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지구의 주인도, 이 세상의 주인도 아니다. 그러나 지구를 함부로 대하는 버릇은 여전하다. 돈이 될만한 자원을 찾느라 지구 여기저기 들이쑤신다. 지구가 아파하자, 위기를 느낀 인간은 건강한 제2의 지구를 찾는다.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인간은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주 식민지 시나리오’를 제안했다.[주1] 지구를 떠난 인간은 달이나 화성에 정착하면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 수 있다. 우주를 점령한 우주인은 우주의 주인이다.

우주(宇宙)는 거대한 집(宇宙)이다.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우주에서 온 별의 먼지로 만들어진 별의 자녀들이다. 밤하늘의 별을 올려보는 것은 아득한 집을 구경하는 것이다. 우주여행은 대기를 뚫고 아득한 집을 방문하는 일이다.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와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우주여행을 해본 부호들이다. 자칭 우주인들은 우주를 개척하려고 한다. 인간은 우주의 주인(우주인)이 될 수 있을까?
대부분 과학자는 우주여행을 주제로 대화하기 시작하면 과학적 회의주의자( Scientific Skeptic)가 된다. 과학적 회의주의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한다. 대중과 언론이 민간 우주여행에 열광하고 있을 때 과학적 회의주의자는 우주여행 광풍의 이면에 주목한다.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은 과학적 회의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천체물리학자다. 그가 생각하는 과학의 목표는 어떤 견해와 무관하게 우주의 진실을 찾는 것이다.[주2] 과학은 증거에 기반한 학문이다. 과학에서 진실을 확인하는 기준은 객관적인 자료다. 과학자도 인간이라서 오류에 빠지며 편견을 피할 수 없다. 열의에 차 있는 과학자의 견해는 검증되어야 한다.

타이슨의 책 《무한 그 너머로》(To Infinity and Beyond: A Journey of Cosmic Discovery, 2023년)는 우주여행 광풍에 가려진 우주의 진실을 보여준다. 그는 베이조스와 브랜슨이 홍보한 우주여행을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대중은 우주선에 탑승해서 지구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우주여행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우주의 경계가 제각각 달라서 우주선을 타고도 우주여행이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구 대기권의 경계는 미터 단위로 깔끔하게 나눌 수 없다. 편의상 킬로미터를 쓰고 있지만, 대기와 우주를 명확히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해서 만장일치로 결정되지 않았다. NASA가 규정한 우주의 경계는 해발 80킬로미터 이상이다. 두 억만장자는 NASA가 공인한 우주의 경계에 도달하지 못해서 우주인이 아니다.
일생에 단 한 번, 우주여행을 할 기회가 없는 대중은 과학소설과 SF 영화를 보면서 간접적으로 우주를 체험한다. 하지만 과학소설과 SF 영화 속 우주는 실제 우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타이슨은 우주를 묘사한 과학소설과 영화에 나온 특정 장면을 언급하면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검토한다.
소설 원작의 영화 <마션>(The Martian, 2015년)에 우주인을 날려 버리는 화성의 모래 폭풍이 나온다. 타이슨은 위력적인 화성의 모래 폭풍이 ‘옥에 티’라고 지적한다. 실제 화성의 모래 폭풍은 산들바람 수준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과학적이지 않은 장면을 지적하면서 영화를 보는 방식에 반감을 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과학소설에 대한 칼 세이건의 견해를 들어보자. 그는 과학적인 사실이 제대로 반영된 과학소설이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과학을 공부하는 데 유용한 교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이건은 과학 이론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왜곡한 과학소설을 경계한다. 독자들에게 잘못된 과학 지식을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기 때문이다. SF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각본가는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과학적 사실을 약간 무시할 수 있다. 그렇지만 SF 영화에 엉터리 과학이 인상 깊게 나오면 관객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계속 언급되면 사실로 굳어진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과학소설 마니아다. 과학소설이 그들을 과학자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과학소설에 나온 어설픈 묘사가 아쉽다고 지적해도 과학소설을 절대로 깎아내리지 않는다. 우주여행을 주제로 한 SF 영화는 과학자들에게 자문하면서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 감독의 SF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다. <인터스텔라> 자문을 맡은 킵 S. 손(Kip S. Thorne)은 절친한 호킹과 함께 블랙홀을 연구한 천체물리학자다. 이 영화에서 우주인들은 망가진 지구를 대체하는 행성을 찾으러 떠난다. 우주여행은 토성 근처에 열린 웜홀(wormhole)에서 시작된다. 웜홀이란 서로 다른 두 시공간(우주)을 잇는 가상의 통로다. 웜홀을 통과하면 멀리 떨어진 항성에 최대한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웜홀을 통한 우주여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킵 손의 조언 덕분에 거대 블랙홀 ‘가르강튀아(Gargantua)’가 실감나게 묘사되었다.
인간에게 우주는 오래된 별 먼지들이 떠도는 아득한 집(宇)이고, 아늑하지 않은 집(宙)이다. 우주의 미세 먼지는 탐사선의 수명을 닳게 만든다. 그리고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인간이 제2의 지구에 정착하려면 미세 먼지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미세 먼지 앞에 힘을 못 쓰는 인간은 우주인이 될 수 없다. 우주의 주인도 아니다.
우주가 뭔지 모르는 인간은
무지하고 유한한 먼지다.
책의 우주를 떠도는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주1] 스티븐 호킹, 배지은 옮김,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까치, 2019년), 8장 「우리는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어야 하는가?」
[주2] 닐 디그래스 타이슨, 배지은 옮김, 《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 천체물리학자의 우주, 종교, 철학, 삶에 대한 101개의 대답들》 (반니, 2020년, 절판), 126쪽.
* 13쪽

