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말한다.
"인간이란 결국 기억을 연료로 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
그 기억이 현실적으로 중요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지.
단지 연료일뿐이야. 신문의 광고 전단지나, 철학책이나, 에로틱한 잡지 화보나,
만 엔짜리 지폐다발이나, 불에 태울 때면 모두 똑같은 종잇조각일 뿐이지.
불이 '오, 이건 칸트로군'이라든가, '이건 요미우리신문의 석간이군'이라든가,
또는 '야, 이 여자 젖통 하나 멋있네'라든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고 있는 건 아니잖아.
불의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떤 것이든 모두 종잇조각에 불과해.
그것과 마찬가지야. 중요한 기억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기억도,
전혀 쓸모 없는 기억도, 구별할 수도 차별할 수도 없는 그저 연료일 뿐이지." -2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