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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獨子)적인 독자(讀者)




2년 만에,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방문객도 많은 서울국제도서전(약칭 ‘국도’)에 갔다. 이 글은 출판사 부스가 있는 곳에 입장하기 위해 줄 서서 기다렸을 때 썼다.















* 이창현 · 유희(그림)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2018년)

 

* 이창현 · 유희(그림)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 (사계절, 2023년)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책보다 굿즈를 판매하는 출판사들이 많아진 국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누군가는 국도에 간 사람들을 ‘진정한 독서인’이 아니라고 했다. 어떤 기자는 국도를 겨냥해서 ‘돈맛에 매몰된 도서전’이라고 표현했다.


국도의 운영 방식을 살펴보면 출판인과 독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문제점이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해서 국도에 참여한 출판인을 ‘돈맛’에 빠진 사람인 것처럼 매도하는 비난은 틀렸다. 도서전 예매에 성공한 사람들을 ‘굿즈 마니아’라고 비아냥거리는 시선 또한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국도에 ‘책(의) 맛’을 보러 오는 독자들이 찾아온다. ‘책 맛’을 아는 독자는 자기가 특별히 관심 있는 출판사가 만든 책들을 구매하거나 읽는다. 이런 독자들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나 전집을 사서 모은다.


올해 국도에 참가한 출판사 중에 내가 주목한 출판사는 ‘까치(까치글방)’와 ‘워크룸프레스’다. 까치는 1977년에 설립된 인문 ·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다. 철학, 과학, 역사,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만들었고, 지금도 팔리는 스테디셀러도 여러 권이다. 올해 49세인 까치가 국도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까치 출판사의 책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과거의 책들은 ‘까치글방’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내가 가지고 있는 까치 출판사의 책들은 주로 서평을 쓰기 위한 참고 자료가 되었다. 그래서 아주 조금만 읽은 책들이 많다.















* [결정판] 스티븐 호킹, 김동광 옮김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까치, 2021년)

 

* [개정판] 빌 브라이슨, 이덕환 옮김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 (까치, 2026년)

 

* [제4판] 토머스 새뮤얼 쿤, 김명자 · 홍성욱 옮김 《과학혁명의 구조》 (까치, 2021년)




까치 출판사는 스테디셀러가 된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토머스 S. 쿤(Thomas S. Kuhn)의 《과학혁명의 구조》 등을 펴냈다.















* 브라이언 클레그, 제효영 옮김 《책을 쓰는 과학자들: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을유문화사, 2025년)




과학자들이 쓴 과학 도서들의 역사를 정리한 브라이언 클레그(Brian Clegg)의 《책을 쓰는 과학자들》에 까치 출판사가 자랑하는 스테디셀러 과학 도서 3권이 언급된다.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는 물리학 개념의 배경 설명이 부족하고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닌데도 가장 많이 팔린 대중 과학책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기록을 깬 과학책이 2003년에 나온 《거의 모든 것의 역사》다.







까치는 과학 도서를 꾸준히, 잘 만드는 출판사다. 과학 주제가 다양하다. 물리학(아인슈타인, 양자역학), 화학(로얼드 호프만), 수학, 우주론(킵 손), 생물학(닉 레인), 동물학(데이비드 애튼버러, 데즈먼드 모리스), 의학(싯다르타 무케르지) 분야의 책들을 펴냈다. 
















* 아닐 아난타스와미, 노승영 옮김 《기계는 왜 학습하는가: AI를 움직이는 우아한 수학》 (까치, 2025년)

 

* 댄 레빗, 이덕환 옮김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세계》 (까치, 2024년)

 

* 데이비드 애튼버러, 이한음 옮김 《경이로운 지구의 생명들》 (까치, 2023년)
















* 빌 브라이슨, 이한음 옮김 《바디: 우리 몸 안내서》 (까치, 2020년)

 

* [개역판] 로얼드 호프만, 이덕환 옮김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까치, 2018년)

 

