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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판다의 서재
  • 운명의 과학
  • 한나 크리츨로우
  • 18,900원 (10%1,050)
  • 2025-12-22
  • : 1,598

※ 2022년 1월에 구판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자유의지냐 운명이냐’는 어느 시점에 마무리되는 것 같다가도, 어디선가 땔감이 나타나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논쟁 주제인 것 같아요. 한쪽에선 ‘내 성공은 내가 다 했지 말 보태지 마라’하는 반면, 다른 쪽에선 ‘야, 넌 3루에서 태어났잖아’라고 비판하고 있어요. 이 논쟁이 끝없이 이어지는 건 아마 우리 삶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는 ‘운’을 수치화하기 어렵기 때문은 아닐까, 책판다는 생각하고 있어요. 


관련해서 책판다는 얼마 전 읽었던 ‘돈의 심리학’에서 운에 관한 아주 중요한 교훈을 얻었는데요. ‘우리가 얻은 수익은 (우리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운(=리스크)이 영향을 미친 결과이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겸손해야 한다’는 게 교훈의 핵심이었어요.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지 말라, 겸손하게 할 수 있는 걸 하자, 이런 뜻으로 받아들였네요.


최근 타고난 집중력, 지능이 다른 상황에서 개인의 성취만 부각되는 게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잖아요? 이에 대해 마이클 샌델 교수 선생님은 인문학적 기반에서 논의를 풀어주셨었죠?


이 와중에 책판다는 ‘운’과 관련된 아주 재미있고 중요한 책을 하나 발견한 거예요! 바로 ‘운명의 과학’이란 책이었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운에 관한 책은 아니었고, 주로 우리가 부모님 또는 조상님으로부터 물려받는 생물학적 특성(특히 두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공정하다는 착각’이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를 풀었다면, 이 책은 ‘타고난 신체적 재능을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관한 이야기를 풀고 있어요. 생물학적 특성에 대항해 우리는 얼마나 자유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냐라는 거죠! 


책판다는 책을 읽기 전, ‘자유의지 그거 이제는 환상 아니냐?’라는 시각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는데요.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더라구요. 관련해서 책판다는 왜 때문에 생각을 다시 하게 됐는지, 포스팅 두 개에 걸쳐서 책의 알맹이들과 함께 곱씹어보려구 해요.  



📚 날 때부터 모든 게 정해져 있다? 발달 중인 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들 많이 하시죠. 책판다도 아이를 키우는 주변 지인들이 좀 있어서 요리조리 관찰을 해보곤 하는데요. 아, 이 아이는 나중에 어떻게 크겠다, 저 친구는 저렇게 크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타고난 성격이 보인다는 이야기죠. 


요 ‘타고난 성격’은 웬만한 교육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모든 창을 막아내는 방패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타고난 성격은 부모님도 고칠 수 없으니, 아이가 있는 그대로 자라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걸까요?


저자 선생님은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변하세요. 사람의 뇌는 어쨌든 변한다는 거예요. 요즘 자기계발서에서 앞다투어 이야기하는 ‘뇌의 가소성’, 즉 뇌의 변하는 성질이 무한한 것은 아니지만 성격(두뇌)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은 얼마든지 있다는 거예요. 


가령 아이들의 뇌 구조물은 아직 완전한 ‘배선’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감정 조절 등이 쉽지 않은데, 어린 시기에 부모님 또는 다른 성인과 어떤 관계를 맺었느냐에 따라 배선이 연결되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대요.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가 자라는 만 세살 즈음 성인으로부터 다정한 말투(예를 들면 엄마 말투)로 언어에 자주 노출시킬 경우, 뇌의 배선이 최선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거죠.


퇴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래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같은 특정 뇌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 인자가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그 메커니즘이 하도 복잡해서 특정 유전자를 콕 찝어내기가 어렵다고는 합니다만..) 하지만 치매를 유발하는 결정적인 유전자를, 결정적으로 무력화하는 행동들이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활발한 신체 및 사회 활동, 좋은 수면, 공부, 긍정적인 마음 등을 계속 이어간다면 발병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 살찌는 건 자기 관리 실패? - 배고픈 뇌


한편 ‘비만’은 대표적인 자기 관리 실패의 사례로 손꼽히잖아요. 책판다도 먹는 걸 참 좋아해서, 웬만큼 배가 부르지 않고서는 중간에 먹는 걸 참아내는 게 쉽지 않은 편인데요. (뱃살을 보며 울고 있는 책판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FTO(Fat Mass and Obesity-associated protein)라는 유전자가 있고, 세계 인구 중 절반이 비만의 확률을 25% 높이는 버전으로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만약 책판다가 이 유전자 변이 2개를 가지고 있다면 원래 체중보다 3킬로그램 더 무거울 가능성이 높고, 비만이 될 위험은 50퍼센트 더 높다고... (Hoxy 책판다도..? 🙄)


특히 좌절스러운 부분은 이 유전자의 힘을 개인의 인내심만으로 극복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씀하신 대목이에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 유전자의 존재를 알고 있다 해도, 장기적으로 다이어트를 이어가기란 대단히 어렵다고 하네요.. 아.. 우리에게는 정녕 방법이 없는 걸까요?


