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B-V의 죽음
안나 아흐마토바
1940년
향로의 향 대신에, 무덤 위 장미꽃 대신에
여기 당신께 보내는 내 선물이 있다.
당신은 거칠게 살았고, 끝까지
모든 것을 무시하고 장엄하게 살았다.
당신은 술을 마셨고, 아무도 못 할 농담을 즐기고,
영혼의 벽 속에서 괴로워했다.
그리고 당신은 무서운 손님을 마음속에 들이고
함께 외롭게 남아 있었다.
지금 당신은 가고, 당신의 숭고한 슬픈 삶에 대해
주변의 모든 이가 침묵한다.
플루트 같은 내 목소리만
당신의 조용한 장례식에서 노래 부르리라.
내가 미쳐, 죽어 버린 날들의 애도가이며,
내가 느리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 연기만 나게 하는 것을
오, 누가 감히 믿겠는가,
모든 것을 상실하고 모든 이를 잊어버린 나는
힘과 의지와 찬란한 생각으로 가득 찬,
마치 어제 죽기 전에 고통의 떨림을 감추고
나와 잡담하는 듯했던 인간을 기억해야만 한다.
* [절판] 안나 아흐마토바, 조주관 옮김 《주인공 없는 서사시》 (새미, 2003년)
* [절판, No Image] 안나 아흐마또바, 조주관 옮김 《자살하고픈 슬픔: 안나 아흐마또바 시선집》 (열린책들, 1996년)
안나 아흐마토바(Anna Akhmatova)는 러시아의 시인이다. 스탈린(Joseph Stalin) 정권의 탄압을 받으면서 시집 출판이 금지당한다. 스탈린에 복종한 작가와 비평가들은 아흐마토바를 ‘인민의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한다. 설상가상 전 남편은 반혁명 분자로 처형당하고, 아들은 수용소에 갇힌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2월의 세계 문학]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609번째 책]
* 미하일 불가코프, 정보라 옮김 《거장과 마르가리타》 (민음사, 2010년)
* 미하일 불가코프, 홍대화 옮김 《거장과 마르가리따》 (열린책들, 2009년)
혹독한 시련을 겪은 아흐마토바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미하일 불가코프(Mikhail Bulgakov)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당시 불가코프도 스탈린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작가라서 소설을 출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출판할 수 없는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아내 옐레나(Elena)와 함께 쓰고 있었다. 그래도 불가코프는 스탈린에게 완전히 버림받은 상황이 아니었고, 스탈린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었다. 불가코프는 아흐마토바의 아들의 석방을 바라는 탄원서를 보낸다.


아들은 스탈린이 죽은 1953년에 석방되고, 아흐마토바는 다시 시집을 출판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흐마토바를 도와준 불가코프는 1940년 3월 10일에 세상을 떠났다. 아흐마토바는 불가코프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그를 애도하는 마음을 담은 『M. B-V의 죽음』이라는 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