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enammae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나이트 러닝
- 이지
- 13,500원 (10%↓
750) - 2022-11-07
: 211
아무래도 표제작에 관심이 많이 가고,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나이트 러닝』이라... 밤에 왜 달리는지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살짝 난해한 앞부분 몇페이지를 넘기면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한밤중 불이 난 언덕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의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죽은 연인이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의 왼쪽 팔을 자른 잔느는 매일 자라나는 팔을 매일 잘라내다 못해 쌓인 팔을 태우던 중 언덕에 불을 냈다... 기상캐스터 합격자 발표 기사의 사진을 바꿔달라고 하는 여자는 그리운 사람이 자신의 변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까봐 걱정이 한가득이다.
📝 한쪽 팔을 잘라서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저는 양쪽 팔을, 다리를 다 잘랐을 거예요. p.31
📝 살아있다면 일단 찾아야죠. 죽었다면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요? 저는 꼭 찾을 거예요. 찾아서 이번에는 내가 아빠를 버릴 거예요. 그래야 공평하잖아요. p.32
여덟편의 이야기에는 '결핍', '불안', '상실'로 대표되는 상황들이 등장한다. 연인을 잃고(『나이트 러닝』), 엄마를 잃고(『슈슈』), 고모와 동생을 잃고(『얼룩, 주머니, 수염』), 친구를 잃고(『우리가 소멸하는 법』), 눈알을 잃고(『모두에게 다른 중력』), 잃어버린 젊음을 아쉬워하고(『대리석 궁전에 사는 꿈을 꾸었네』), 또 엄마를 잃고(『곰 같은 뱀 같은』), 할머니를 잃기 직전이다(『에덴-두 묶음 사람』).
그럼에도 주인공들은 상실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극복해나간다.
📝 나는 두 묶음 사람이고 어디선가 연락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혼자 해보기로 했다. -중략- 그리고 어디선가 연락이 오면 좋겠다. 내가 에덴에 있는 동안. p.271
동시에 나는 각 단편들에게서 '그리움'이라는 감정도 찾아냈다. 작가의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또한, '상실'의 상황들이 이어지지만 이야기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혼자가 아니다. 가족이든 친구든 제자든 여행에서 만난 사람이든, 누군가와 함께 한다. '희망'이라는 것도 떠올려볼 수 있겠다.
아무튼, 이렇게 또 낯선 작가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봤다. 새로운 분위기의 작품들을 읽어보는 경험은 언제나 설레지만, 그만큼 긴장하기도 한다. 그렇게 아주 조금의 긴장과 아주 많은 기대감을 갖고 읽어본 여덟편의 단편들은 잘 읽히면서도 다시 앞으로 돌아가 한번 더 훑어보게 하는 묘한 끌림이 있었다. '재미'라는 말로 전체를 포장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느낌의 소설을 읽었다는 '만족감' 만큼은 충만했던 시간이었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