이 작은 우주탐사선[보이저 1호]에는 지구와 지구 생명체들의 소리와 노래, 우연히라도 만나게 될 외계 존재에게 건네는 인사말, 고독한 우리를 제발 구원해 달라는 인류의 애원을 담은 황금 레코드가 실려 있다. [주3]

[주3] 칼 세이건과 그의 아내 앤 드루얀(Ann Druyan)은 보이저 1호와 2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 개발에 참여했다. 《지구의 속삭임》(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6년)은 골든 레코드 프로젝트에 합류한 과학자들의 증언과 골든 레코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세하게 정리한 책이다.
* 43쪽

기상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제임스 글레이셔가 전문 열기구 비행사인 헨리 트레이시 콕스웰과 함께 목숨을 건 항공 실험을 진행했다. [중략] 1871년에 출간한 자신의 책 『대기 속 여행』[주4]에서 글레이셔는 물었다. “대기라는 바다의 파도. 그것은 이름 없는 해변에서 화학자, 기상학자, 물리학자들의 손으로 찾아낼 수천 가지 발견을 담고 있지 않을까?”
[주4] 『대기 속 여행』의 번역본은 《열기구 조종사: 하늘길 여행자 에어로너츠》(정탄 옮김, 아라한, 2020년)이다. 정탄은 《러브크래프트 전집》(전 7권, 황금가지, 2009년, 2012년, 2015년)을 번역한 정진영의 필명이다.
* 86쪽

영화 <그래피티>[주5]는 캐슬러 효과라고 부르는 이 참사를 정확하게 묘사했다. 물론 잘못 묘사한 점도 있다. 샌드라 블록의 앞머리는 무중력상태인 궤도에서 자유롭게 흩날려야 했는데 영화에서는 눈썹 위에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주5] 그래비티(Gravity)의 오자.
* 204쪽

아서 코넌 도일의 1913년 작 단편소설 「하늘의 공포」[주6]에는 우주비행사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날아다니는 거대한 해파리가 나온다.
[주6] 코난 도일(Conan Doyle)의 단편 과학 소설 세 편을 모은 《마라코트 심해》(이수현 옮김, 행복한책읽기, 2014년, 절판)에 수록되어 있다.
* 254쪽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는 1848년 에세이 『유레카』[주7]에서 올베르스의 역설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천문학자들이 그 역설을 풀기 위해 수십 년 간의 축적된 자료가 필요했던 시기에 소설가가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주7] 번역본: 에드거 앨런 포, 노승영 옮김, 《유레카》 (읻다, 2022년)
* 279쪽

에드윈 허블의 책 『성운의 왕국』[주8]
[주8] 번역본: 에드윈 허블, 장헌영 옮김, 《성운의 왕국》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년)
* 371쪽 (더 읽을거리)

Galilei, Galileo, Sidereus Nuncius, 1610.
― Dialogus de systemate mundi, 1641. [주9]
Newton, Isaac, Philosophiæ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1687.
[주10]
[주9] <Sidereus Nuncius> 번역본:
갈릴레오 갈릴레이, 장헌영 옮김, 《갈릴레오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승산, 2009년), 구판: 장헌영 옮김,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갈릴레이의 천문 노트》 (승산, 2004년).
<Dialogus de systemate mundi> 번역본:
갈릴레오 갈릴레이, 이무현 옮김, 《새로운 두 과학: 고체의 강도와 낙하 법칙에 관하여》 (사이언스북스, 2016년).
[주10] <Philosophiæ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번역본:
아이작 뉴턴, 박병철 옮김, 《프린키피아》 (휴머니스트, 2023년).
아이작 뉴턴, 배지은 옮김, 버나드 I. 코헨 해설, 《프린키피아: 해설서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승산, 2023년).
* 372쪽 (더 읽을거리)

『블랙홀에서 살아남는 법』, 유유, 2020. [주11]
[주11] 번역본 출간 연도는 202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