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말을 부수는 저항의 말이 많아지기를...
haenammae 2022/10/0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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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부수는 말
- 이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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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2-09-30
: 2,472
🔖권력의 말을 부수는 저항의 말이 더 많이 울리길 원한다.
책 제목과 부제에서 이 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짐작은 했다. 저자인 이라영 이라는 이름에서 그 짐작이 어느 정도 맞겠다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첫페이지를 펼쳤다. 한 문장, 한 문장 열심히 옮겨적을 준비를 하고...
(그렇지만, 얼마 못가 옮겨적는 것을 포기했다 . 책 한권 전체를 옮기기엔 넘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말은 혐오의 언어로, 또 어떤 말은 저항의 언어이고, 또 다른 말은 권력의 언어이기도 하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사용하는지, 누구를 지칭하는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에 따라 그 쓰임새는 너무나 다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저자는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말'은 '스물한개'이다. 고통, 노동, 시간, 나이 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아름다움.... 고통으로 시작해서 아름다움으로 끝나는 이 책의 전개방식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그리고 어떻게 보면 관련이 없어보이는 단어들로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갈까 궁금했지만, 일단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읽어간다.
이런 식이다. <고통> 편에서는 창작의 고통을 출산의 고통에 비유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여성의 역할과 여성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착취, 예술과 여성을 연결하며 성폭력으로 마무리한다. <시간> 편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라고 하면서 그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택배(배달)노동자와 장애인 그리고 성전환자의 시간을 말한다. <지방> 편에서는 수도권과 지방의 차별을 이야기하면서 쓰레기, 기후변화, 부동산 정책, 문화적 소외 그리고 사투리까지 끌어온다.
이쯤되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그냥' 쏟아낸 책은 아닌 것이 확실해졌다.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들과 문제되는 것들을 두루두루 건드린다. 물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말'을 둔다. '말'로 이렇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깊이 있게 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억울함> 편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났다. 억울함이라는 단어가 왜 이 책에 등장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타인의 고통과 억울함에 대한 공감이 없는 공정은 오직 나의 억울함에 대한 집착으로 향한다. 이 집착은 개인의 억울함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분풀이를 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억울함은 폭력을 낳는다.
<망언> 편에도 재밌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써있다.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면 윤석열은 매번 자신의 발언이 왜곡되었으며 자신의 의도는 그렇지 않다고 억울해한다.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사람들을 나무란다. 다시 말해, 상호소통의 의지가없다. 내가 틀렸을 리 없다는 확신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망언은 정치가 된다.
읽어본 사람만 알 수 있을거다. 한 권의 책에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그 덕분에 저자의 생각은 조금 더 효율적으로 전달된 것 같다. 물론 저자의 '생각'이 한가득 담겨 있는 글이라 모든 생각에 공감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한번 정도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책 읽기 전과 후, 나도 조금은 달라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아름다움>까지 읽고 나서 다시 '작가의 말'에 쓰인 문장을 떠올려본다.
🔖고통을 통과한 언어가 아름다움을 운반하기를. 그 아름다움이 기울어진 정의의 저울을 균형 있게 바꿔놓기를. 이 세계의 모든 고통받는 타자들이 관계의 대칭에 의해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의 주체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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