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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대한 의혹
  •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 타냐 바이런
  • 15,750원 (10%870)
  • 2016-10-05
  • : 468











 

    언제부턴가 심리적인 문제를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인간의 정신을 다루는 분야도 세분화되고 있다. 확실히 크고 작은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추세인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신병에 대한 해묵은 편견은 남아 있다. 병은 알려야 낫는다는 옛말도 정신병에만큼은 해당되지 않는다. 정신병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 혐오와 두려움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그어놓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그렇게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임상 심리학자인 타냐 바이런이 이십대 초반이었던1989년부터 1992년까지 삼 년 간 이어진 임상 실습 기록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인간의 정신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경계 짓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보여준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KELETON CUPBOARD>이다. 주방 찬장 안에 숨겨진 해골처럼 내밀하고 비밀스러운 인간 정신세계를 밝은 데로 끌어내면서 정신병에 대한 왜곡된 의식을 바로잡고 있는 이 책의 내용과 의도를 잘 드러내 주는 제목이라는 생각이다. 여섯 단락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기이하고 안타깝고 충격적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심각한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열두 살 소녀,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생모를 거부하는 여자, 홀로코스트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노인,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한부 환자 등 이른바 <비정상적인> 상태에 놓인 이들이 들려주는 특별한 인생담과 내면의 고백은 복합적인 감동을 일으키는 한편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설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잘 쓰인 소설 못지않게 몰입감이 대단하다. 매끄러운 구성력과 실재감 있는 서사,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녹아 있는 이 책은 <한 번 잡으면 쉽게 놓을 수 없다>는 찬사가 허언이 아님을 증명한다. 타냐 바이런은 이 책에서 초보 임상심리사의 미숙함과 내면적 동요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환자를 상담하면서 몰랐던 자기 내면의 상처와 마주하는 경우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전문가적인 냉철함보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면서 상담자와 환자,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부드럽게 허물고 있다.이 책이 주는 감동과 가치는 여기 있다. 책의 맨 처음을 장식하는 실비아 플라스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매달릴 수 있는 또 다른 영혼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를 감동적인 방식으로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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