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존 아이언멍거의
소설 【고래도 함께】는
성서적 상징과 우화적 설정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사색과 성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야기의 막을 여는 인물 <조 학>의 등장부터가 신화적이다. 희귀 고래와 함께 알몸으로
떠밀려온 조 학의 해괴한 출현과 구출 에피소드는 이스라엘의
예언자 <요나>를 연상시킨다. 런던 중심가의 투자은행에서 잘나가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조 학은 자신이 개발한 미래 예측 프로그램의 오보가 몰고 온 폭풍의 희생양으로 지목된다. 이기와 오만이 난무하는 자본주의 정글에 염증을
느낀 그는 타락한 예언자의 옷을 벗고 알몸으로 뛰어든 바다에서 새로 태어난다.
조 학과 함께 고래는 이 소설에서 주요한 상징물로
작용한다. 조 학의 구원자였다가 인류 멸망의 경고 신호였다가
토마스 홉스가 명명한 리바이어던, 곧 슬기로운 통치자로 거듭나는 고래의
상징이야말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원동력이며 소설의 주요한 전언이기도 하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이 소설이 난해하고
까다로울 거라고 지레짐작할 수도 있겠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첫 시작부터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주는 이
소설은 시종 안정적인 문장과 적당한 유머로 암담한 상황을 타개해 나간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표정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어서 몰입도가 높다.
모든 것을 잃고 떠나온 사내와 그를
받아준 마을 사람들이 커다란 재난 앞에서 보여주는 특별한 연대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전 재산을 보태 수백 명의 생명을 지켜내는 조
학이나 자기 몸을 던져 수백 명을 먹여 살린 고래의 희생도 아름답지만, 알몸의 사내를 구조하고 받아주고 믿어주고 그와 함께
고난을 헤쳐나가는 마을 공동체의 협력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작가가 펼쳐놓는 지구 종말 시나리오가 남 일
같지 않은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이 세계에서, 우리를 무력감에 빠뜨리는 크고 작은 재난 앞에서
우리를 이끌어줄 <리바이어던>은 과연 무얼까. 이 소설이 보여주듯이 리바이어던은 가장 기본적이고 평범한 이치 안에서 탄생하는
것 아닐까. 반성과 관용, 신뢰와 협력이야말로 리바이어던을 구성하는 구원의 실체이자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