다.


지구에 사는 인간들은 자신들이 돌고래보다 지능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돌고래가 인간보다 지능이 높다. 돌고래들은 지구가 ‘보곤(Vogon)’이라는 외계 종족에 의해 파괴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착한 돌고래들은 인간들에게 경고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인간들은 언어가 없는 돌고래의 의사소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돌고래들은 지구인들에게 경고하는 것을 포기하고, 지구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남긴다. 돌고래들은 뒤로 두 번 공중제비를 돌면서 고리를 통과하고, 행진곡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 and Stripes Forever)>를 휘파람으로 분다. 돌고래의 마지막 메시지를 인간의 언어로 해석하면 이렇다.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So Long, and Thanks for All the Fish)



돌고래의 마지막 메시지는 《히치하이커》 4권의 부제가 된다.


《히치하이커》가 라디오 드라마로 처음으로 공개된 1970년대 중후반에 살았던 사람들은 고래가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난 동물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그렇지만 고래를 오랫동안 관찰한 과학자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 칼 세이건 · 앤 드루얀 · 린다 살츠먼 세이건 외, 김명남 옮김 《지구의 속삭임》 (사이언스북스, 2016년)




라디오 드라마 버전 《히치하이커》가 방송되기 일 년 전인 1977년에 고래의 뛰어난 지능이 처음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해에 미국은 우주 탐사선 보이저(Voyager) 1호와 2호를 발사했다. 두 대의 탐사선에 ‘지구의 소리(The sounds of earth)’라는 이름이 붙여진 골든 레코드(Voyager Golden Record)가 실려 있었다.







골든 레코드는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외계 생명체에게 보내는 ‘지구인들의 마지막 메시지’다. 골든 레코드에 지구와 모든 생명체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다. 한국어 ‘안녕하세요’를 포함한 55가지 언어의 인사말, 지구에 살면 들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소리, 지능이 높은 외계 생명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녹음되었다.




























* 칼 세이건, 홍승수 옮김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006년)

 

* 앤 드루얀, 김명남 옮김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사이언스북스, 2020년)

 

* 칼 세이건 · 앤 드루얀 함께 썼음, 이상헌 옮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북스, 2022년)

 

* 칼 세이건 · 앤 드루얀 함께 썼음, 김혜원 옮김 《혜성》 (사이언스북스, 2016년)




골든 레코드 개발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는 칼 세이건(Carl Sagan)이다. 기술 감독은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외계 생명체(외계 문명)의 수를 계산한 ‘드레이크 방정식’을 제안한 프랭크 도널드 드레이크(Frank Donald Drake)다. 창작 감독은 세이건과 함께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Cosmos)를 제작한 앤 드루얀(Ann Druyan), 레코드에 실릴 인사말을 구성하는 작업은 린다 살츠먼 세이건(Linda Salzman Sagan)이 맡았다. 







1981년에 세이건과 린다는 이혼했고, 세이건은 ‘이미 오래된 연인’ 앤 드루얀과 재혼했다. 드루얀과 세이건은 《혜성》(Comet, 1985년),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Shadows of Forgotten Ancestors, 1992년, 국역본: 김동광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8년),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The Demon-Haunted World, 1995년)을 함께 썼다. 2014년, 드루얀은 다큐멘터리의 후속작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Cosmos: Possibl Worlds)을 만들었다. 진행자는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이다. 


















*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노승영 옮김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 경이로운 소리들, 진화의 창조성, 감각의 멸종 위기》 (에이도스, 2023년)




고래의 소리를 레코드에 포함하자고 제안한 사람은 드루얀이다. 그녀는 고래를 동물이 아닌 ‘인간과 함께 지구를 공유하는 지적인 이웃들’이라고 생각했다. 드루얀은 고래들을 존중하는 의미로, 고래의 인사말을 정치가들과 외교관들의 인사말 사이에 끼워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루얀의 생각에 공감한 해양생물학자 로저 페인(Roger Payne)은 자신이 버뮤다 앞바다에서 녹음한 혹등고래의 소리가 아름답다면서 추천했다. 








