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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손 놓지 마
  • 미셸 뷔시
  • 11,700원 (10%650)
  • 2016-08-01
  • : 209

마샬 벨리옹과 리안 벨리옹 부부는 여섯 살 난 딸 조세파(소파)와 함께 평화로운 휴양지 레위니옹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마냥 여유로울 것 같았던 휴가였지만, 아내 리안의 실종과 함께 평화는 산산이 부서지고 맙니다. 마샬은 리안의 실종을 제일 먼저 지역 헌병대에 알렸지만, 이내 모든 정황은 마샬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조사는 비교적 순조로웠습니다. 마샬도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고 있죠. 그러나 다른 희생자가 나타나고, 이후 마샬이 탈출하면서 중단되고 맙니다. 이제 남은 건 마샬을 빠른 시간 안에 찾아내는 거죠.

프랑스의 소설가 미셸 뷔시가 쓴 장편소설 『내 손 놓지 마』는 이렇듯 추격에 관한 소설입니다. 살인 용의자인 마샬과 그를 쫓는 경찰(헌병)로 갈등의 구도가 뚜렷하죠. 그리고 사실 이 과정만으로도 『내 손 놓지 마』는 제게 충분히 좋은 소설로 남을 만했습니다. 헌병대는 마샬 벨리옹을 검거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하고, 마샬은 그들의 포위망을 최선을 다해 뚫고 탈출하죠. 이 과정에 대한 세부 묘사는 압권이었습니다. 특히나 탈출 과정에서 핸디캡이 될 수밖에 없는 딸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죠.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 손 놓지 마』는 ‘재미있는 소설’ 이상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가장 큰 계기는 마샬이 보여주는 양면성이었습니다. 사실 초반부에서 마샬은 당장 잡아넣어야 할 위태로운 존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두 건의 살인 사건에 대한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고, 그 와중에 여섯 살 딸을 데리고 도망쳐버렸으니까요. 딸의 시점에서도 마샬은 알 수 없는 인물이었고, 그래서 독자에게는 더욱 위험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읽는 내내 당장 ‘이러다 딸까지 죽는 거 아냐?’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죠.

(보기에 따라서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샬에 대한 의심이 합당한 것이었는지 회의가 들었습니다. 게을러빠진 헌병대 상사 크리스토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실체에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하고, 헌병이 파악한 진실과 반대되는 증언들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하죠. 마샬 또한 헌병의 추격 이외에 또 다른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인상을 주기 시작합니다. 단순한 줄만 알았던 갈등선은 어느 시점부터 겉잡을 수없이 꼬여가기 시작하죠.

『내 손 놓지 마』가 좋은 범죄소설로 남은 건, 미스터리의 깊이 때문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의뭉한 듯한 마샬을 비롯해 그런 아빠 앞에서 생존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딸 소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리안, 그리고 아직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범죄자. 여기에 마샬을 필사적으로 검거하려는 헌병(아자와 크리스토)까지 한데 어우러지면서 의문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를 보여줍니다. 이 인물들이 맞춰가는 사건의 퍼즐은 현란함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내 손 놓지 마』의 매력은 플롯의 현란함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무리 미스터리가 날고 긴다 해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력 없이 없다면 저는 그 소설을 마냥 좋게 보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이런 소설일수록 인물을 옭아매는 ‘감정’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쪽이죠. 닳고 닳은 형사보다는 가령 위험에 빠진 딸을 찾아 나서는 아빠에게 더욱 감정을 투사할 수 있듯이 말이죠. 『내 손 놓지 마』는 이 측면에서도 정말로 훌륭합니다. 사건을 둘러싼 인물 하나하나가 각자의 동기를 가지고 움직이죠. 심지어 만사를 귀찮아할 줄만 아는 헌병대 상사 크리스토마저 뚜렷한 동기를 쥐고 행동하면서,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데 일조합니다. 자칫 억지가 될 뻔했던 현란한 퍼즐들은 인물들의 간절함과 함께 ‘사람 사는 이야기’로 거듭나는 데 성공하죠.

범죄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잘 읽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미덕입니다. 그런데 이건 단순히 문장을 쉽게 쓰고 말고의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언젠가부터 인물에게 얼마나 깊게 빠져드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화려한 트릭이라 해도, 그걸 사람이 그걸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손에 땀을 쥐었던 건 작가가 인물들에게 동기를 적절히 부여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내 손 놓지 마』는 꽤나 오랫동안 잊지 못할 소설로 남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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