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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눈동자는 인물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가면이었다는 얼굴과 눈동자로 표현되는 문장도 등장하지만 영혼을 모두 감추기는 어려운 만큼 한강 소설집인 <여수의 사랑>중의 <진달래 능선>에 등장하는 주인 황씨의 모습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넷플릭스 영화 <흔적 없는 삶>에서도 다르지가 않다. 참전한 군인의 황폐한 영혼을 다루는 영화를 보면서 서머싯 몸 작가의 <면도날> 세계문학전집 소설이 생각나면서 파괴된 영혼이 얼마나 오랜시간 부유하면서 현재의 삶을 살지 못하는지 보여준다.

언급한 세 작품들의 공통점은 인물들의 영혼이 왜 파괴되었는지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눈과 얼굴, 삶은 예전의 것을 찾지 못한다. 다른 듯 닮아있는 이들의 영혼은 누구에 의해서 파괴되었고 현재를 살지 못하게 되었느냐가 관건이 되면서 작품들의 작품성은 예사롭지 않게 부각된다.



면도날 소설에서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시체더미가 등장한다. 프랑스 군인은 십자가 아래 망자들이 되어서 살아있는 우리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살아서 목격하고 경험한 것들이 온전히 행복하다고 회상하기는 어려워지면서 천국과 지옥이 생과 사로 나뉜다면 어디가 천국인지 지옥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평온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꿈꾸지만 일그러진 욕망에 훼손된 폭력들을 지금도 무차별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폭력주의와 폭력주의를 거침없이 목격하면서 폭력에 피해를 당한 이 시대의 자식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글과 걱정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을 확인할수록 이 소설의 가치가 높아진다.

폭력은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다.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는 것임을 소설을 통해서, 황폐해진 참전 군인들의 영혼을 통해서 보여준다. 전쟁과 폭력은 소수집단에 의해 이용되는 허상일 뿐이며 분별력을 잃고 행동하는 무리의 폭력은 평화주의의 반대편임을 확인하게 된다.



​<중증외상센터>드라마도 자본주의라는 폭력성을 아낌없이 고발하는 작품이다. 국익을 위해 싸운 참전 군인의 총상에 국민을 살리는 것보다 손익계산을 하면서 닥터헬기를 보낼 수 없다고 참모들이 말하는 장면이 섬뜩해진다. 참전 군인의 희생은 어떤 가치였는지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질문을 하게 된다.

거침없는 자본주의에 누구도 예외가 없는 상황에서 돈의 가치에 누락되고 장례를 논의하자는 대책 회의 장면도 예사롭지 않은 명대사가 된다. 살리는 것보다 죽음이 쉬운 자본주의의 진짜 모습이 거침없이 드러나면서 죽이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고발하고 있다.

죽은 사람은,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보여. 82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처럼 살아가는 인물들이 주변에 공존하고 있음을 살펴보게 하는 것이 소설이며 영화이다. 면도날 소설과 여수의 사랑 소설집의 <진달래 능선>에도 등장하며, 영화 <흔적 없는 삶>과 <중증외상센터>드라마에서도 병원장과 기조실장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인간적인 사람임을 알려주는 작품들이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 본연의 영혼을 저버리고 괴물이 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항문외과 과장이 치열하게 내면과 싸워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장면들에 희망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매일 어제의 자신과 싸워야 한다고 하는 글이 떠오르면서 오늘도 무엇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지 짚어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악의적인 것은 쉽고 거짓말하는 것도 쉬워 보인다. 사기꾼을 분별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이유까지도 드러나면서 날카로운 분별력이 필요한 시대임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세상에 사랑하는 젊은 연인들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없으리라 37

사랑이 없는 세상은 바싹 마른 건조한 사막과 다름없기에 사랑의 가치는 더 중요해진다. 혐오와 차별, 무시와 폭력으로 얼룩진 분쟁의 현장은 더 이상 희망을 꿈꾸기가 어려워진다.



사람을 규정하는 등가 법칙에 대해서도 소설은 언급한다. 반면 누군가는 스스로가 택한 삶의 방식과 강인함과 장점이 비범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사회규범에 무분별하게 익숙해지는 것과는 대조적인 자의적인 영혼이 되는 노력이 왜 필요한지 여러 작품의 작가들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강조한다. 우리는 어떤 인물로 오늘을 살고 있는지 자문하게 한다. 거칠고 힘든 자갈길이지만 강인함으로 거듭나는 영혼을 지키는 사람인지 질문하도록 이끌어준다.


그가 택한 삶의 방식이나 그만이 지닌 강인함과 장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에게 점점 더 커다란 영향을 끼쳐... 매우 비범한 인간이 하나 살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지도 10

태어난 지역, 아파트나 농가, 어릴 적 하던 놀이, 민간 속설들, 먹는 음식, 공부한 학교, 좋아하는 스포츠, 읽은 시들, 믿는 신 등이 그 사람을 만든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한다. 12







그가 택한 삶의 방식이나 그만이 지닌 강인함과 장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에게 점점 더 커다란 영향을 끼쳐... 매우 비범한 인간이 하나 살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지도 _ 면도날 세계문학전집- P10
태어난 지역, 아파트나 농가, 어릴 적 하던 놀이, 민간 속설들, 먹는 음식, 공부한 학교, 좋아하는 스포츠, 읽은 시들, 믿는 신 등이 그 사람을 만든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한다._면도날 세계문학전집
세상에 사랑하는 젊은 연인들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없으리라- P37
죽은 사람은,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보여.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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