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알랭 드 보통이 2008년 영국 런던에 처음 문을 연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는 인문학적 사유와 감성을 기반으로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어른들을 위한 학교이다. 일정한 삶의 궤도 안에서 안주하면서 감동도 변화도 성장도 없는 보통의 어른들에게 지적이고 감성적인 자극을 통해 다채로운 생의 감각을 일깨우고 함께 성장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인생학교>는 강연과 책 출판 외에도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세계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다. 작년에는 서울에도 분교가 생겼다. 여행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손미나 씨가 분교장을 맡고 있다. 관심 있는 분은 아래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인생학교(서울) http://www.theschooloflife.com/seoul
지금 소개하는 책 《자연과 연결되는 법》은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 How to 시리즈 중 한 권이다. 기계적이고 인공적인 생활환경 속에서 점점 자연과 멀어지고 있는 현대인을 위한 자연감수성 회복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다. 항법사이자 탐험가로서 긴 세월 자연에서 체득한 지혜를 책과 강연, 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하고 있는 트리스탄 굴리Tristan Gooley는 이 책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하면서 자연 친화적인 삶의 의의와 그 이점들에 대해 폭넓은 사유를 펼쳐 보인다.
당신이 길을 찾을 때 어떤 나무를 이용했다면 이제 당신과 그 나무는 특별한 관계가 된다. 자꾸만 그 나무가 눈에 띄고, 태양과 바람, 그리고 당신이 걷고 있는 길이 그 나무와 어떤 관계인지도 잘 알게 된다. (74쪽)
트리스탄 굴리가 소개하는 자연과 연결되는 방법들은 초등학교 자연 시간에 받은 관찰학습 같기도 하고 명상 같은가 하면 여행 같기도 하다. 이 얇은 책은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자연 탐험가로서 살아온 저자의 지혜와 통찰, 삶에 대한 굳센 믿음 같은 것이 문장 안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우직하고 튼튼한 목수의 망치질 같은 명료하고 힘찬 문장들이 둔감한 감각들을 두들겨 깨운다.
게임은 여러 가지 조건을 통제한 상황에서 인생의 작은 한 부분을 보여준다. 마치 솜씨 좋은 마술사처럼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자연에서 벌이는 게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숲에 들어가 땅에서 나는 냄새를 맡아보라고 권하면 우리는 당연히 싫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숲에서 숨바꼭질 같은 즐거운 게임을 하다 보면 누구나 썩어가는 낙엽 냄새를 평생토록 사랑하게 된다. (72쪽)
트리스탄 굴리가 제안하는 자연 친화적인 삶은 능동적이고 활동적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역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트리스탄 굴리는 책 곳곳에 독자를 위한 실천 과제들을 마련해 놓았는데, 약간의 시간과 주의를 기울이면 해낼 수 있는 간단한 것들이다.깨어 있는 감각과 적극적인 주의력이면 충분하다. 대부분의 과제들이 단순하고 시시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일단 해보면 그 작은 실천에서 얻을 수 있는 커다란 성취감과 순수한 기쁨, 보다 깊고 넓어진 시각에 놀라게 될 것이다.
우리의 뇌는 움직이는 것들에 주목하도록 학습돼왔다. 그래서 일부러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들을 찾으려고 각별히 노력을 해야 미묘하게 다른 세상이 보인다. 똑같은 길을 다시 한 번 산책하면서 모양과 색깔이 가장 지루해 보이는 것들을 찾아보는 경험도 해보길 권한다. (82쪽)
트리스탄 굴리가 말하는 자연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다. 자연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건강, 비즈니스, 정치, 스포츠, 섹스, 폭력,문화...> 같은 삶의 요소들도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자연의 연결고리 안에 있는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방식으로 일깨운다. 자연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일은 그러므로 우리를 둘러싼 복잡한 삶의 연결망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길이라는 것이다. 트리스탄 굴리가 결국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삶에 대한 깨어 있는 태도이다. 우리가 깨어 있는 만큼 삶의 숨겨진 보물들을 누리는 기쁨 또한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다.>라는 문장이 책 속에 있다. 이 문장을 조금 바꿔서 이 책의 요지를 전해볼 수도 있겠다. 우리가 보고 듣고 의식하는 것이 곧 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