다행히 해답이 없지는 않았어요. 관련해서 책판다가 예전에 읽은 ‘넛지’에서도 답이 될 만한 사례를 다룬 적이 있는데요. 학교의 교내 급식 책임자가 구내식당의 음식을 재배열했더니 특정 음식의 소비량을 25%가량 줄일 수 있었다고 해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환경만 바꾸더라도 비만을 줄일 수 있다면, 우리 가뜩이나 선거도 가까워졌는데 관련 논의를 충분히 제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 아름다운 신념과 고집불통 사이에서, 믿는 뇌


사람은 누구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잖아요. ‘응? 내가 무슨 신념을?’ 하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아마 반문하신 분들도 다 가지고 계실 거예요. 굳이 ‘민주주의’ 같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더라도, 가령 ‘상스러운 욕을 배설하는 사람과는 절대 상종도 안 하겠다’는 일상적인 생각도 신념의 하나니까요.


그럼 신념은 대체 무엇이고, 왜 때문에 생겨난 걸까요? 책을 보면 심리학 교수이자 과학잡지 ‘스켑틱’의 창립자인 ‘마이클 셔머’라는 분께서 “신념을 형성하는 능력은 인간의 진화에서 필수적인 부분이었다고 주장”(200)하셨대요. “뇌는 자기가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 입력을 분류하고 상호참조해서 패턴을 생성함으로써”(201) 신념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포식자의 얼굴 패턴을 알아보고 그 포식자의 점심거리가 될 수 있으니 꽁지 빠지게 달아나는 것이 좋을 거라 예측하는 능력은, 해당 개체로 하여금 하루라도 더 살아남아 이 기술을 자손에게 전달해 줄 수 있게 해주었다”라고 해요. 특정한 사실(포식자의 얼굴)로부터 패턴(나는 점심거리가 된다)을 추출해, 생존에 써먹었다는 이야기죠!


이런 신념은 때때로 우리에게 생존과 자부심을 선물해 주었지만, 책판다도 여러분도 넘모나 잘 알고 있듯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아요. 가령 신념의 최정점이라 할 수 있는 종교 때문에 목숨을 빼앗긴 사람은 헤아릴 수가 없어요. 정치 갈등 때문에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또 어떻구요. 인간의 타고난 신념 형성 능력은 빛과 그림자가 뚜렷한 것 같아요.


신념을 가지는 거 좋아요 좋은데, 신념 때문에 사람이 죽고 갈등이 폭발하면 그 신념은 대체 무슨 소용이겠냐 싶어지네요. 저자 선생님은 똥고집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운동과 휴식, 성찰 등을 추천해 주셨어요. 조금 빤하고 김이 빠지는 방법이지만, 뭐 정석이란 대부분 재미없고 김빠지는 이야기들이니까.. ​



📚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법, 협동하는 뇌


자, 책판다는 포스팅 두 개에 걸쳐 우리의 뇌(신체)가 무엇을 어떻게 타고나는지 몇 가지 내용을 살펴봤는데요(책에는 일곱 가지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세 가지만 소개해드렸어요. 궁금하신 분은 책 구매 고고!). 저자 선생님은 이 모든 특성을 살펴본 결론을 이렇게 내리셨어요.


이 책을 쓰고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결국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확신하게 됐다. 바로 인간의 본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것은 없다. 우리가 종의 전체적 특성을 공유하는 것은 사실이다. 개인의 수준에서는 생물학이 상당히 결정론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 집단이 전체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것은 또 하나의 지나친 단순화 모형이다. 그렇게 얘기하면 수십 개의 고유한 현실 모형인 뇌가 서로와 마주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장엄한 복잡성과 유연성, 수십억 명이 제각기 갖고 있는 고유한 현실 모형들이 부정되어 버린다. 

p.286(구판)


여기 저 책판다는 사람으로서(곰 아님) 다른 사람들과 이런저런 특성을 공유하고 있지만, 이 특성에 사람을 억지로 끼워 맞춰 설명할 경우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이해했어요. 나아가 자유의지를 부정한 채 자신을 자기 인식 속에 스스로를 가둘 경우, 도리어 충동적인 행동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우리는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대요. 저자 선생님의 결론이었구, 책판다도 여기에 200% 동의했어요. 자기계발서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는 나의 모든 걸 바꿀 수 있어’도 좀 아닌 것 같지만, 물려받은 타고난 특성에 안주하고 살아가기에는 우리 선배들이 너무 많은 걸 해내왔잖아요? 책판다라고 못할 건 또 뭔가 싶은 거죠.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의 일독을 권해드리면서, ‘운명의 과학’ 리뷰는 여기에서 마무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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