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은 폴 오스터가 뉴욕에서 아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 네 가지 룰에 따라 행동하는 소피 칼의 행위와 기록을 담은 책이다. 폴 오스터가 짠 틀에 맞추어 소피 칼이 행동하는 형식.
2. 생각해본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좀 묘한 구석이 있다. 글이 풍성한 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쩐지 그 일상의 순간들이 마음을 울린다. (<스모크>의 오기가 찍던 거리 사진들이 떠오른다면 너무 앞서나간 것일까?) "일상이 작품이 되게 하라"는 르페브르의 말처럼 그녀도 일상에서 포착한 순간의 조각들을 맞추어 새로운 그림을 보여준다. 그저 걷던 거리, 스쳐간 사람들, 그리고 이 일상에 그녀가 그린 그림이 겹쳐지며 내게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주었다. 폴 오스터와 소피 칼의 눈을 통해 포착해낸 도시의 단편. 이것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만나는 풍경과도 다름없었다.
3. 이 책은 온전히 폴 오스터 때문에 읽게 되었다. 그가 쓴 고담 핸드북이라니. 폴 오스터 식으로 뉴욕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가? 궁금증이 폭주해서 읽기 시작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폴 오스터의 글은 짤막해서 이거 낚인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그 순간 소피 칼을 발견했다. 종종 예술가의 머릿속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폴 오스터와 소피 칼의 눈에 이 세계가 어떻게 보일지 더 궁금해졌다. 소피 칼은 <페로티시즘>이란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때 보았던 그녀의 작업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폴 오스터 덕에 보게 되었지만 그녀의 또 다른 작업이 기대된다.
4. 책 속으로
아니요, 난 여기에서 태어났어요. 제기랄, 그리고 세상은 나를 이렇게 밑으로 끌어내렸지요. 그렇지만 난 텔레비전과 신을 보았어요. (중략) 그녀는 아무것도 이해 못해요. 우리와 텔레비전과 정신병원. 이게 미국 하층민이에요. 사람들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해요. 우리 같은 사람들요. 그는 장사를 했지요. 그리고 우리를 잊었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요. -10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