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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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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2026년 7월 The Arpil Bookclub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이다. 그리고 달리기를, 해외에서 글쓰기를, 번역을 좋아하는 인물로 알고 있다.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에세이는 어떤가?

고양이를 어떤 이유에서인지 버리고 집에 왔는데, 집에서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다. 이는 하루키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고, 아버지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아버지는 징병되어 일본군으로 중국으로 가서 전쟁을 하다가 돌아오는데, 나는 자꾸만 다른 곳으로 기억을 옮긴다. 년도를 자꾸 보게 된다. 자꾸만 본다.

그 시기는 일본이 한국을 속국으로 부리며 여러 나라와 전쟁을 하면서 위안부를 곳곳에 두었던 시기였다. 하루키의 아버지가 초등학생 아들에게 전하는 자신의 군 시절의 담담한 가해의 기억, 그것이 전부였을까? 군에서 시켜서 해야 했던 학살이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인간이란 어떤 존재라는 말인가. 너무도 가벼울 것 같은 에세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되어 한동안 어리벙벙했다.

 

곧 일본에 간다. 일본에서는 해외여행을 간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대포처럼 몸을 부딪히고 다니는 일본 성인들이 있다고 한다. 물가가 굉장히 비싸고, 인색하다고 한다. 아직도 나는 왜 일본에 가는지 모른 채로 있다. 가서 나는 또 어떤 어리벙벙함에 가슴 조여 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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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이 글에서는 아주 간단하게만 언급한다. 자세하게 얘기하자면 상당히 길고 그리고 처절한 얘기가 될 테니까. 그 말을 ‘메시지’로 쓰고 싶지는 않았다. 역사의 한 모퉁이에 있는 이름 없는 한 이야기로서, 가능한 한 원래 형태 그대로를 제시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한 소소한 일 하나하나의 무한한 집적이, 나라는 인간을 이런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결과는 원인을 꿀꺽 삼켜 무력화한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는 고양이를 죽이고, 어떤 경우에는 사람도 죽인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그 고양이에게 추월당했다.

 

이렇게 개인적인 문장이 일반 독자의 관심을 얼마나 끌 수 있을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손을 움직여 실제로 문장을 쓰는 것을 통해서만 사고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이렇게 기억을 더듬고, 과거를 조망하고, 그걸 눈에 보이는 언어로,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문장을 쓰면 쓸수록 그리고 그걸 되읽으면 되읽을수록 나 자신이 투명해지는 듯한 신비로운 감각에 휩싸이게 된다. 손을 허공으로 내밀면, 그 너머가 아른하게 비쳐 보일 듯한 기분마저 들 정도다.

 

어느 저녁, 툇마루에 앉아 있는데 내 눈앞에서 그 고양이가 소나무 위로 스륵스록 올라갔다. 마치 자신의 용감함, 기민함을 내게 자랑하는 것처럼, 새끼 고양이는 놀라우리만큼 가볍게 나무를 타고 올라가, 저 높은 꼭대기 가지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나는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새끼 고양이가 도움을 청하듯 가녀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높은 곳에 올라가기는 했지만, 무서워서 내려오지 못하는 것이다. 고양이는 나무를 오르기는 잘 하지만 내려오기는 잘 못한다. 그런데 새끼 고양이는 그걸 모른다. 열심히 올라가기는 했는데, 자신이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를 알고는 겁이 나서 오금이 저렸으리라.

-(-표시는 내 생각)지난 주말, 가족과 알밤따기 체험에 나섰다. 둘째가 호기롭게 밤나무 근처 비탈에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한다. 아빠가 손을 잡아주고 발을 미끄러트리듯이 해 내려왔다. 이 대목이 떠올랐다.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오지 못하는 것은 비단 고양이 뿐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 누군가 내 곁에 있어준다는 것. 그것은 든든함을 넘어 당연한 보살핌일 것이다. 곁에 아무도 없었다면 영영 내려오지 못하고 그곳에 누군가 구하러 올 때가지 있던가, 엉덩방아를 찧어가면서라도 내려왔던가 했을 것이다. 자조성을 키우기 위해 그렇게 할 수도 있겠다만, 도움을 받고, 나도 누군가를 돕는 것, 다정함을 전달하는 것, 그것이 사람 같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저 먼 아래, 눈앞이 어질어질해지는 지상을 향해 수직으로 내려가는 어려움에 대해 생각한다. 역사라는 건 그런 것이다-무수한 가설 중에서 생겨난 단 하나의 냉엄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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