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직 이후 15년 넘게 직장 생활을 더 하다가, 이제는 고향에서 한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선배에게 물었다. 혼자 지내면 적적하지 않으냐고. 되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안 간다. 꾀꼬리 소리도 좋고 온갖 새소리도 좋다. 공기도 맑고 하늘도 깨끗하니 참 좋다. 나는 안 간다." 고향으로 내려갈 때는 무척 망설였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넘어서니 '이렇게 좋은 곳이 바로 여기였구나' 싶었단다. 그간 타향에서 주말부부로 지내며 쌓인 노고가 한순간에 사르르 녹아내린 모양이다.
나 역시 최근에 구한 집 주변에 근린공원이 있어, 멀리 가지 않고도 소나무 숲길을 걷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놀라운 것은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새소리가 귓가에 또렷하게 맴돈다는 점이다. 청명한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 어떤 잡념도 사라진다. 이 경험이 선배의 말과 겹쳐졌다. 새소리를 들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평온해짐을 나 또한 느끼고 있었다.
<새를 관찰할 때 우리는>(라이팅 하우스) 히포크라테스도 말 했다. "자연은 최고의 의사다"라고. "새는 날아가면서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돌아 보는 새는 죽은 새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 새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일은 삶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월북) 미국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쓴 에세이다. 저자는 마흔 살 때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정교수직을 반남하고 메인주 숲속에 오두막을 지었다. 40년간 살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미국에선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8000만명 이상이 1년에 한 번 이상 쌍안경으로 새를 관찰한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10명 중 1명이 정기적으로 탐조를 즐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