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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매의 서재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 노한동
  • 16,200원 (10%900)
  • 2024-12-26
  • : 34,265
”나는 저작권국에서 서기관으로 승진을 한 이후 인사과에 잔류를 희망했다. 하지만 인사과에서 돌아온 대답은 엉뚱하게도 대통령실로 파견을 가라는 명령이었다.“ (p.239)

아니, 온갖 고비를 넘기고 10년이나 직장생활을 한 사람이 왜 그만두고 나왔을까, 어쨌든 본인도 10년이나 생활한 곳을 어쩜 이렇게나 비판할 수 있나 너무나 궁금했는데, 서기관 승진과 동시에 뛰쳐나온 이유가 있었네.

솔직히 읽는 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건들이 왜 그랬었는지 이유를 생각하게 되고, 국민들의 정서와 다른 일들이 공직사회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이유를 알게 되니 자꾸만 읽다가 멈출 수밖에...

저자의 표현을 빌려 나도 ‘감히 말하건대’ 이 책을 고위직 공무원이나 정책 결정권자 또는 저자가 비관적으로 보는 현재의 장관이나 차관들이 보고 그들이 스스로 문제를 느끼지 않는 이상 공무원들은 현재도 미래에도 그저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이 거짓말인지도 모른 상태로 일할것 같다.

공직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는 굳이 이 책이 아니라도 모르는 국민들은 드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반 국민들은 짐작만 하는 아주 사소한 문제들부터 국민들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정책 결정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세상 밖으로 꺼내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공직에서 10년이나 일한 사람이 하는 말이니 얼마나 신뢰가 가겠는가...

토론이 아닌 일방향의 소통(위로부터의 지시와 아래로부터의 보고)이 난무하고, 문제 해결이 아니라 깔끔한 문서 작성에만 방점을 둔 보고서들이 생산되고, 국장이나 과장을 ‘모셔야만 하는’ 일들이 당연하다는 듯 비중있는 업무로 다뤄지며, 엉뚱한 곳이 행정력을 낭비하게 만드는 행태들이 만연한 공직사회의 민낯...

188쪽의 한 문단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행정력을 쏟아붓고, 정책 목표와는 무관한 헛된 일에 시달리는 동안 정부는 정작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여기에 선악 구도를 만드는 데 능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 행동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그들은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고 단기적인 이슈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와 공직사회의 자원은 끝없이 낭비된다.”

곳곳에 등장하는,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대놓고 욕하는 부분들은 실눈뜨고 본다 치고... 그래도 자신이 몸담았던 곳에 대해 이렇게 비판적으로 글을 쓴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며 저자 덕분에 공직사회가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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