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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 소설 보다 : 여름 2025
  • 김지연.이서아.함윤이
  • 4,950원 (10%270)
  • 2025-06-10
  • : 28,930



남매가 운영하는 백반집에서 기거하면서 식당 일을 돕고 방까지 이용하고 있는 화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자신이 잘하는 일이 정리와 청소라 요양원 일을 소개받고 가끔 일을 하기도 한다. 그곳에 머무르는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돌보기도 하면서 종종 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들을 종종 굽어 살피시는지, 어둑한 이곳을 향한 신의 관심을 향한 기도를 의미하는 문장이 자주 반복된 소설이다.

어떤 사연으로 바닷가의 백반집에서 남매와 함께 생활하면서 일자리를 얻어서 살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이곳에 머무르면서 화자는 삶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반집 남매에 대한 흉흉한 소문의 근원은 남매의 눈에 깃든 슬픔임을 보게 된다. 얼마나 깊은 슬픔이 그들을 압도하였기에 마을 사람들은 추측이 아닌 확실한 것처럼 소문이 확산되기 시작한다. 그들 남매가 함께 슬퍼하는 일이 무엇이며 그리워하는 근원이 무엇인지는 소설에서 드러난다. 그들이 점점 어린아이처럼 몸이 작아지는 것을 목격하게 된 슬픔의 근원은 수목장을 방문하는 날과 백반집 누나가 가끔씩 말하는 가정법이 그녀의 슬픔을 짓눌렸다는 것을 보게 된다.

요양원은 죽음을 앞둔 노인들의 공동체라 죽음이 너무나도 가깝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어제의 삶과 오늘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자신의 죽음까지도 예견하면서 농담을 아낌없이 던지면서 웃음을 잊지 않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할머니 딸과 사연이 있는 반지를 자신을 돌보고 책을 읽어달라고 말하는 젊은 직원에게 반지를 주고 책을 준 것은 어떤 의미였는지 소설은 후폭풍처럼 잔상을 남긴다.

환상소설처럼 화자 앞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과 백반집 남매가 보여주는 보살핌과 사랑, 요양원 할머니가 죽는 날까지 보여준 모습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소설이다. "슬픔은 전적으로 내 몫이다. 커다란 보드를 끌 시간... 생의 무게를 끌 시간이었다." (100쪽) 저마다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말하지 않아도 침묵 속에서 보여주는 슬픔들이 엿보인다. 개발이 중단된 바다가 보이는 공터를 찾는 인물이 서로 우연히 만나서 나누는 대화가 그러하다. 그들이 사람이 없는 공터를 찾는 이유, 공터에서 바다를 멍 때리면서 찾아내는 치유와 위안을 짐작하게 된다.

슬픔을 어떤 방식으로 끌어안고 어떻게 해결할지는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서핑하는 방법처럼 슬픔과 삶을 대처하는 방식도 다르지가 않다. 순탄하지 않았을 인생이지만 파도를 타듯이 순례를 시작하여야 하는 이유를 만나게 된 작품이다. 살아가야 하는 삶, 죽음을 앞둔 삶에서 어떤 유품을 남기고 어떤 추억을 남길지는 질문을 아낌없이 던진 소설이다.

파도를 바라보는 관점, 바다를 바라본 시선이 남매와 화자에게서 다르게 전해진다. 남매가 즐긴 파도와 바다는 분명히 화자가 보는 파도와 바다와는 확연한 차이를 이룬다. 바다가 보고 싶어서 떠난 며칠 전의 여행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을 오랜 시간 지켜보았다. 그들이 느끼는 파도와 바다는 분명히 화자가 느끼는 것처럼 다른 의미일 것이다. 삶도 다르지가 않다. 어떤 슬픔, 어떤 삶이 밀려올지라도 파도를 타듯이 살아내는 것이 삶이다. 어떤 슬픔 앞에서도 책에 밑줄을 치면서 삶을 응시한 할머니의 삶과 슬픔, 화자에게 자신의 것을 선물한 이유까지도 짐작하게 된다.


모든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책에 밑줄을 그었던 할머니처럼. 99


내게 좋은 파도란 없다. 죄다 견디기 힘들고 고달픈 파도일 뿐이다. - P79
내게 바다는 장소였지만, 그들에게는 온몸으로 일렁이며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생물체였던 것이다.- P78
백반집 남매 마을에서 소문이 안 좋았다. 마약보다는 슬픔을 들이마신 사람들 같았다. - P65
모든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책에 밑줄을 그었던 할머니처럼.-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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