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배우, 김성철 배우가 출연한 민규동 감독 영화의 원작소설이다. 원작소설이 얼마나 멋진 소설인지 궁금함에 구매한 소설로 구병모 작가 소설들이 유명하지만 이 소설이 처음으로 읽는 작품이었고 다른 작품들까지 더 궁금증을 증폭시킨 소설로 남는다. 감정은 다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감정은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을 헤치려고 다가서는 타인에게 자신의 목숨을 지키고자 보여준 정당방어가 치명적인 피살 방식이 되는 것을 지켜본 류라고 하는 인물은 조각이라고 어린 여성을 자신의 사업을 위해 고용하게 된다. 눈에 거슬리는 사람을 조용히 처리해 주고 정리해 주는 일을 비밀스럽게 진행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된 조각은 류에게 고용된다. 가족이 있었지만 가족들이 어디로 가버렸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가난한 집안의 아이 중의 하나의 삶은 그녀에게 어떤 선택이 없는 삶으로 인도되면서 류에게 느끼는 애정을 감추면서 방역이라고 명명하는 청부살인을 하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
무표정한 그녀의 삶처럼 그녀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 소유하는 것들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듯한 인물이다. 가족도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집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모른 채 살아가는 그녀이다. 그녀가 십 대에 일을 시작하면서 지금 60대 여성이 되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을지 하나씩 들려주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처리한 무수히 많은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들 중의 남겨진 한 명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우연히 아버지가 피살된 현장을 목격한 한 남자아이는 그 현장의 모습을 다른 감정으로 기억하게 된다. 그러한 아이의 반응에 우려하는 정신과 의사의 진단처럼 그 아이는 성장하여 조각이라는 그녀 앞에 나타난 모습은 그녀와 다름없는 방역 일을 하는 유능한 젊은 청년의 모습의 투우이다. 투우는 아버지의 사건을 비밀스럽게 조사하고 현장에 있었던 그녀가 조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왜 그때 자신을 처리하지 않았는지, '잊어버려'라는 말을 거듭 상기하게 된다.
온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한 조각과 투우라는 두 인물의 일반적이지 않은 감정들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머뭇거리지 않는 두 인물의 잔혹성과 건조한 감정들이 그들의 삶이 얼마나 불행한지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러한 두 인물에게서 조각은 우연히 무용이라는 개를 키우게 되면서 생명을 향한 다른 경험들이 그녀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게 된다.
지킬 것이 없어야 하는 이유를 그들이 사랑하는 존재가 위험해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류의 아내와 자식이 처참하게 피살되고 류와 함께 당한 사건에서 조각만이 살아남은 기억도 조각을 맴돌게 된다. 태어난 아이를 지키고자 급하게 해외입양을 보낸 조각의 사연도 충분히 짐작하게 되면서 그녀가 그럼에도 자신의 일을 놓지 않고 지속하는 이유와 돌아오지 못할 날을 준비하는 시간까지도 세세하게 전해진다.
잔혹 소설이지만 낯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죽어가는 사람의 고통을 줄여주고자 하지만 하지 말라는 부탁을 들어주는 조각의 치열한 사건도 전개되면서 아이를 지켜내고자 고민하는 조각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녀의 치열한 고뇌와 갈등을 보게 된다. 무엇이 그녀를 변화시켰는지 변화되지 않는 사람이 변화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소설은 서서히 보여주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온전한 가족을 가졌다면 건조한 삶을 살지는 않았을 조각이다. 가난한 부모가 쉽게 자식을 남의 집에 보내버렸고 그것이 버려졌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조각에게 손을 내민 류의 친절이 잘못된 기회였음을 깨닫지도 못하고 그를 혼자 사랑하기도 한다. 긴 세월 그에게 배운 기술들이 그녀의 뇌리에 잔존하면서 살리는 일보다 죽이는 전문가의 킬로가 되면서 불행이 가득한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그녀가 보이는 소설이다.
한 줄기 빛을 보고 온기를 느꼈다면 그녀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뒤늦게 따뜻한 과일가게 강 박사의 가족을 보면서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변화를 경험하면서 투우를 자극하게 된다. "죽여도 되니? 안 그럴 생각이었어? "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서로 감싸안았다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이 강열하게 남는 명문장이 된다.
이 아이와는 어쩌면 다른 장소에서 다른 방식이나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서로의 목을 긋는 게 아니라 다만 감싸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P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