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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매의 서재
  • 언어의 높이뛰기
  • 신지영
  • 13,500원 (10%750)
  • 2021-09-02
  • : 2,125
사람들이 언어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언어 민감도'를 높이게 한다? 사람들이 피부에 민감한 것처럼 언어에 민감하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사람들의 '언어 민감도' 즉, <언어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저자는 스스로의 언어 감수성을 높이는 일을 먼저 하기로 한다. 그렇게 <언어 감수성 향상 프로젝트>는 시작되었고, 다양한 시도들을 거쳐 지금 이 책이 나왔다.

한국어의 높임법과 연령 권력,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상한 한국어, 한국 사회에서의 호칭 문제, 언어에 대한 고정관념, 정치권과 언론과 언어 문제, 그리고 언어에 대한 우리의 태도까지. <언어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저자는 열개의 장으로 구분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언어 감수성>에 대해 특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에 책에 딸려온 '문제' 열개 중 다섯개만 맞췄을때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 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을 이번 기회,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틀린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 책의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먼저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다'가 왜 차별의 의미가 들어있는 문장이 되는가? 화장을 하지 않은 민낯은 숨겨야 할 결함이 가득한 것이고, 그 결함을 숨기는 화장이라는 행위는 실체를 가리는 일이니 옳지 않다는 생각이 위와 같은 표현을 낳은 것이다. 또한, 화장은 성인 여성들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민낯'의 대상이 되는 자의 성별도, 민낯의 결함을 가리고 숨기기 위해 '화장'을 하는 행위자의 성별도 자연스럽게 여성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민낯'은 차별의 언어가 되어버렸다.

▪️카페나 옷가게에 가서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이 옷은 신상품이십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혹시 이 말이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이라는 걸 모르냐고 말이다..... 손님들 중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불쾌해하면서 혼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 좀 이상한 말을 한다고 조롱 비슷하게 비아냥거리는 사람은 있어도 불쾌하다고 화내고 혼내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틀린 말인 줄은 알지만 틀린 말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p.79, 80

그렇다면 '진료실로 들어오실게요'는 왜 틀렸지?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ㄹ게요'는 주어의 약속, 의지 등을 표현하는 말이라 주어가 '나'일 때만 사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법에 맞지 않는 이 표현이 세력을 확대해 가는 이유는? 비난을 감수할 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듣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원하는 기능, 즉 행동을 요구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표현이라 이보다 더 유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선자? 당선인? 별것 아닌것 처럼 보이는 이 표현, 당선자가 아닌 당선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커다란 이유는 권력 앞에 머리를 숙인 언론의 태도에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당선자'가 아닌 '당선인'으로 표기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는데,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놈 자'는 불경스러우니 '사람 인'을 불여달라는 것이었다. 얼마 뒤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에 규정된 '당선자'를 사용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했으나 언론은 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언어가 주는 권력 : 누구의 언어인가?>
익숙하지 않은 어려운 외래어를 사용하는 전문가들, 기자들... 침방울은 왜 비말이어야 하고, 동일집단격리는 왜 코호트 격리로 불리며, 진단도구는 왜 굳이 진단키트로 불려야 하나. 언어를 통해 벽을 만들고 그 벽을 넘어오지 못하는 살마의 안전과 생명은 돌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쉬운 언어로 소통하여 언어의 벽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222쪽)이다.

이런 책 읽고 나면 당연한 말이지만, 내 언어 습관을 돌아보는 시간을 자연스레 갖게 된다. 어차피 언어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면 잘 따라가면서 맞추는 수 밖에 없겠지. 과연, 어쨌든, 이 책 읽고 나의 <언어 감수성>이 얼마나 향상되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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