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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 안녕이라 그랬어
  • 김애란
  • 15,120원 (10%840)
  • 2025-06-20
  • : 255,042



7편의 단편소설집 중에서 <레몬케이크>, <안녕이라 그랬어>, <빗방울처럼>을 읽는 밤이다. 한국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들이다. <레몬케이크>소설에서는 사보사를 퇴사하고 여행 전문 책방을 운영하는 기진과 칠순의 그녀 어머니가 그려진다.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어머니 선주는 옷과 멋이라는 욕망을 칠순의 나이에도 고스란히 간직한 여성이지만 딸의 시선에서는 어머니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한 차림새이다.

어머니의 성격은 걸음걸이에서도 드러난다. 앞서서 걷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챙겨야 하는 엇박자로 평생을 살아가는 노부부를 챙겼던 딸의 기억과 함께 병원 정기검진을 받고 떠나는 어머니를 배웅한 어느 하루가 전해진다. 시인이며 사진가인 작가를 초대하여 북토크를 준비하고 오늘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라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일정을 계산하면서 어머니의 병원 일정을 하나씩 도와주기 시작한다. 어머니 선주는 딸 기진의 직업을 걱정한다. 돈과 노후를 주제로 딸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낯설지가 않은 주제이다.

'옷'과 '멋'의 욕망을 드러내는 눈동자 193

'그럴듯한 사람'으로 보이려 한 욕망 196

선주 남편은 파킨슨병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상황이다. 이명과 난청까지 있어서 남편의 인지 기능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우울함이 깊었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선주도 다르지 않는 이명 증세로 그녀가 남편을 보면서 가지는 오늘의 안도감을 작가는 뾰족하게 그려낸다.

부모의 나이듦의 증세들로 딸은 불편함 없이 생활하도록 병원 일정을 살피면서 영어 알파벳 안내문의 당위성에 의문도 제기한다.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외국어 활자가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불편으로 남는다는 것도 작가는 꼬집는다. 작가의 시선이 무엇을 향하고 어떤 의견을 소설로 말하고 있는지 통쾌하게 마주한 작품이다.

레몬케이크는 부모와도 함께 먹었던 케이크이며 책방 일주년 행사 북토크에도 특별히 준비한 케이크이다. 딸이 사보사를 퇴사하고 책방을 차린 이유를 부모는 어느 정도 공감하였을까. 퇴사를 결정하는 수많은 현대 직장인들의 고민과 갈등의 시간들이 겹겹이 떠오르면서 책방을 시작한 이유들이 하나둘씩 주변에 의해 침범당하는 현실적 문제를 혼자 고민하였을 수많은 시간들이 보였던 소설이다.

좋아하는 작가를 북토크에 힘들게 섭외하고 들뜬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 화자는 예고되지 않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북토크 주인공 작가 가족의 부고 소식을 접하면서 오늘 일정은 취소하게 된다. 삶은 예고없이 일어나고 계획에 없는 손실도 감당하기도 하는데 현실 앞에서 경제적 손실과 슬픔은 저울 위에서 가름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기도 한다. 혼자 준비한 레몬케이크를 달고 신맛을 음미하며 그녀가 살아갈 삶은 레몬케이크의 맛과 다르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은 작품이다.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문장에 기대 하루를 건넜다 203

<안녕이라 그랬어>소설은 40대 중반 여성은 어머니가 사망한 시골집에서 무직 상태로 생활에 대한 압박감으로 구직하는 상황이다. 외국어 화상수업을 받는 과정에 만난 로버트는 60대 초반으로 항상 진지하게 수업하고 관대함이 돋보이는 인상이라 기존의 무책임한 다양한 외국어 화상 선생님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수업 주제에 맞추어 로버트와 대화하면서 자신을 숨기고 또 다른 타인의 삶을 자신의 것처럼 소개하고 말하였던 화자는 뒤늦게 로버트에게 실존하는 자신을 다시 소개하게 된다. 로버트도 아버지 죽음에 대해 다시 수정하면서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였고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태어나게 해 준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태어나게 한 부모와 키워준 사람들이 다르기도 하고 좋은 어른이 아닌 부모를 만나 성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어른이었냐는 질문은 모든 사람들을 향하는 질문이 된다. 더불어 우리는 좋은 자녀였는지 되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오늘을 살아가고 버티며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어른의 모습으로 타인에게 보이는지 아낌없이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된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남고 온기를 나누는 타인들이었는지 둘러보게 한다. 안녕이라는 뜻이 다양한 한국어를 짚어주면서 어떤 '안녕'을 말하는 사람이 되고 있는지도 살피게 된다. 슬픔을 언어로 온전하게 전달할 수가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의 한계를 작가는 '어쩔 수 없는 누락과 손실, 하찮은 세부 하나하나'라고 표현하면서 전달되지 못하는 언어의 한계와 감정을 매만진다.

이미 많은 걸 잃었다 여겼는데 여전히 잃을 게 남은 삶 속에서 251

<빗방울처럼>소설은 전세 사기를 당한 신혼부부의 이야기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가 스트레스와 과로로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면서 홀로 남은 아내가 이야기가 전해진다. 의심하지 않았던 삶을 뒤늦게 자책하면서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아내가 자살을 계획하면서 자신이 죽은 후 남겨질 사람과 공간을 정리하는 이야기에서 도배 후 낙숫물에서 예고되지 않은 희망을 듣게 되면서 삶을 다시 살아갈 화자를 보게 된다.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타인을 죽음까지 몰아가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안락하게 살아가는 한국 사회문제를 지적한다. 전세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부동산 시장이라 없어져야 하는 제도이며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구제되지 못하는 사정이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자산 전부를 걸고 전세를 구한 사람들이 법의 효력발생일을 이해하지 못하여 구제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한국 부동산 시장이 고발되는 소설이다.


‘옷‘과 ‘멋‘의 욕망을 드러내는 눈동자- P193
‘그럴듯한 사람‘으로 보이려 한 욕망- P196
나의 오늘과 당신의 오늘이 다르다는 자명함... 엄마의 하루와 자신의 하루의 속도와 우선순위, 색감과 기대가 늘 달랐다는- P214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문장에 기대 하루를 건넜다- P203
이미 많은 걸 잃었다 여겼는데 여전히 잃을 게 남은 삶 속에서- P251
그런 일은 ‘그냥‘ 일어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저 내 차례가 된 것뿐-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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