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초록연필의 서재
  • 울타리 너머
  • 마리아 굴레메토바
  • 11,700원 (10%650)
  • 2019-09-28
  • : 1,235


뒷모습은 많은 것들을 말한다.

자식에게 손을 흔들고 떠나는 연로하신 굽은 등이라든지, 모로 누워 자는 배우자의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애처로움을 준다.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은 작은 돼지의 뒷모습,

최근 그 어떤 그림책에서도 이토록 표지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던 적은 없었다.


미셸 투르니에의 글과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이 만난 매혹적인 책 <뒷모습>은 내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책이다. 마음이 어지럽게 흩트러질 때 한 번씩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이름 모를 사람의 뒤통수를 보곤 한다.



먼 곳을 응시하는 작은 돼지의 삶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안다는 말이 많았어요.

소소는 듣기만 했지요.

안다와 함께 사는 돼지 소소.

소소는 안다와 큰 문제없이 지냅니다. 안다가 모든 걸 말해주고, 옷도 골라주고, 뭘 하고 놀지도 정해줬거든요. 소소는 그걸로도 불편함이 없었거든요.




안다는 소소한테 어울리는 옷이 뭔지 알았어요.




뭘 하고 놀면 좋을지도 알았고요.



어느날 사촌이 놀러온다고 해서 소소는 마중을 나갑니다. 처음으로 집을 빠져나가 계단을 건너 탁 트인 들판으로요. 멀리 멧돼지인 사촌이 보입니다.




나서 반가워. 그런데 그게 뭐니?"

산들이가 물었어요.

"아, 이거? 이건 옷이야."

소소가 대답했지요.

"숲에서 달릴 때 불편하지 않니?"

"아니. 난 달리지 않거든."

"세상에! 달리면 얼마나 신나는데! 한 번 해 봐.

같이 달릴래?"




멧돼지는 같이 달리자고 제안하지만 소소는 선뜻 그러지 못했습니다. 사촌은 돌아가고 소소는 창밖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지요.

소소의 마음은 어떤 식으로든 요동쳤겠지요.

창밖을 보며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거 아닐까요?

간만에 만나는 수채화 색감의 부드러움.

강하게 외치지 않지만 우리들 안의 소소와 우리들 안의 멧돼지를 맞딱뜨리게 하는 서사의 힘.

간만에 정말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자꾸만, 들판으로 달려나가고 싶어집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