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세 번째로 읽는 소설이다.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읽을 때마다 작가가 집필한 소설의 문장은 새롭기만 하다. 보이지 않았던 문장이 새롭게 보이면서 여러 번 읽고 필사하면서 곱씹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을유세계문학전집 책으로 처음 읽었을 때는 놀라움이 가득했던 작품이었고, 현대지성 책으로 두 번째로 읽었을 때는 『시지프 신화』라는 철학적 산문시를 읽게 만들었던 작가이다. 세 번째는 한 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다가오면서 알베르 카뮈 소설을 꼭 읽고 가야겠다는 다짐에 다시 펼친 디 에센셜 책이다. 여러 번 덧칠하면서 읽었던 재독의 시간은 무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부조리한 전 생애를 주인공을 통해서 충분히 관심을 유발하는 소설이다. 3년 전 양로원에서 생활한 어머니가 있다. 가난한 형편에 죽음을 목전에 둔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불필요해서 선택한 어머니의 양로원 생활이지만 그는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는 것을 하지도 않았다. 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는 양로원으로 향한다. 그의 직장 사장이 그에게 보이는 태도, 양로원 원장의 언행, 양로원의 분위기와 슬픔을 깊게 들어마시는 어머니의 연인이었던 한 사람도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 그가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어머니를 오랜만에 생각하게 된다.
신념과 확신으로 가득 찬 세계의 움직임들이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서 서서히 열거된다. 그들이 가진 신앙적 신념,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해서 증언하는 내용에서 그들이 가진 확신은 얼마나 가볍고 얇은 막처럼 찢기는지도 그의 재판 선고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누군가의 죽음과 사랑, 종교, 선택하는 삶과 운명이 자신에게 무슨 중요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한다.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았지만 돌아와서 일을 더 많이 했던 그의 신념의 반대편도 함께 질문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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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규범과 관습도 나라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지 않은가. 절대성을 부여받지 못하는 상대적인 규범에 사람들이 얼마나 충실한지 소설 속의 사람들의 행동과 선택, 관념들을 통해서 여러 번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재판 흐름과 선고는 이미 결과를 예측한 범위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작품은 질문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사형집행은 집행될 것이며 군중의 분노도 존재할 것이다. 그가 신부의 기도에 기쁨과 분노를 느끼며 옷깃을 잡고 외치는 말들을 여러 번 읽게 된다. 맨주먹만을 가진 그가 역설하는 자신의 무관심은 곧 세상의 무관심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그들의 태도와 세상의 흐름에서도 읽게 된다. 묵묵히 사라지는 신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모호한 재판 과정의 흐름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이라는 소설도 함께 떠올리면서 읽게 되는 『이방인』 소설이다. 억압적인 관습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 알베르 카뮈의 작품 『시지프 신화』도 함께 읽었기에 이 소설 주인공이 선택하는 것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실존주의와 부조리에 대한 최대의 반항이 무엇인지는 『시지프 신화』 소설을 통해서 작가는 분명하게 전달한다.
신부에게 분노와 기쁨으로 외치면서 말하는 주인공의 대화를 놓치면 안 된다.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나를 택한다는 사실과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이 강조된다. 양로원에서 엄마가 느지막이 '약혼자'를 만든 이유를 아들은 이해하게 된다. 엄마가 살아왔을 인생에서 양로원이라는 공간에서,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시점에 엄마가 마침내 해방되었다는 것을 약혼자와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였다는 것을 아들은 이해하게 된다.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보겠다는 자유의지를 그는 드디어 이해하게 된 것이다.
사회적 관념과 규범에 억눌려 자유를 획득하지 못하는 가식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부류가 얼마나 많은지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도 단단한 틀안에서 어릿광대처럼 움직이는 삶은 진짜 인생인지 가짜 인생인지는 스스로가 자문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읽어도 가슴이 뛰는 소설이다. 그의 화법과 대사들,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는냐고 반문하는 내용들에 가슴 뛰면서 읽은 카뮈의 작품이다. 첫 페이지의 카뮈의 문장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다시 읊조리게 한다. 절망의 순간도 삶에 대한 사랑이 꽃핀다는 것을 소설의 어머니의 약혼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자살이 아닌 버티며 살아야 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나 자신을 택하도록 되어 있고... 수십억의 특권 가진 사람들을 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야. 사람은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진 존재야. 166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166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은 없다.- P3
밤 냄새, 흙냄새, 소금 냄새가 내 관자놀이를 시원하게 식혀 주었다. 잠든 그 여름의 그 신비로운 평화가 밀물처럼 내 속으로 홀려들었다.- P168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가 왜 한 세계가 다 끝나갈 때 ‘약혼자‘를 만들어 가졌는지, 왜 다시 시작해 보는 놀음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양로원...그토록 죽음이 가까운 시간에 그곳에서 엄마는 마침내 해방되어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던 것 같다.- P168
아무도, 아무도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고뇌를 씻어 주고 희망을 비워 버리기라도 했다는 듯,...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아서 마침내 그토록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닫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 P168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나 자신을 택하도록 되어 있고... 수십억의 특권 가진 사람들을 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야. 사람은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진 존재야. - P166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 P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