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를 제대로 직시하는 문학들이 많다 보니 한국문학은 언제나 관심을 가지면서 읽는 분야이다. 더불어 한국 여성들이 호소하는 현실 문제들도 하나씩 조명하는 책들도 많아서 지속적으로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책과 영화, 인물들을 불러놓으면서 더욱 이해를 높이는 내용들이 인상적인 책이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 글쓰기 치유 워크숍에서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 시가 피해 여성들을 치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시인의 시는 사실적이고 고통과 슬픔을 잘 전달해 주는 시어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곰팡이도 오줌 자국도 구더기도 시체도 되었죠.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시) _이 시대의 사랑. 최승자
단단한 슬픔의 이빨 346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_ 올여름에 인생 공부 349
책은 해방의 문을 여는 연장이라고 책표지의 문구가 짙은 호소를 한다.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일어설 수도 없을 때, 막막함에 길을 잃고 무너지고 있을 때, 여성들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고 귀를 열어주고 두 팔을 활짝 펼쳐서 꼬옥 안아주는 것이 책임을 확인하게 된다. 책에서 만나는 작가들의 무수한 작품들에는 그들의 경험과 깨달음과 위로와 치유가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되는 영화들도 감독이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대화들이 무엇인지 화면을 통해서, 인물들을 통해서 손을 내밀며 꼬옥 잡아주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책에서 소개된 영화와 감독, 작품까지도 한국 여성에게도 치유와 희망을 불어넣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부 안 한 내 탓이라고 받아들이는 정서.
'공부 좀 할걸'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가장 많이 하는 후회
_ 『말을 부수는 말』 이라영. 한겨레출판
과잉 노동과 저임금에 지친 사람들이 학력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도록 자본주의 사회가 길들여놓은 잘못된 생각을 답습하는 모습도 꼬집으면서 능력주의, 학벌주의가 당연한 차별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도록 안내를 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길거리에 반가운 희소식이라고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는데 실체를 알기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던 플래카드 현수막의 문구가 지금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사람 목숨값을 하찮게 생각하는 곳에 취업을 시키고자 환영한다는 문구는 젊은 자녀들의 죽음을 앞당기는 안내글이라 안타까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안전불감증이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데 아직도 변화하지 않는 한국 사회이다.
우리의 자녀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어른의 의무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로 정당화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 동서 간의 갈등을 암묵적으로 허락하는 분위기는 아직도 진부한 문화임을 보여준다는 것을 책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명절에 만나서 가족들의 갈등이 만연해지는 분위기가 싫어서 새롭게 다른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고 친척들의 질타도 이겨내는 사연도 책에서 만나게 된다. 모두가 두려움 때문에 잘못된 가족 간의 갈등을 답습할 때 누군가는 해방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곪아서 터지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들을 누군가는 택하고 행동하며 다른 삶을 선택하며 자녀들이 우리와 같은 삶을 살지 않도록 보여주기 시작한다는 것을 여러 사연들과 책들, 영화, 작가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멈추면서 생각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고 그저 습관적으로 살아간다면 가부장제와 고부갈등, 성폭력에도 영혼을 잃은 자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책에서도 무수히 강조되는 것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잘못된 문화를 세대들이 답습하지는 않는 시대이다. 부당한 대우에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고 포기할 여성들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당함을 말하며 정당한 것들을 제안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 시대이다. 여성문제도 다르지가 않다. 결혼도 선택이며, 이혼도 선택이다. 살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결혼도 선택하고 이혼도 선택한다는 것이다. 죽지 않고 살아야 하는 이유들이다.
