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신사를 섬기는 소망을 가진 영국 집사의 회고록으로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 소설들 중의 하나이다. 그는 35년을 주인을 섬기는 일에 인생을 바친 집사로 자신의 아버지가 집사로 살면서 절제된 감정을 보이면서 살아온 것을 보면서 성장한 인물이다. 절제된 감정으로 평생을 주인을 위해 살았을 집사의 인생은 어떤 인생이었을까.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고 살아온 집사의 표정들이 묵묵히 흘러넘치는 소설이다.
비밀유지가 우선이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직업을 가진 현대인들이 떠오른다. 감정노동자들이 얼마나 주위에 많은지 무수히 보이기 시작한 소설이다. <태풍상사>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백화점 안내 직원으로 일하는 여동생의 모습에서 미소와 표정, 태도가 얼마나 인위적인 감정 노동인지 엿보게 된다. <당신이 죽였다>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도 판매 영업직에 종사하는 직원이 고객들에 대한 비밀유지가 최우선이라는 것을 상기하는 장면도 떠오른다.
감정 절제와 자만심을 배제하고 복종의 자세를 가져라고 소설 주인들은 집사에게 요구한다. 그가 고수한 35년 동안의 세월을 뒤돌아보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소설이다. 주인을 향한 복종이 자부심이었던 집사는 주인의 삶이 오류가 되는 날 저택과 함께 집사도 묶음 상품처럼 새로운 주인에게 넘겨지면서 자신의 가졌던 자부심이 어떤 오류였는지 깨닫게 된다. 국왕과 나라를 위해, 주인과 지배계급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영혼들이 존재한다.
새로운 주인 미국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이 영국 옛 주인의 스타일과 대비되기 시작하면서 집사는 자신이 세웠던 굳건한 직업관에 의심을 부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리타분한 생각과 유명한 가문, 속물근성이 가진 오류를 현대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보면서 소수의 지배자와 수억 수십만의 노예들이 현존하는 세상을 향해 외치는 작품이다. 자유는 타인이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유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서 보여준다.
품위가 무엇인지 정의된다. 진정한 품위는 투표로 의원의 자리를 앉혔다가 빼앗는 것이라고 또렷하게 명시한다. 읽고 생각하고 분별하고 자유를 찾는 품위가 무엇인지 작가는 명확하게 전달한다. 노예적 삶을 살아가는 것, 영원히 그들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 자유가 아님을 작가는 아우성 같은 목소리로 소설에서 말한다. 민중의 고통에 늦장만 부리는 행태를 얼마나 많은 세월 한탄하였는지 기억해야 하는 시대이다. 더불어 국왕과 나라를 위해 아들이 목숨을 바친 것에 대해서도 소설을 통해서 꼬집는다. <간단후쿠>소설에서도 나라를 위해 희생된 이들은 젊은 아들과 젊은 딸들이라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 주인의 오류적 삶에 자신의 35년이 고스란히 바쳐진 것이 어떤 심정일지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살아야 주인이며 자유를 찾는 삶을 살아야 주인인 것이다.
집사의 삶은 팬터마임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소설은 말한다. 무언극과 같은 삶을 35년 동안 살아간다는 것은 자부심이 아닌 고행과 다름없는 삶이지만 그들은 자유가 없는 삶에 익숙하여 불행한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이다. 작가는 그러한 삶은 주체적인 삶이 아님을 명시한다. 소설의 인물과 배경은 현대사회에서 누구의 삶이며 주인으로 직시된 이들은 어떤 집단이며 인물인지 차분히 따져보는 시간으로 연결된다.
집사로 산다는 것은 무슨 팬터마임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70
모세가 약속의 땅에 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헤맨 이유를 이 소설에서도 찾아보게 된다. <사람을 안다는 것> 인문학 책에서도 출애굽기의 여정을 시작했느냐고 질문한다. 노예로 제자리에서 맴도는 원형적인 삶을 살아가서는 자유를 찾지 못하게 된다. 사다리를 타고 자유를 찾는 삶은 스스로 노력하는 주체적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엿보게 된다.
어리석은 생각이 우리 삶의 행복에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작가는엄중한 목소리로 전한다. 어리석은 생각들이 무엇인가. 작가의 놀라운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읽은 소설로 다시 읽어도 좋은 추천도서이다.


어리석은 생각들이 당신 자신과 당신 몫의 행복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될 겁니다.
- P365
퇴직 후의 인생이야말로 부부 생활의 황금기라고.
- P366
집사로 산다는 것은 무슨 팬터마임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 P70
소수의 지배자와 수억 수십만의 노예들만 존재하는 세상... 노예 상태에서는 결코 품위를 갖출 수 없습니다... 자유 시민으로 살 권리를 쟁취... 투표로 의원 나리들을 의사당에 앉혔다 빼냈다 할 수 있으니까요... 그게 바로 진정한 품위입니다
- P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