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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 소설 보다 : 봄 2025
  • 강보라.성해나.윤단
  • 4,950원 (10%270)
  • 2025-03-14
  • : 26,080



성해나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 아니다. 『소설 보다 겨울 2023』 소설집을 통해서 작가의 소설을 만났고 『스무드』라는 소설로 다시 만난 시간으로 3편의 소설 중의 하나이다. 작가의 인터뷰도 편집되어 있는 특징을 지닌 계절별로 만날 수 있는 소설집이다. 이번 봄 시리즈는 책표지도 인상적이다.

성해나 작가의 『스무드』 소설에는 입양된 한국인 부부와 그들의 자녀가 등장한다. 외모는 동양인이지만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김치를 먹어본 적이 없는 듀이라는 인물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않은 상태로 성장한 미국인이다. 한국에 출장 온 듀이라는 인물이 한국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질적이고 차별적인 두 공간을 통해서 전해진다.

한국에서 만난 갤러리와 관련된 한국인들은 영어가 유창하여 듀이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의 안온한 성곽이 되어주고 있는 소설 속의 아파트는 유명한 작가의 예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전시기간동안 게스트룸에서 보내게 된다. 아파트 입주주민을 위해 고용된 셰프가 특별히 듀이를 위해 준비한 한정식 요리가 낯설기만 하다. 젓가락 사용법도 전혀 모르며 한국요리는 어색한 맛이라고 느끼면서 한국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듀이가 마사지를 받고 싶다고 말하자 아파트 중역이라는 사람은 난색을 보이며 아파트 산책로를 거닐어 보라고 권유한다. 수입한 나무들로 조성된 산책로를 가진 이 아파트는 외부와도 분리된 공간이라 한국은 권위적인 곳이며 차별적인 나라라고 듀이는 감지하게 된다.

잠시 서울 도시를 혼자 걷다가 듀이가 경험하게 되는 이색적인 경험이 등장하게 된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무리를 발견하며 경험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무리가 흔드는 두 나라 국기가 상징하는 의미와 이들이 향하는 축제가 어떤 의미인지 듀이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휴대폰이 방전되어 더욱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 듀이는 우연히 영어를 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이 무리의 사람들과 잠시 보내면서 경험한 것은 또 다른 한국의 공간이며 다른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듀이에게 건네는 음식들, 휴대폰 충전 서비스, 방명록 사인을 관리하는 중년 여성이 듀이에게 당신은 아주 소중하다는 말을 듣고 감정에 미묘하고 어색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가족들도 자신에게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말, 타인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존재의 의미가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듀이는 아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안부 외에는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가 없는 사이였기에 듀이는 자신에게 일어난 감정적 변화를 아버지에게 전하면서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누구와 함께 보내고 있는지 알리게 된다. "저 지금 이승만 광장에 있어요. 아주 좋은 사람들과 함께요." (103쪽)

듀이가 만난 그들이 추앙하는 인물, 대통령이 누구이며 어떤 인물인지 듀이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그들의 자신에게 보여준 친절과 그들의 대통령 이승만은 낯선 인물이라 그들의 축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뱀술과 개고기, 우범지대로 알고 왔던 나라였는데 직접 방문하고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선입견들이 와해되기 시작한다. 이상한 여정에서 만난 무리의 사람들은 아주 좋은 사람들이라고 느끼게 되는 듀이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듀이의 입장에서 경험한 축제 현장의 노인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매만진 소설이라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다. 대구, 미군부대, 이승만은 상징성을 지니는 의미이다. 단단하고 높다간 성벽처럼 둘러진 아파트라는 곳과 두 나라의 태극기를 흔드는 집회 속의 노인들은 듀이에게 적잖은 한국을 대표하는 의미가 되어버린다. 같은 것을 추구하지만 상이한 라이프 스타일, 생활공간, 삶의 격차가 대조적인 두 무리를 아이러니하게 매만진 소설이다.

소음과 혼돈을 배제하고 그들만의 성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노인들이 흔드는 두 나라의 태극기와 그들이 나누어주는 음식들은 이질적이다. 듀이가 경험한 한국은 하나의 집단이지만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으로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를 보여준 소설이다.

소중하다는 말을 표현하면서 살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입양된 부모에게서, 타인에게서 한번도 듣지 못한 말을 듀이는 낯선 한국에서 처음으로 듣게 되면서 감정이 동요하게 된다. 따뜻한 말의 힘을 발견하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행인들이 축제 무리에 섞인 듀이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조차도 이해할 수 없지만 듀이는 아주 좋은 사람들의 친절에 처음으로 감정이 움직였음을 보여준다. 두 공간, 두 집단의 사람들을 소설에 담으면서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해준 기발함과 예리함을 만날 수 있었던 작품이다.

갤러리를 포함한 이 아파트의 모든 공간은 주민만 출입할 수 있다. 위용 넘치는 공간을 누릴 수 있는 건 입주민뿐... 그게 이상했다. 대단히 차별적이군. 한국은 이런 나라인가. 67

갤러리는 사적인 동시에 권위적이었다. 통창 대신 고측장을 설치해 외부 시야를 철저히 차단- P66
갤러리를 포함한 이 아파트의 모든 공간은 주민만 출입할 수 있다. 위용 넘치는 공간을 누릴 수 있는 건 입주민뿐... 그게 이상했다. 대단히 차별적이군. 한국은 이런 나라인가. - P67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하는 그들의 애국심에 ...속으로 다소 과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P72
당신이 아주 소중하대요. 타인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가족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다. 감정의 가느다란 실검이 점점 벌어졌고 뜨거운 무언가가 바깥에서 밀려 들어오듯 온몸이 날아올랐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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