성폭력에 힘겨운 많은 피해 여성들에게도 두 팔을 벌려주며 안아주고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자기 의지에 의해 당한 성폭력이 아닌 만큼 지독한 슬픔에 자신의 영혼을 아프게 포기하지 말라고,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이며 건너뛰라고 말하는 최승자 시인의 시를 무수히 바라보라고 말하고 싶다. 고부갈등에 힘든 여성, 육아에 지친 여성, 결혼과 이혼을 선택해야 하는 여성들의 고충들을 함께 볼수록 살기 위해 선택한 자유임을 보게 된다. 여성에게 주어진 임신과 출산, 양육의 시간들이 얼마나 혹독하고 외롭고 고된 노동인지 여성들은 알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여성들의 슬픔과 고통, 외로움, 눈물들을 이해하게 된다. 지나온 시간들이 있었기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성차별을 우리 사회는 아직도 진부하게 꼬옥 끌어안으면서 정치적으로도 적절하게 이용하는 한국 사회이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을 반대하는 단체가 외국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 나라가 아직도 가부장제를 옹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끄러움 현실임을 확인하게 된다. 길들이고 싶어하는 그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는 힘과 분별력이 필요하다. 함께 들어주며 손을 잡고 안아주는 이들이 이 사회에 있음을 잊어서도 안된다. 책을 통해, 글쓰기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내용들이 전해진 책이다.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죽는 노동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끊임없이 가져야 하는 이유도 책을 통해서 보게 된다. 과소비를 유지하고자 지자체가 쓰레기를 치우는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는지도 살펴보게 하는 내용의 책도 소개된다. 자본주의는 과소비를 조장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심플 라이프를 자본주의는 좋아하지 않는다. 해방의 문으로 나아가는 길이 무수히 많음을 생각하게 한다. 해방은 곧 자유이다. 우리가 자유를 찾는 삶의 지축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무수히 생각할 수 있도록 연결다리를 만들어준 내용들이다.
지자체는 낮에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싶어한다.
과소비를 유지하려면
쓰레기에 대한 부끄러움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
(207쪽 _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 포도밭 출판사) 330쪽
가장 인상적인 책은 김진영의 『상처로 숨쉬는 법』 책내용이다. 애도의 계엄령이라는 소제목을 무수히 읊조리게 한다.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애도를 통제하고 비난했는지 우리는 수차례 경험하였기에 더욱 이 소제목의 계엄령이 적절해 보인다. 기억 속에서 전혀 지워지지 않은 세월호 사고 소식과 슬픔과 눈물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짓누른다. 지금 우리의 자녀들이기에 더욱 슬픔이 동질화되면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며 곧 우리들의 슬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금도 잊지 않기 때문이다. 이태원 사건도 다르지가 않다. 그들의 슬픔은 빠르게 지웠고 철거해서 제거해 버렸다. 그들의 방식으로 애도는 지워졌음을 우리는 책을 통해서 다시 불러놓게 된다. 그들이 슬픔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했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애도의 시간, 애도의 깊이, 애도의 눈물은 지금도 흐르기 때문이다. 대단히 위험할 수 있는 것을 그들은 빠르게 계엄령으로, 언론을 통해서 통제해 버렸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는 것도 소환되는 시간이 된다.
이 사회의 상처를 제대로 보아야 하는 이유가 김진영 책의 문장에서 발견하게 된다. 사회적인 상처가 무수히 많다는 것을 목도할수록 슬픔들이 더욱 짙어진다. 사회적인 상처는 그 누군가의 상처가 아니다. 곧 우리의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잊지 않게 한다. 그래서 책을 읽고,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는 힘을 키우는 이유가 된다. 제대로 보고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눈을 감지 말라, 사회적인 상처를 제대로 보아야 함께 슬퍼할 수 있는 것이다. 혐오로 무장한 정치적 움직임에 꼭두각시처럼 비난하고 혐오의 댓글로 싸우는 것은 현문 현답이 되지 못한다. 멈추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이며 행동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둘러보게 하는 시간이 되어준 책이다.
에도의 계엄령
사회는 무슨 방식을 쓰든지 슬픔을 관리하려 한다. 사람들이 마음껏 슬퍼하도록 허용하면 대단히 위험할 수 있기에 일정한 처리 방식을 따라가도록 한다... 사회적 삶의 조건들에 눈뜨기 쉽다는 것 (660쪽 _ 상처로 숨 쉬는 법) 176
왜 타인의 아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
"나의 상처로부터 해방이 되려면 이 사회적인 상처를 볼 줄 알아야 된다." (753쪽_ 상처로 숨쉬는 법) 179
참사 희생자의 90%는 ‘쉼 없이 달리는 삶을 강요받은 20~30 대- P177
나의 상처로부터 해방이 되려면 이 사회적인 상처를 볼 줄 알아야 된다.- P179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P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