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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 디 에센셜 알베르 카뮈 (무선 보급판)
  • 알베르 카뮈
  • 15,300원 (10%850)
  • 2023-12-08
  • : 2,097



알베르 카뮈 디 에센셜은 소설 한 편과 에세이 3편이 구성된다. 그중 에세이 <안과 겉>을 읽으면서 『이방인』 소설과 『시지프 신화』도 무수히 연상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이방인 소설에서도 확신이라는 말을 쉽게 지울 수가 없었는데 이 에세이에서도 확신에 대해서 젊은 시절의 작가는 깊게 사고한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철학적 숙고의 시간과 사유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에세이와 소설들을 통해서 이어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작가는 결코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여자가 있다. 자기 무덤을 준비하고 그 무덤을 진짜 사랑하는 그녀의 유일한 외출과 소일거리가 기괴하게 전해진다. 이러한 사람들은 주변에서도 흔하게 찾을 수 있다. 삶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무덤을 사랑한 그녀의 이야기를 주시하여야 한다. 누군가는 관조하지만 누군가는 자기의 무덤을 판다는 것을 명확하게 단언한다. 어른거리는 확신과 세계의 부조리를 연상하게 하는 예시들이 글에서도 들추어진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작가를 더 가까이에서 만나는 기분이다. 젊은 날 집필한 글이라고 설명하면서 에세이를 다 읽고 설명해 주는 글들까지 빠짐없이 읽으면서 작품성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희망이라는 의미의 단면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리스인들이 판도라 상자에서 제일 마지막에 꺼낸 악이 희망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는 곧 체념을 의미한다. 희망이 곧 체념이라는 것을 깊게 호흡하면서 이방인 소설의 주제가 산다는 것은 스스로 체념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까지도 전해진다.

죽지도 않은 여자에게 수의를 입히는 딸이 있다. 딸이 수의를 입히는 이유를 들려주면서 성급한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기이한지도 작가는 언급한다. 사체를 재빠르게 처리하는 장례문화를 질타하는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책 내용도 더불어 생각나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허무와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은 없다고 말한다. 수도원이 가르쳐 준 것과 화려한 교회당에서 실망하고 더 헛헛해지고 낙담한 이유도 전해진다. 교회와 궁전, 박물관과 같은 모든 예술작품에서 심한 불안감을 느낀 경험도 전해진다. 반면 바로크식의 수두원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 것들이 무엇인지도 열거된다. 느리게 울리는 종소리, 오래된 탑, 풀과 허무의 향기, 다사로운 분위기, 마음속에 눈물 가득한 침묵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한다. 차분하게 돌아볼수록 그가 느끼는 해방감이 무엇이며 심한 불안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무수히 던지는 질문들과 감정의 근원, 우주와 세계, 존재와 죽음을 향한 사유의 흔적들을 젊은 시절의 작가의 에세이를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영혼에 꼭 들어맞는 그 땅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를 감지한 것들이 무엇인지도 에세이를 통해서 차곡히 만날 수 있다. 오래된 가구의 가치, 손으로 뜬 레이스 덮개를 바라보는 작가가 있다. 충만해지는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작가이다. 하루 종일 산책을 하였다고 한다. 거리의 냄새를 사랑하고 고독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그가 의지할 버팀점들이 무엇이었는지 들려준다.

작가가 성장한 환경과 거리, 집의 냄새들, 가족 구성원들도 알게 된다. 특히 아버지가 전쟁터에 사망한 이유와 훈장, 메달, 탄환을 간직한 어머니에 대해서도 이야기된다. 열의에 차서 전쟁터로 간 아버지는 두개골이 터졌고 일주일 동안 앞을 못 보면서 신음하다가 위령탑에 이름을 남겼다고 한다. 어머니는 차라지 살아서 돌아오지 않은 것이 나았다고 말하는 이유도 전해지면서 장님 아니면 미친 사람이 되어 돌아왔을 거라는 암담한 결과를 이야기한다. 『반쪽자리 자작』 소설에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전개된다. 어머니가 가진 확신, 세계의 부조리한 단순성을 작가는 어머니와 전사한 아버지를 통해서 사유한다. 확신과 부조리를 부모를 모습을 통해서도 놓치지 않는다.

권태를 느끼는 장소에서 깨닫는 것이 있었다는 것도 이야기된다. 과연 행복한지 질문을 하면서 인간은 자기 자신과 정대면해야 하는 이유도 들려준다. 커다란 부조화가 자신과 사물들 사이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시지프 신화의 '부조리의 감정'에 대해서도 각주에서 설명된다. 호텔방에서 느끼는 깊은 공허라는 감정이 이 글에서도 등장한다.


희망은 체념과 마찬가지 270


그는 아주 열의에 차서 전쟁에 나갔다. 전투에서 두개골이 터졌다. 일주일 동안 앞을 못 본 채 신음하다가, 위령탑에 이름이 새겨졌다. 230


따지고 보면 그 편이 차라리 나았지. 장님 아니면 미친 사람이 되어 돌아왔을 테니. 차라리 그편이 낫다는 확신, 세계의 부조리한 단순성 230


​허무.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은 없다.
- P260
성급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다.
- P269
한 사람은 관조하고 또 한 사람은 자기의 무덤을 판다.
- P268
하루 종일 산책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 거리의 냄새마다 나에게는 한없이 사랑할 구실이 된다... 더 이상 고독하게 지낼 수 없게 된 사람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다 의지할 버팀점들이다.
- P246
오래된 가구들과 손으로 뜬 레이스 덮개... 이방 이외에 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 P246
바로크식의 수도원 ... 다사로운 분위기, 느리게 올리는 종소리, 오래된 탑... 풀과 허무의 향기... 마음속에 눈물 가득한 침묵을 만들어 내면서 나는 거의 해방감에 가까운 느낌을 맛볼 수 있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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