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다. 그것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눈앞에 풍경이 있다고 해도,
그래서 풍경의 떨림 속에서 넋을 놓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눈을 감아야 한다.
나는 지금 너를 바라보고 있다. 너를 만난것은 내 일생의 사건이었다고 장차 나는 말하게 될 것이다. 이제 네가 나를 본다. 그렇게 눈을 맞추고 있는 너와 나를 다시 내가 본다.
그것이 풍경의 시선이다. 그것은 내 눈앞에 있으되, 눈을 감아도 여전히 거기에 있고, 눈을 감아야 제대로 거기에 있다. 풍경을 절대공간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그 속에서 감지되는 자기자신과의 불일치가 존재론적 순간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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