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기레기가 되었나요?
언제부터인가 ‘기레기’라는 말이 사전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졌어요. 신뢰도 조사를 보면 언론은 거의 대부분 꼴지예요. 저만 해도 3년 전까지 종이 신문을 구독하며 읽었는데, 도무지 못 읽겠어서 구독 끊고 이제는 냄비 받침으로만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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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정혜승 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이 쓴 ‘홍보가 아니라 소통입니다’를 읽었어요. 처음엔 ‘청와대 홍보법 같은 걸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구요. 오늘날 미디어를 둘러싼 풍경들을 살펴보는 책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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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각은 저와 다르지 않았어요(하긴 요즘 같은 시대에 누군들 다르겠어요). 3년차 기자조차 ‘기렉시트’를 꿈꾸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그만큼 위상이 하락한 언론, 언론이 고전하는 사이에 등장한 뉴 미디어들(팟캐스트, 유튜브는 물론 새로운 정보 전달 플랫폼들)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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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이래요. 더 이상 정보 유통 생태계가 ‘생산자’와 ‘소비자’의 위계로 나뉘어 있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엉켜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미디어 혁명 전까지 권력을 행사하단 ‘정보 생산자’, 즉 언론들은 더 이상 권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됐어요. 뉴미디어를 선구적으로 이끌어왔던 ‘김어준’ 같은 사람들과 비교하면, 영향력이 비교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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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언론은 아직도 정보를 혼자 쥐고 흔들던 시절에 취해 있는 것 같은데, 수용자들은 그런 모습 이상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쥐고 흔드는 정보라는 게 잡동사니 수준이거든요. 가끔은 한쪽(주로 광고주) 입장을 과하게 대변해주는 것 같아요. 고급 정보가 언론에서 보기 드물다는 건 눈만 있어도 알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독자들은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어요. “한번 지껄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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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 원래 어려웠는데, 더 어려워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방향 ‘홍보’는 바보 짓이 됐어요. 이제는 쌍방향 ‘소통’이 필수예요.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소통이 답인 건 알겠는데, 대체 ‘소통’이 뭐냐는 거예요. 신나게 떠들게 하면 소통이 되나요 그렇게 떠들었는데 내 의견이 반영이 안 된다면? 모든 의사결정을 떠드는 손에 맡기면 소통인가요? 그 와중에 찬반 의견이 없을 수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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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저자 선생님도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의 소통 경험을 본격소개한 3~5장에서도 신통방통한 소통 방법이 등장하진 않거든요. 선생님이 시도했던 ‘소통의 결정체’라 할 만한 ‘국민 청원’도 완벽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저자 선생님은 그저 몇몇 시도와 반응이 좋았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혹시나 앞으로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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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거나 결론은 소통
‘소통이 대체 무엇?’이냐고 하는 질문에, 저자 선생님은 별다른 정답을 내놓지 못했어요(참고로 저는 이게 딱히 유감스럽진 않았네요. 답이 없는 걸 어떡하겠어요). 하지만 책의 핵심 메시지만큼은 분명해요. ‘결론은 소통’이라는 거죠. 괜히 책 제목이 ‘홍보가 아니라 소통입니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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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소통이 뭔지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합니까?’ 이 질문이 나올 차례 맞고요. 어쨌든 제가 내린 결론은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래 소통 모르겠으니 내 맘대로 고!” 하는 것과, “어디 말이라도 한 번 들어보자.” 하는 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 수준을 넘어서는 중요한 차이가 있어 보이거든요. 요즘 같은 때 ‘라떼는 말이야’ 하는 순간, 상대방이 뭐라할 지 저는 100% 확신할 수 있어요. ‘쟤가 대체 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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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자 선생님이 청와대에서 일할 때처럼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방법을 알 수 없으니, 뭐라도 하다 보면 얻어걸리는 게 있지 않을까요? 저자 선생님이 청와대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사실 디바이스만 놓고 보면 이렇게 소통하기 좋은 시기가 또 어디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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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래요. 소통의 시대를 맞아 저는 지금 운영중인 책판다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면서 소통하겠습니다? (뚱딴지 같은 소리 죄송합니다)
책판다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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