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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 4회 마시멜로 공모전 대상] 기적을 만드는 소녀
‘여자 주인공이 짧은 테니스 치마를 입고 싸우면 어떻게 될까?’
세일러문을 보며 늘 궁금했다. 늘씬한 주인공들이 나와 엄청나게 짧은 교복 치마 같은 것을 입고 싸우고 마술봉을 흔들고, 하늘을 날고 달리고. 예쁘기는 하지만 속옷이 보이지는 않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만화 속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나말고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았고.
비룡소의 ‘스토리킹 공모전’ 이 아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여학생들의 심사를 받고 상을 받는 ‘마시멜로 픽션 공모전’ 이 탄생한지 4년 째. 작년, 제 3회 ‘마시멜로 픽션 대상작’ 이었던 차율이 작가의 <미지의 파랑>을 시작으로 나도 걸 모험 시리즈에 맛을 들였다. 올해 내가 만난 이야기는 바로 이윤주 작가의 <기적을 만드는 소녀>.
짧은 머리를 한 주인공은 기다린 봉을 들고, 체육복 후드를 입고 검정색 청바지를 접어 입었다. 발에 신은 건 멋진 운동화? 아니다. 교실에서 신는 하얀 실내화를 신고 있다. 이거지, 바로 이거지! 실제로 대다수의 6학년 여자 아이들이 어떻게 옷을 입는지 아는 사람이니까 캐릭터를 이렇게 잡았지. 마음에 쏙 들었다.
외계인이 흔적을 찾는 개인 방송을 하는 크리에이터인 ‘오로나’ 가 주인공. 유튜브 수익으로 쏠쏠하게 벌이가 되는 크리에이터면 폼 나겠지만, 로나의 구독자는 의외로 20명 남짓. 오로나가 의식을 잃는 큰 사고를 겪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점점 일반인의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괴이한 일들로 연결된다. 외계인은 정말 존재할까?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뭐든 원하기만 하면 소원을 들어주는 ‘와우톡’ 어플은 성실하고 건강한 보통 아이 (어른)들도 잠깐 ‘난 무슨 소원을 빌까?’ 떠올려보게 만든다. 악마의 유혹, 이런 딜레마 상황은 피할 수 없는 매력적인 설정이니까.
빠르고 신속하지만, 단절되어 가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끈끈한 유대의 과정으로 변모하는 걸 만날 수 있는 걸즈 어드벤처 <기적을 만드는 소녀>의 빠르고 매끄러운 호흡 안에서 실컷 잘 놀았다. 운동화 신고, 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