* [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 옌 웡 함께 썼음, 이한음 옮김 《조상 이야기: 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까치, 2018년)

 















* [절판] 데이비드 보더니스, 이덕환 옮김 《아인슈타인의 일생 최대 실수》 (까치, 2017년)

 

* 케네스 W. 포드, 이덕환 옮김 《양자: 101가지 질문과 답변》 (까치, 2015년)

 

* 킵 손, 전대호 옮김 《인더스텔라의 과학》 (까치, 2015년)

 













* [절판] 데이비드 애튼버러 · 에롤 풀러 함께 썼음, 이한음 옮김 《낙원의 새를 그리다: 극락조의 발견, 예술, 자연사》 (까치, 2013년)

 

* [절판] 빌 브라이슨 엮음, 이덕환 옮김 《거인들의 생각과 힘: 과학과 왕립 학회 이야기 》 (까치, 2010년)

 

* [절판] 리처드 포티, 박중서 옮김 《런던 자연사 박물관》 (까치, 2009년)



김동광, 김명남, 노승영, 이덕환, 이한음, 전대호, 홍성욱과 같은 번역 경험이 많은 번역자들이 까치 출판사의 과학책들을 만들었다. 물론, 번역자들도 사람인지라 오역하거나 오탈자를 못 고칠 때가 있다.















* 그레이엄 핸콕, 이경덕 옮김 《신의 지문: 사라진 문명을 찾아서》 (까치, 2017년)

 

* 그레이엄 핸콕, 이종인 옮김 《신의 사람들: 사라진 문명의 전달자들, “신의 지문”의 속편》 (까치, 2016년)




그런데 까치 출판사는 외계인이 고대 문명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그레이엄 핸콕(Graham Hancock)의 책들도 펴냈다. 현재 판매 중인 핸콕의 책은 그의 대표작 《신의 지문》과 속편 《신의 사람들》이다. 나머지 책들은 절판되었다. 《신의 사람들》의 번역자는 이종인이다. 핸콕의 초고대 문명설은 과학적 검증이 불가능하고, 근거가 빈약하다. 핸콕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재미있는 SF 소설로 인식하면서 읽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핸콕의 견해를 너무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은 과학적 사실과 역사를 모조리 부정한다. 국도 부스에 있는 까치 출판사 관계자를 만난다면 한 번 물어보고 싶다. 핸콕의 책이 지금도 잘 팔리냐고.







워크룸프레스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편집자가 함께 만든 출판사다. 그래서 전시 포스터와 다른 출판사의 책 표지를 만드는 일에 참여한다. 이 출판사가 기획한 ‘제안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 문학 작품들을 모아 놓은 세계 문학 총서다.
















* D. A. F. 사드, 성귀수 옮김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 (워크룸프레스, 2014년, 사드 전집 1)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50번째 책]

* D. A. F. 사드, 성귀수 옮김 《소돔 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 (워크룸프레스, 2018년, 사드 전집 2)

 

* D. A. F. 사드, 성귀수 옮김 《알린과 발쿠르 혹은 철학 소설》 (워크룸프레스, 2025년, 사드 전집 3)




워크룸프레스는 국내 유일의 ‘사드(Sade) 전집’을 출간하고 있다. 인류애를 망가뜨리는 극단적인 에로티시즘을 표현한 사드의 문학 작품은 여전히 금서로 취급된다. ‘괴도 아르센 뤼뺑(Arsene Lupin) 시리즈’ 번역으로 유명한 번역자 성귀수가 혼자서 사드 전집 번역을 하고 있다. 








출판사가 계획한 사드 전집은 총 1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3권이 번역되었다. 사드 사후 200주년이었던 2014년에 처음 1권이 출간되었는데, 출간 속도가 더딘 편이다.







※ TMI: 성귀수 번역의 ‘아르센 뤼뺑 시리즈’를 처음 만든 출판사가 까치다. 까치 출판사 부스 바로 옆에 워크룸프레스 출판사 부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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