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판화 그림책]
김지연 작가님의 <백년아이>를 처음 접했을 때, 입이 딱 벌어졌다. '이게 다 판화 작업이라고?' 오랜 작업 시간을 투입해야 근사한 한 장이 나오는 작업, 판화 작가가 줄어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었다. 우직하고 어쩌면 미련하게(?) 다음 판화 그림책을 들고 돌아온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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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바람>은 작년 4월경 우리나라를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던 강원도 산불을 다룬 작품이다. 안타까워하던 마음도 다 사그라들고, 모두가 그 일을 잊었을 즈음에도 칼을 들고 나무판을 파고 있었을 작가의 밤들을 떠올린다. 강렬한 선은 칼자욱으로, 대담한 색 표현은 마블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한 장 한 장 귀해서 쉽게 넘기기 아까운 마음들.
강원도 산불의 규모에도 압도당해 괴로웠던 우리들은 작년 호주 산불의 가공할 만한 규모 앞에 할 말을 잃었다. 그게 우연이 아니라 모두 인간의 고장난 브레이크같은 삶의 방식이라는 걸 알고도 그저 멀리 뉴스 창 너머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진정한 비극이다. 그럼에도 그림책 속 창모자를 쓴 조그마한 아이가 연둣빛 새싹을 다시 보듬는다.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나무 한 그루는 나 자신이다. 다림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