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토록 많은 양의 쓰레기를 서슴없이 쏟아내면서도 정작 우리는 쓰레기를 잘 알려고 하지 않는다. 종량제 봉투에 넣어 처리하거나 재활용 분리수거장에서 분류 및 배출 하는 것으로 쓰레기와의 인연은 끝난 것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쓰레기는 우리를 잊지 않는다. 버려지고 잊힌 쓰레기는 한사코 우리를 다시 찾아와 호소한다. 자기를 잊지 말아 달라고.
인간에게 버림받고 잊히고 배출된 쓰레기의 행로와 의미에 주목한 책 두권이 나란히 출간되었다. 임태훈 성균관대 국문학과 교수의 <쓰레기 기억상실증>(역사공간)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처리하는 과정에 작동하는 망각의 기제와 그에 맞서는 문학의 기억 투쟁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한 사회가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식은 그 사회의 가치 체계를 반영한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은 압축 성장의 그늘을, 살 처분 매립지는 경제 논리 아래 스러져간 생명의 무게를, 고독사 현장은 사회적 안 전망의 붕괴를 증언하는 기억의 지층이다. 그리고 문학에서 망각의 인프라에 맞서 버려진 것들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역할을 찾아보았다."(쓰레기 기억상실증)
김이홍 홍익대 건축도시대 학원 교수가 쓴 <폐기의 공간사>(싸이트앤페이지)는 쓰레기가 거쳐 가는 다양한 공간들을 조명한다.
"모든 존재에게 공간이 필요하듯, 버려지는 쓰레기에게조차 공간은 필요하다. 아주 작게는 쓰레기통부터, 아주 크게는 대형 매립지와 소각장에 이르기까지. 쓰레기의 관점에서 도시 공간의 변천사를 바라보면 어떤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을까?"(폐기의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