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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 증언들
  • 마거릿 애트우드
  • 15,300원 (10%850)
  • 2020-01-03
  • : 2,768



마거릿 애트우드의 책들의 문장들을 다시 펼쳐볼수록 문장들의 첨예한 예리함을 주워담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SF소설을 쓰는 작가의 집필에 대한 이유들을 읽었기에 이 소설에서의 지옥들을 찾게 된다. 『나는 왜 SF를 쓰는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곳은 전부 지옥이야" (387쪽)라는 문장을 이 소설과 현실에서도 둘러보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삶이 평화로워야 한다는 지대한 목표를 품어 안으면서 살아야 하지만 소란스러운 소음과 잡음들이 무수히 쏟아져내리는 세상이다. 중심에는 과도한 사치와 허기에 허덕이는 인물들이 존재한다.

책의 파장은 대단하다. 허구라는 당위성에 집요하게 짚어내는 사회적 문제들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주어진 삶들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아직 내 삶의 자정이 도래하지 않았다'는 인물의 말에도 쉽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긴 사유의 시간을 가지게 한다. 삶의 곡선들을 지긋하게 떠올리며 어떤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한 걸음의 발자국이 자신의 삶이 되고 천국과 지옥은 사후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현재 삶의 지표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여자가 있다. 나이, 직업,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여자들이 있다. 소설의 여자들은 곧 우리가 되고 우리는 이 사회에서 어떤 여자로 존재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질문으로 남는다. 어떤 위치에서 쓰이는 의미인지 되묻게 하는 소설이다. 권력은 작은 집단에서 큰 집단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곳에서 여자는 어떤 존재로 살다가 사라지게 되는지 아낌없이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시녀이야기』와 『증언들』을 읽었다. 작가의 작품을 읽을수록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더욱 궁금해지면서 『눈먼 암살자』, 『도둑신부』와 <핸드메이즈 테일> 시즌까지도 시청하게 되었다. 작가의 작품들은 계속 출간되고 있고 독서 속도는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소설이 던진 충격은 현실에서도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로 응집된다. 미투로 용기를 내는 여자들이 어떤 고충 속에서 직업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감시와 고발하는 사회가 있다. 폭력과 총기로 무장하고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가 있다. 순종해야 하고 무력함과 수치심을 일으키는 사회에서도 살아남고 버티며 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전달되는 인물이 등장한다. 새로운 계급과 새로운 사회가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소설은 집요하게 파헤친다. 현대사회가 성장과 발전이라고 말하는 포장지에 감추고 있는 비릿한 기체들의 정체들의 발원지가 어떤 집단의 욕망에서 출발한 것인지 함께 떠올리면서 읽은 작품이다.

작품의 인물들과 권력이 대중 앞에서 보이는 모습과 실제 삶의 진실한 모습의 괴리까지도 되짚어보게 하는 소설이다. 허구이지만 현실에서도 남김없이 드러나는 실체적 모습들이 보이는 장면들이다. 낮은 계급인 여자들이 등장한다. 이 여자들이 한국 사회에서도 어른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린되고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처버린 여자도 존재한다. 갈색 옷을 입은 아주머니라는 여성 집단도 예사롭지가 않다. 미소를 머금고 일률적으로 말하는 말들이 건조하기만 하다.

두려움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낯설지 않은 풍경들이라 작가의 예리함에 감탄하게 된다. 성경을 한 손에 쥔 사람들이 보이는 폭력과 잔혹함이 드러난다. 역사에 존재한 복종과 순종의 강요, 성의 착취, 권력들의 기괴한 논리와 계급론을 소설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마지막 글에 등장하는 소녀의 죽음이 있다. 무자비하고 잔혹한 여성이 편안한 노후를 위해 계략을 꾸미고 진행하다가 희생된 소녀를 떠올리며 조각된 조각상의 글이 인상적이다. 악의 근원과 폭력성을 이 소설에서도 가해자와 희생된 소녀에게서 보게 된다.


아직 내 삶의 자정은 도래하지 않았다. 252



어째서 너무 늦기 전에 누군가 그 원자력 발전소들의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던가? 침몰하는 경제, 실업, 추락하는 출생률- P99
순종, 굴종, 온순, 이런 미덕이 요구되었지요.417
(책은) 그토록 화르르 불이 붙고? 그토록 파괴적이라니요? - P347
과도한 방종, 물질적 사치에 대한 과도한 허기253
여기는 천국이 아니야. 여기는 뱀과 사다리의 세상이고.-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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