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장을 가슴에 주렁주렁 달고 전쟁의 기억을 잊지 않는 노년의 할아버지의 모습을 우연히 지나친 적이 있다. 참담한 기억이 아닌 악몽과 같은 기억이 아닌 자랑스러움이 묻어난 제복과 훈장으로 누군가의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참혹한 현장의 기억에 침식되어 현실을 혼동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영화의 인물과 소설의 인물들과는 대조적이라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눈먼 암살자』 소설은 전쟁의 참담함과 참전 군인의 실상을 고스란히 펼쳐놓는 작품이다. 입구만 있고 출구가 없는 삶을 보여주면서 수면제, 혈전증, 머리의 총상 부상이 남긴 악취가 나는 모텔이 묘사된다.
법률 사무소에서 종신 시종이라는 사람들의 공허한 얼굴과 외면하는 눈, 특정한 것만 보는 그들이 받는 돈과 그곳의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법률 사무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많은 직업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어떻게 공범이 되는가』 맥스 베이저먼의 내용이 떠오른다. 전쟁과 훈장을 향한 진정한 숙고의 시간으로 이어진 소설이다. 평화주의가 아닌 전쟁과 분쟁을 부추기는 언론과 사회적 분위기를 향한 소설가의 진정성이 전해지는 소설이다.
두려워하는 통찰력을 가진 로라가 눈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소설이다. 어떻게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지 자문하는 그녀가 있다. 타인을 섬기는 것은 무엇인가. 노동을 착취하는 사람들이 이민자들의 폐에 실 보푸라기로 가득 채우면서 취득한 실체를 고발하기 시작한다. 벗아날 수 없는 곳은 모두 지옥이라고 소설은 말한다. 사후의 지옥을 두려워하는 마음만큼 살아가는 사회에서 지옥이 무엇인지 고찰하는 삶이 중요해진다. 하나님을 섬기고 싶은 마음을 삶 속에서 타인을 섬기는 삶으로 드러내야 하는 이유가 전해진다. 전쟁과 훈장, 참전군인, 분열과 분쟁이 신을 사랑하는 것인지 진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종교가 분열의 선두자에 서는 모습은 참된 종교인의 모습이 아님을 알기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화합과 이해, 차별이 아닌 포용이 평화가 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확고하게 하고자 분열을 조장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얼마나 삶을 위협하는지 목도하게 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에서 선택받은 90%가 있고 제외된 10%가 존재한다. 정당한 분배이기에 지지하는 정책이지만 90%가 어떤 정책을 지지하는지는 주시하게 된다. 가난이 세습화되고 노동착취와 산업재해와 암 환자가 증가하지만 지난한 긴 싸움으로 힘겹게 인정받은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부자가 더 많은 부를 취득했다는 언론의 기사를 90%는 무관심한 내용이지만 그들의 언론은 축제 분위기이다. 90%가 기뻐할 축제 분위기가 전해지는 기사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착취당한 노동자의 페와 이민자들이 곧 수많은 90% 국민들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을 통해서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무분별한 분위기에 휘청거리는 것을 매번 목도하게 된다. 현명함과 분별력을 소설을 통해서, 작가의 목소리와 냉철한 시선의 끝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10%에 해당된 제외된 일부의 사람들이 그럼에도 90% 사람들을 지지하고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평화주의를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노동자들의 노동과 땀과 눈물에 공감하기에 이 소설은 로라가 진지하게 질문하고 응시한 것들을 잊지 않고자 다짐한 소설로 굳은 돌 같은 얼굴이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 석판석 같은 눈이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마주보게 한 작가이다.
가짜 신이란 누구인가?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와 우리의 돈 322
벗어날 수 없는 곳이란 모두 지옥 133
주먹은 손가락을 다 모은 것 이상의 것이다. - P385
더 이상 버림받은 사람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 P398
낙원에는 이야기가 없다... 상실과 후회와 비참함과 열망이 굴곡진 길을 따라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P393
일등석 승객들.. 부자들이란 언제나 도벽이 있는 사람들 - P172
음식점의 모든 것들은 너무 커지고 너무 과중... 물질세계는 거대하고 축축한 반죽 덩어리 - P233
가짜 신이란 누구인가?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와 우리의 돈- P322
벗어날 수 없는 곳이란 모두 지옥 - P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