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의 단편소설들이 담긴 소설집이다. 『레몬』 소설은 이 소설을 읽고 좋아서 작가의 작품들을 하나씩 만나는 릴레이 독서중의 하나이다. 한국 사회의 여성의 삶을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이야기로 전하는 소설집이다. 과거를 반추하는 『기억의 왈츠』소설은 두 자매와 어머니와 오빠가 대립하는 가족구조이다. 아버지의 장례 후 어머니와 하루 걸로 싸우고 대들기도 하면서 울고 비는 반복들의 지옥 같은 날들을 회고한다. 오빠에게 맞아서 병원과 경찰서를 가는 사태도 기억하는 화자는 3년간 이들과 소송을 하였다는 사실이 건조하게 남는다.
집에서도 쫓겨난 두 자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동생은 결혼을 하였지만 자신은 미혼이다. 어머니가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 언니는 어머니 대우를 동생 부부에게 받는 상황이다. 어머니 앞에서 엎드려 울며 빌 때 그녀는 다시 착한 딸이 되겠다고 빌기도 하였다. 무너지는 가슴들이 절제된 소설에서도 가득하게 그려진다. 그녀는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을까. 벌벌 떠는 강아지와 술 취한 여자는 그녀에게 강한 학대의 사슬이라는 상징성으로 다가선다. 강아지를 자신의 과거 같다고 생각하고 술 취한 여자는 자신의 미래와 같다고 말하면서 축축한 기억에 자리잡은 학대의 흔적, 기억의 왈츠라는 소설은 강하게 이야기로 전해진다. 죽여버릴까와 죽어버릴까라는 학대의 이중주를 차분히 보여준다. 생사를 모음들을 너무나도 쉽게 말하고 쉽게 보여주는 습관에 익숙해지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하는 문장이다.
삶을 죽음으로 바꾸며 살아가는 것, 잿빛 거미같은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기다리는 희망과 의지가 확고하게 전해진다. 지금까지 삶은 타의에 의해 잿빛이었지만 더 이상 도망가지 않아야 하는 이유, 희망을 가지고 풍성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의지가 단호해진다. 생동적인 삶을 욕망할 수 있기를 그녀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게 된다.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소설에서도 말의 독성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언급된다. 이 소설에서는 어머니는 이혼하고 아버지는 재혼하게 된다. 아들은 대학 등록금은 빌리고 딸은 고졸이라 어머니와 오빠를 원망한다. 잘못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지한 자이기에 변명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설에 있는 여성들을 뚫어지게 바라볼수록 그녀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계속 살피게 된다. 박사 논문을 쓰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주는 용돈과 딸이 어머니에게 주는 용돈은 확연하게 다르다. 넉넉한 용돈을 주던 딸이 의절한다는 문자 내용을 어머니에게 보내면서 용돈은 더 이상 가지 않게 된다. 아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녀가 왜 의절을 선택하였는지 이 시대의 한국 사회의 아들은 딸의 호소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궁핍해진 어머니는 숙면을 취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어머니가 놓쳐버린 것들에는 남녀차별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착오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속한 것에서도 찾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는 한국사회에 지금도 많이 듣는 이야기로 자리잡는다. 낯설지 않는 한국사회의 남녀차별은 단란해야 하는 가족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뀌어야 하는 사회이며 문제제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의문스러움도 여전히 확인하게 되는 한국사회이다. 가부장제가 다양한 모습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을 소설은 외면하지 않는다. 응어리가 가득해진 여자의 이야기, 묵직한 말들이 세월에 퇴색된 딸의 이야기들을 『각각의 계절』라는 소설집이 펼쳐준다.
벌벌 떠는 강아지는 나의 과거 같았고, 술 취한 여자는 나의 미래 같았다... 학대의 사슬 속에는 죽여버릴까와 죽어버릴까밖에 없다. 생사를 가르는 모음- P238
말의 독성은 음식보다 훨씬 치명적.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킨 말은 아무리 기피하려 해도 그럴 수 없기 때문- P172
무지한 자는 무지하여 자기 죄를 알지 못하므로 제대로 변명조차 할 수 없다.- P199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서두르지도 앞지르지도 않을 것이다... 홀로 서 있지 않을 것이다... 어둠이 내리고 잿빛 삼베 거미줄이 내 위에 수의처럼 덮여도 나는 더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P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