로저 페인은 아내 캐서린 페인(Katharine ‘Katy’ Payne)과 함께 버뮤다에서 혹등고래의 소리를 녹음했다. 부부는 혹등고래의 소리에 인간의 소리처럼 반복 구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혹등고래의 소리를 ‘노래’라고 주장했다. 로저 페인은 고래잡이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혹등고래의 소리를 모아서 편집한 음반을 발표했다. 음반 제목은 <혹등고래의 노래>(Songs of the Humpback Whale)다.







세이건도 드류얀의 생각에 동의했다. 골든 레코드에 실린 혹등고래의 노래는 UN 대표들의 인사말 다음에 나온다. 세이건의 표현대로 혹등고래는 ‘지구에서 우주로 인사말을 보낸 지적인 종’이 되었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107번째 책]

* 허먼 멜빌, 김석희 옮김 《모비 딕》 (작가정신, 2024년)


* 허먼 멜빌, 강수정 옮김 《모비 딕》 (열린책들, 2013년)




애덤스는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다음으로 고래에 관심이 많은 작가다. 멜빌의 소설 《모비 딕》에 나오는 흰고래 모비 딕은 실제로 포경선을 침몰시킨 ‘모카 딕(Mocha Dick)’이라는 향유고래를 모티프로 했다. 《히치하이커》 1권 18장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향유고래가 등장한다. 《히치하이커》의 향유고래는 자신의 몸을 관찰하면서 신체 부위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인다(‘이걸 내 배라고 부르자’, ‘이건 꼬리라고 부르자.’). 향유고래가 생각하면서 하는 말은 《모비 딕》의 유명한 첫 문장이자 작중 화자 이스마엘의 대사 첫 마디(‘Call me Ishmael.’)를 패러디한 것이다.

















* 더글러스 애덤스 · 마크 카워다인 함께 썼음, 강수정 옮김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히치하이커와 동물학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프로젝트》 (현대문학, 2024년)




애덤스는 멸종위기 동물들을 보호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환경 운동가였다. 그는 고래 도감을 만든 동물학자 마크 카워다인(Mark Carwardine)과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멸종위기 동물들을 만나는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두 사람의 여행기는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라는 제목의 책이 되었다. 이 책에 중국에 간 애덤스와 카워다인이 양쯔강돌고래의 소리를 녹음하면서 겪은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을 처음 방문한 애덤스는 온갖 소음에 엄청나게 괴로워하는데, 그는 청각이 유독 발달한 양쯔강돌고래도 중국인들이 만든 소음에 괴로워할까 봐 우려한다.


















* 톰 머스틸, 박래선 옮김 《고래와 대화하는 방법: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과 이야기하는 과학적인 방법》 (에이도스, 2023년)

 


그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고래가 소리를 내면서 주변에 있는 동족들과 대화를 주고받는다. 고래는 청각이 유독 뛰어나서 메아리 형태로 나타나는 바닷속의 소리를 감지한다. 고래를 잘 모르는 인간은 모든 고래의 소리가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귀는 고래 소리의 높낮이를 느끼지 못한다. 고래 소리의 높낮이는 사투리와 비슷하다. 고래 박사들은 소리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고래를 ‘소리 종족(vocal clan)’이라고 부른다. 바다 위를 지나가는 배와 바닷속을 돌아다니는 잠수함에서 나는 소리는 고래들의 대화를 방해하는 소음이다. 청각이 예민한 고래는 배가 지나가면서 생기는 소리를 동족이 내는 소리로 착각한다. 고래는 대화를 시도하려고 배에 접근한다. 고래를 잘 모르는 우리는 고래가 배만 보면 공격성을 드러내는 난폭하고 무식한 동물이라고 오해한다.







고래도 인간처럼 말한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볼 정도로 똑똑하다. 고래는 지구에 사는 동물이 아니다. 우리보다 영리한 지구의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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