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양귀자
제목부터가 끌리지 않는. 왜 하필 오래 묵은, 오래된 책을 스무살 초반의 B가 추천했을까? 요즘 스무살은 모순을 읽는다니. 왜. 도대체 왜. 삐삐와 집 전화기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지금의 이십 대의 마음을 잡는다는 건, 중요한 건 다른 것에 있다는 말이다.
안진진은 알코올중독으로 가정폭력을 일삼다가 집을 나가 행방불명 상태인 아버지와 만우절에 태어나 만우절에 합동결혼식을 올린 엄마의 장녀로 살고 있다. 형제관계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동생은 조직폭력배의 보스 흉내를 내며 살고 있다.
안진진은 두 명의 남자 사이에서 어쩌면 결혼이라는 걸 생각하는 중이다. 이모의 남편같은 나영규, 어쩌면 엄마의 남편같은 김장우.
이모는 규칙 속에 살아가는 무미건조한 남편과의 인생을 자살로 마감을 하고, 안진진은 선택한다. 안진진은 자신이 사랑한다고 여겼던 형의 더러워진 양말을 빨며 가족애를 표현하는 가진 것 없는 김장우가 아닌 이모의 무덤 속 같은 평온을 견디지 못하게 한 나영규와 같은 인물을 선택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소설이 끝나고, 양귀자가 몇 장 써내려 간 작가 노트마저도 좋았다. 나는 아마도 작가의 다른 책들을 소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십 년 전에 읽었던 어쩌면 무미건조하고 심지어 손을 놓아버리기까지한 그녀의 책을 다시 잡으면서 힘을 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어떤 것에서라도 힘을 받아야 할 만큼, 초라하고 목마르다.
[용기를 잃고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무언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 이 소설을 시작했으나, 모순으로 얽힌 이 삶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그 이유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는 인간이란 존재의 한없는 모순.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않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생애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 그윽하게 들여다보는 나. 한없이 들여다보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준 그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준 그 사랑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