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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하인드 도어
  • B. A. 패리스
  • 12,600원 (10%700)
  • 2017-06-23
  • : 4,343

패소를 모르는 완벽한 변호사이자, 출중한 외모와 매력으로 무중한 남편 잭 앤젤. 이 완벽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그레이스. 누가 어떻게 보아도 완벽한 부부의 삶의 이면은, 비틀린 욕망과 공포로 가득 차 있다. 잭은 사실 아내와 자폐증을 앓는 처제 밀리를 학대하며 삶의 자양분을 얻는 사이코패스였고, 그레이스는 완벽을 고통스럽게 연기해야 하는 처지다.


『비하인드 도어』는 이렇듯 공포를 조장하는 잭과 공포로부터 탈출하려는 그레이스, 두 캐릭터를 기둥 삼아 이야기를 세워간다. 당연하게도 두 개의 축이 조화를 이룰 때 재미와 완성도 모두를 보장한다. 


이런 차원에서 잭이라는 인물은 조금 아쉽다. 작가는 끝없이 잭의 완벽함을 강조하지만, 읽는 입장에서 그 완벽함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하나 없이, "완벽한 외모", "승소율 100%" 같은 수식어로만 설명하는 완벽함은 얼마나 공허한가. 그레이스에 대한 잭의 감시나 처벌 또한 완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설득력과 완성도가 아쉽다 보니, 이야기도 그의 앞에서 유난히 힘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반대편의 그레이스는 잭보다 내 눈길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당연히 그녀가 '착한 편'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동생 밀리를 보호하려는, 나아가 삶에 대한 의지가 강력했고 그 힘이 읽는 나에게까지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지를 바탕으로 도무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시도한다. 그리고 이 소설의 모든 인상적인 순간들은 어김없이 그녀의 시도가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동시에 『비하인드 도어』를 더 좋은 소설로 만들었던 대목이었다.


『비하인드 도어』는 이렇듯 강렬함과 아쉬움이 뒤섞인 소설이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이 작가의 다음 소설을 기대하게 하기도 했다. 더 나은 악역만 있다면, 더 큰 에너지를 전할 수 있을 테니까.



* 서평 이벤트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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