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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매의 서재
  • 카지노 베이비
  • 강성봉
  • 12,420원 (10%690)
  • 2022-07-22
  • : 640
📝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p.11

지금껏 보아온 첫문장들 중에 가장 충격적인 한 줄이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지나니'로 시작하는 <설국>, '엄마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이방인>과 함께 첫문장을 기억하는 세번째 소설이 될 것 같다. 그 문장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것이라 해도, 그 힘이 이 책의 끝까지 이어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어쨌든 강렬했다.

📝 나는 안다. 나처럼 비밀 많은 아이를 세상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바로 그림자 아이다.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존재하진 않는단 뜻이다. p.27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 동하늘을 통해 한때 탄광촌이었으나 현재는 슬립시티, 이스트지저스, 웨스트부다스로 불리는 '지음'을 이야기한다. 전당포 주인을 할머니로, 그 딸을 엄마로, 아들을 삼촌으로 삼아 그들과 함께, 그들과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을 찾아오는 타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전해진다.

지음이 흔들리고 랜드가 무너지기 전까지, 눈에 띄는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그곳에는 그곳에 남아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행될 뿐이다. 책이 중반을 넘어선 어느 순간, 그 이야기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소설 속 아이의 말에 이렇게 귀를 기울인 적이 있던가 생각이 들 정도로 흠뻑 빠져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가 떠오른다. 소설에 등장하는 추상적인 것들을 구체화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 조금 더 이해가 쉬었다고 할까. 소설 후반부에 현실에서는 있어서 안 될 일이 일어나지만 그 사건마저도 상상할 수 있는 배경이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할것 같다.

🔖저자가 궁금해서 그의 인터뷰를 찾다보니, 작가가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이 강원도 사북지역이었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상상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흥망성쇠를 온 몸으로 겪어낸 사람들을 통해 이 책은 마지막에 또 한번 희망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 중심에는 올림픽다방을 운영하다 랜드가 들어선 이후에는 돈을 빌려주다 '마침내' 전당포를 운영하며 지음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할머니가 있다. 중간중간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할머니의 굴곡진 삶의 여정을 다시한번 되짚는다. 무너지고 사라진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것, 아직 희망이 있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니, 저자는 내가 읽고 이해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 책 한권에 담으려 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소설의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 하나 이야기를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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