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1
구름모모
  • 여수의 사랑
  • 한강
  • 14,400원 (10%800)
  • 2018-11-09
  • : 74,445



어둠의 실체가 무엇이며 어떤 형태로 주변을 침식하는지 작가는 <야간열차>소설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어둠과 대치하는 야간열차의 의미와 의지까지도 인물들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서 보여준다. 어둠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상황적 모순을 통해서 인물이 어떻게 본연의 것들을 잃어버리는지도 화자를 통해서 관찰된다.

대학생이었던 두 사람이 있다. 각자의 사연들을 들려주면서 그들이 지녔던 고유한 영혼들이 주변에 의해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들이 전해진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의 회사원이 된 동결의 빠른 취업의 이면에 진짜 모습을 알고 있는 친구는 화자뿐이다. 한 번도 친구를 집에 초대하지 않았던 동결이가 어느 날 술에 취해서 화자와 함께 자기 집에 늦은 밤에 가게 되면서 동결이 살고 있는 반지하 집과 가족들을 다음날 아침에 보게 된다. 동주라는 쌍둥이가 있다는 실체까지도 선주라는 여동생을 통해서 알게 되면서 선주가 이야기하는 동결이라는 오빠가 얼마나 불안한지도 알게 된다.

반지하에서 살고 일찍 홀로된 어머니의 주름진 모습은 갖은 고생을 상징하면서 큰오빠 동결의 무거운 어깨와 책임감, 여동생 선주가 언제든지 큰오빠를 대신할 가장의 책임까지도 암묵적으로 시사하면서 이 가족이 저마다 무겁게 짊어진 삶의 무게가 얼마나 가혹한지 보여준다. 쌍둥이 동주가 어떤 사연으로 의식을 찾지 못하게 되었는지도 알게 되면서 희망이 없는 것을 무한히 꿈꾸는 동걸 가족의 어둠까지도 드러난다.



어둠은 그렇게 모두를 삼켜버린다. 갇혀버린 이 가족은 저마다 몸부림을 치지만 제자리를 맴도는 상황이다. 그곳에 동걸이가 있고 화자인 나도 존재한다. 화자가 동걸에게 매료되고 그가 들려준 야간열차를 알게 되면서 의미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동걸은 한 번도 야간열차를 타지 않았다. 야간열차를 타는 순간 그가 떠나게 될 것들과 멀어질 것들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드러날 것임을 여동생도 큰오빠도 암묵적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화자도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그는 집이 더 이상 존재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아버지, 큰형 부부, 자주 오지 않는 작은 형까지 있지만 그에게 이들은 가족의 이름을 부여하지 않는다. 긴 시간 방황하며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않았던 이유도 드러나지만 결국 화자도 친구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취업을 한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취업한 친구들의 핑계를 들으면서 자신도 그들과 함께 직장인이 된다.

취업하자 달라진 가족의 반응까지도 소설은 놓치지 않는다. 동걸이 집에서 어머니가 세숫물을 주는 모습에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며 세수한 화자가 돌아갈 집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두 사람이 잃어버린 것들과 타인이 부러워하고 기뻐하는 것들은 채워주지 않는 의미로 남는다. 양복과 직장, 명함이 그들의 어둠을 지워내지도 못한다. 꾹꾹 눌어붙은 어둠의 확장은 어떻게 두 사람을 지탱할 수 있을지 위태롭기만 하다.



번아웃을 호소하는 현대인, 과로하는 노동자들이 두 사람을 대변하기 시작한다. 곧 쓰러져서 바스락거리면서 흔적도 남기지 않을 도시 노동자들이다. 사연을 드러내지 않고 굳게 닫고 질주하는 도시인들의 출근하는 모습과 퇴근 후 모습들이 떠오른다. 두 사람이 조용히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통화는 이 두 사람을 야간열차로 향하게 한다. 약속 장소에 나타난 동걸의 옷차림에서 변화한 그의 의지와 선택을 드러낸다. 그리고 달려가면서 야간열차에 올라탄 화자의 의지와 선택도 강직하게 그려낸다.

자의가 없고 타의에 의해 직장, 직업, 일을 하는 독자들에게 어둠의 실체를 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 인상적이다. 헤매고 있는 껍데기이며, 꿈이었던 존재가 있다. 문득 눈앞에서 마주한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마주할 오욕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가 야간열차라는 상징성으로 부각된다. 살아가지만 인생의 완성이 아님을 알기에, 인생의 완성이 야간열차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되면서 용기와 선택, 의지를 드러낸 두 인물의 혼돈의 시간들을 조밀하게 관찰하면서 진지한 질문을 마주서게 하는 소설이다. 더불어 청량리역을 유형의 장소로 떠올리면서 가는 이유도 명확해진다. 야간열차는 상징적인 의미로 부각되면서 우리의 삶과 유형지가 진짜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머리를 푼 혼령 같은 어둠이 검은 산을 적시고 검은 강물에 섞이다가 아득한 지반 아래로 가라앉을 때, 야간열차는... 달려간다. 145

나는 야간열차를 잊었다. 내 안에 생동하던 젊음의 빛이 바램과 함께 야간열차는 서서히 잊혀졌다. 188

내가 어디에 있든 세상이야 달라질 것이 없었다. 178

아무도 날 기다리지 않아. _나

한 번도 나의 집에서는 잠들 수 없었던 몸이 간절하게 잠을 원하고 있었다. 165_동걸의 반지하 집




청량리역. 마치 유형의 장소에라도 가는 것처럼 발걸음이 내키지 않았다. 야간열차- P155
머리를 푼 혼령 같은 어둠이 검은 산을 적시고 검은 강물에 섞이다가 아득한 지반 아래로 가라앉을 때, 야간열차는... 달려간다.- P145
나는 야간열차를 잊었다. 내 안에 생동하던 젊음의 빛이 바램과 함께 야간열차는 서서히 잊혀졌다.- P188
내가 어디에 있든 세상이야 달라질 것이 없었다. - P178
나는 여전히 껍데기였다. 모든 것이 꿈이었다. 머리를 감는 선주, 아침 밥상, 주름살 투성이의 어머니, 석유곤로에 데워진 세숫물, 아래목에서 뒤척이는 동결의 분신, 그것이 현실이었다... 내가 헤매고 있었다. - P182
혼자라는 것은... 이제는 내 몸에 잘 맞는 껍질이었다. 그 껍질 속에서 나는 편안했다. - P187
용케들 세상 어디쯤에서 쑤셔 박힐 구석을 찾아갔다. (졸업생 동기들) - P183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켜 줄 야간열차가 있었음으로... 살아가며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오욕들에게도 그는 무신경할 수 있었다.- P175
한 번도 나의 집에서는 잠들 수 없었던 몸이 간절하게 잠을 원하고 있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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