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들어서 “예수는 없다”, “예수는 신화다”라는 도전적인 제목의 책들이 기독교의 현주소를 돌아보게는 했지만, 예수와 그의 복음을 만나게 하는 데는 미흡했다. 그러나 한국기독교연구소의 김준우 교수가 번역한 월터 윙크의 “예수와 비폭력저항(Jesus and Nonviolence: A Third Way)”은 이천년 전의 예수와 그의 복음을 직접 만나게 해줄 뿐만 아니라 현대에 적용가능하게 해주는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은 책이다.
또한 우리는 작년에 미국의 이라크전쟁 동맹계획을 막았던 역사상 전례가 없던 최초의 세계적 반전평화운동(2003년 2월 15일, 3월 15일)의 힘을 보았는데, 이 책은 김준우 교수의 말대로 기독교 근본주의와 군사주의가 만나 군사패권주의 라는 전쟁경제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폭력극복과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윙크는 최근의 비폭력 투쟁의 성공사례들과 통계를 들면서 비폭력저항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통념을 깨뜨린다. 그리고 비폭력이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이어서 악에 대한 무력함이나 도피를 말하는 것처럼 들릴 뿐만 아니라, 복음이 왜곡된 상황에서는 비폭력이 수동성 내지 무저항을 뜻하였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일부 평화주의자들이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고난보다 자신들의 의로움에 더욱 관심을 쏟는 것은 예수의 제 3의 길인 비폭력저항을 외면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며, 깨끗한 손과 더러운 심장을 지닌 채 죽으라는 악마의 유혹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윙크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불의를 참지 못하고 바로 잡으려는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비폭력에 관한 가르침을 단순히 실천할 수 없는 이상주의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은 큰 오해이며, 예수는 결코 그렇게 살거나 가르치지 않으셨다고 강변한다. 오히려 예수의 가르침은 역사상 이제까지의 어떤 발언보다도 가장 혁명적인 정치적 선언 중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마5:39)는 말의 참된 의미는 ‘악한 자에게 저항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악한 자에게 맞서서 폭력으로 대응하지 말라’는 것이다. 악에 대해 반로마 투사들 못지않게 대항했던 예수는 악에 대항하기 위해 수동적 태도를 취하거나 폭력적으로 대항하지 않고 제 3의 길인 전투적인 ‘비폭력’을 택했다는 것이다.
윙크는 이를 실증하기 위하여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누가 너를 고소하여 네 겉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는”, “누가 너더러 억지로 5리를 가자고 하거든”, 세 가지 예수의 말씀을 예로 든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변화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법칙화되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수의 은혜를 구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변질시킨 이 말씀들의 진정한 의미를 회복하여, 예수가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열어놓은 악에 대한 비폭력저항의 탁월성을 밝히 보여준다. 그리고 예수의 제 3의 길의 핵심은 “원수사랑”이며, 현대에 와서는 원수사랑이 참다운 기독교 신앙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었다고 강조한다.
윙크는 우리 시대는 원수를 통하지 않고는 하나님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른 길이 없는 테러리즘의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가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 모두에게 햇빛을 비춰주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거나 더 이상 새날을 보지 못하거나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억압적인 법에 대항하면서도 법의 지배를 존중해야 하며, 우리 자신의 영혼 속의 폭력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제 3의 길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십자가의 길이며, 훈련과 연합된 투쟁을 요구한다고 독자들에게 주문한다.
이 책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며, 예수의 복음의 진수를 맛보게 하는 책으로서 강력히 추천하며, 이 책의 원판으로 곧 출판될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도 적극 추천한다. (한성수 역, 한국기독교연구소, 200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