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3
구름모모











여성의 삶, 결혼이 안긴 지독한 삶을 응시하게 하는 소설이다. 그와의 결혼은 그녀의 호기심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그녀가 더욱 잠잠히 결혼생활을 유지한 이유로 남는다. 견디며 지탱한 결혼은 그녀에게 무슨 의미였을지 작가의 어머니 결혼생활을 서서히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작가 어머니가 성장한 배경과 가부장제, 가난, 무지의 답습은 그녀의 열망과 호기심을 결코 충족시키지 못한다. 아이를 낳고 신랑과 다른 아들을 지탱하도록 온 힘을 다하면서 살았던 그녀의 지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작가와 함께 읽은 책들과 작가들과의 만남은 그녀에게 큰 획을 긋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각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나도 컸기에 그녀는 서서히 앞으로의 삶을 냉정한 시선으로 판단하기에 이른다. 평범한 일상을 보낸 그녀는 마지막 결단을 실행하게 된다.

무언가에 대한 욕망. 배우고 싶어 했다. 19

이런 환경에서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애당초부터 치명적인 일이었다...

여자아이들 말 잇기 놀이

<피곤하고/ 기진하고/ 병들고/ 죽어가고/ 죽고 >...

여자의 삶을 나타냈다. 17

어머니의 결단에는 무거운 현실과 변함없는 그녀의 결혼생활이 존재한다. 그녀에 의한 것이 아닌 그녀가 소속된 가족들의 반복될 불행을 응시한 것이다. 불변의 법칙으로 그녀의 남은 생을 무의미함으로 채워졌을 것들이다. 불행의 반복, 소망 없는 불행이 그녀를 결단하게 하였음을 보여준다.

스스로 선택한 낙태, 꼬챙이, 하혈, 자녀 출생, 술주정뱅이 남편, 궁핍한 가난, 국경 탈출이 이야기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영화에서도 등장하는 여성의 낙태, <67번째 천산갑>장편소설에도 등장하는 여성의 불법 낙태 장면, 아니 에르노 작가의 <세월>과 <사건>의 자전적 작품에도 낙태의 위험성이 언급된다. 단어로 단순하게 인식되는 낙태가 아닌 여성의 몸과 생명의 위험성에 노출되는 낙태를 여성작가들과 남성작가가 소설을 통해 함께 낙태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이끈다.

종교가 말하는 고통도, 어떤 물신도 그녀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행복만을 믿었던 그녀는 현실의 악순환에 불만이 많아진다. 여자아이들의 말 잇기 놀이의 가사는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대변한다. "피곤하고/ 기진하고/ 병들고/ 죽어가고/ 죽고" 이러한 악순환을 강요하는 사회적 시스템과 관습이 한국의 현대사회에서도 답습되는 모순을 보게 된다. 비혼주의가 많이지고 자녀 없는 부부가 많아지는 이유에는 여성에게 부당하게 요구하는 관습의 사슬도 한몫하게 된다는 것을 사유하게 된다.

이거야말로 끝없는 악순환이지. 75

매일 조금씩 불안...

그와 어떻게 같이 살 수 있을지 상상이 안 된다.

각자 다른 구석을 볼 테니

외로움은 그만큼 더 커질 거다. 75

행복을 믿었던 그녀에게 남편의 복귀를 알리는 편지는 불행의 악순환이었다. 더 이상 삶의 의미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그녀의 선택을 깊게 응시하였던 작품이다. 너무 깊은 상흔이 된 그녀의 불행은 행복과 더욱 멀어졌다는 것이다. 자살한 어머니의 결단을 죽음과 함께 봉합하지 않고 어머니가 여성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열망하며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살아왔는지 활짝 펼쳐보면서 얼마나 사회가 그녀를 가혹하게 관습에 가두고, 배움의 기회를 박탈하며, 무능한 가족들을 보살피며 살며 책을 통해 만난 수많은 작가들과의 만남에 어머니가 어떻게 삶을 직시했는지 들려주는 작가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

어머니는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았고...

어떤 물신도 없었다.

몹시 불만에 싸여갔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현세의 고통을

알은체하지 않았다...

오직 행복만을 믿었다...

우연히도 운이 나빴던 것이다. 46

총 2편의 소설로 구성된다. 첫 이야기에 해당되며 <관객모독>작품을 읽고 나서 재독한 소설이다. <8월은 악마의 달>소설을 읽고 이 소설을 읽으며 여성과 결혼제도를 오랜시간 응시하게 한다. 앨런이라는 28세 기혼녀가 결혼반지를 바다에 던지며 마지막으로 남편을 버렸다고 말하는 <8월은 악마의 달>소설의 여성이 선택한 것과 결혼제도가 얼마나 수많은 여성을 옥죄는 제도인지 질문을 하게 된다. 결혼제도에 용해되지 않는 독단적인 '자기방의 방'이 필요해진다.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인물들을 통해, 때로는 나만의 방식이 통하기도 하는 시대이다.

여성과 결혼, 비혼주의, 출산하지 않는 부부. 모든 것이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지루한 관습에 물들지 않는 깨어있는 지각으로 여성이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둘러보게 된다. 지금 행복한가요. 여성들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는 소설이다.

가난하고 궁핍한 이유까지도 작가는 언급한다. 쓸 만한 땅의 소유는 교회와 귀족의 소유였다는 것으로 땅을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가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가난한 집의 여성이 아무것도 되지 못한 이유들이 보여진다. 부자세는 감면하고 서민들의 세금은 무관심한 정치인들의 선택들을 자랑스럽게 거리에 알리는 그들의 모습에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고물가 시대에 사우나를 가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을 보게 된다. 여전히 여성과 딸들은 제외되는 이 시대의 가부장제에 희생되는 딸들의 이야기, 여성의 이야기를 쉽게 듣는 만큼 <채식주의자> 한강 소설은 지금도 이 시대의 여성의 이야기가 된다.

구석구석 둘러보게 되는 힘, 살펴보는 힘을 문학에서 키우게 된다. 1% 부자들이 선거에 진심인 이유, 자본주의에 희생되는 수많은 99%를 보게 된다. 꿈꾸는 것을 이루지 못하고 주저앉게 된 여성들이 왜 기회마저 얻지 못하게 된 것인지도 현대사회에서도 살펴보는 힘이 생기게 된 것도 문학이다. 꿈을 향하고 있지만 자본주의에 계속 무릎이 접질려지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가 소설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힘이 필요한지 스스로 찾아야 하는 시대이다. 그래서 다시 읽는 시간은 더욱 견고해지는 땅을 다지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어쨌든 그녀는 아무것도 되지 못했고,될 수도 없었다. - P32
팔라다, 크누트 함순, 도스토예프스키,막심 고리키,토마스 울프,윌리엄 포크너. 읽었다.- P57
쓸 만한 땅은 교회나 귀족 지주의 소유였다. - P13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