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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연필의 서재
  • 담을 넘은 아이
  • 김정민
  • 12,600원 (10%700)
  • 2019-07-30
  • : 24,545


동화 [🌙담을 넘은 아이] 리뷰


🧣요즘 할매들이 대세다. 할매들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유튜브도 하신다. 세상에서 가장 문맹률이 낮다는 우리나라에도 문맹들이 있다. 주로 할머니들이다. 이렇게 지나버린 세월이 한스럽고, 젊은 시절이 한없이 그립다고 말하는 한 때 소녀였던 그들이다.


🖌간만에 캐릭터가 단단하게 살아있는 책을 읽었다. 이야기의 멱살을 거머쥐고 빈틈을 보여주지 않는 ‘푸실이’ 라는 여자아이 캐릭터를 만났다. 조선시대의 여자아이로 태어나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도, 물론 글을 배우지도 못했던 아이 푸실이가 바로 그 강력한 주인공이다. 푸실이 아래 남동생 귀동이는 어렵게 얻은 자식이라며 부모님이 끔찍이 아끼신다. 막내 동생은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젖먹이. 푸실이의 엄마 귀손네는 부잣집의 아기도련님의 죽은 마나님 대신 젖을 주는 유모 역할로 부잣집에 한 동안 들어가 있게 된다. 먹을 것이 너무 귀해 굶기가 일쑤인 날들, 귀손네는 푸실이에게 산에 가서 뭐라도 먹을 걸 구해오라고 앙칼지게 말한다. 거기서 푸실이는 먹을 것 대신 더욱 귀한 것을 만난다.


“💬푸실이는 다래끼에서 책을 꺼냈다. 친한 동무라도 되는 양 책을 쓰다듬었다. 산에서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푸실이 가슴은 말도 못하게 두근거렸다. 길에 떨어진 엽전 꾸러미나 금덩어리를 보았더라도 그처럼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슴이 왜 뛰었는지 푸실이는 알 수 없었다.”


🧶계집아이가 글줄이나 읽는 일이 충분히 혼나거나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었던 그 때. 지금의 아이들은 푸실이의 마음에 어떤 방식으로 공감하게 될까?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책을 읽는 것이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생명수와도 같은 일이 된다는 굵직함이 이 작품을 만나는 아이들에게 와 닿을 수 있기만 하다면!


“💬아기는 어쩌라고 젖을 팔았어요. 아기는 어쩌라고.”
“💬계집애 목숨값이 사내애 목숨값하고 같이? 애초에 계집으로 태어난 게 죄지.”


어머니 말에 푸실이는 머리를 세게 맞은 것처럼 띵해졌다. 짚신 한 짝 같, 병아리 한 마리 값은 들어 봤다. 사람이라 말하지 못하고 입의 숫자로 세는 노비 한 구의 값도 들어 봤다. 그 서러운 나눔도 모자라 사내의 값과 게집의 값이 또 다르게 나뉜다니…….배 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불이 치솟아 한달음에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귀하게 여겨지지 않는 존재들과 하찮게 여겨지는 자신을 힘껏 껴안은 푸실이. 우연히 만나 글줄을 읽게 된 능력을 결코 소홀히하지 않는 푸실이의 당찬 주먹이 두 눈에 보이는 듯하다. 어린 푸실이는 커서 어떤 여생을 살았을까?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은 아니나, 주목받지 못했던 존재의 재발견에 새삼 감사하다.


🌲이건 왜 이렇고 저건 또 왜 그러냐고 묻고 또 물었던, 푸실이. 푸실이의 마지막 말을 나도 세상과 나에게 되묻는다.


‘어찌 살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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